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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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기상. 8시간 휴식은 지났지만, 아직 10시간 휴식은 안 됐다. off duty drive로 바꾸고 월마트로 향했다.

 

이 월마트는 주차장은 넓지만 들어가는 입구가 아주 좁다. 다시 대로로 나와 트럭 화물 배달하는 경로로 들어갔다.

 

오랜만의 월마트 쇼핑이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식품은 냉장고에 수납할 만큼만 사야 한다. 전에는 무턱대고 큰 포장으로 샀지만, 이제는 중간 크기의 포장을 선호한다. 대략 70달러 들었다. 일주일 정도는 지탱할 것이다.

 

쇼핑하는 동안 10시간 휴식 시간이 다 채워졌다. 다시 출발. 오늘도 오디오북을 들으며 간다.

 

영어공부에는 역시 막장 로맨스 소설이 최고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대화, 인물들의 감정표현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일인칭 시점으로 된 것이면 더 좋다. 유튜브에 넘치는게 로맨스 오디오북이다. 웃기다는 댓글이 많은 소설을 내려받았다. 유치하지만 웃기기는 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한 싱글맘이 임시 비서직을 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보스와 서로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서로의 감정을 숨기고 밀당한다. 뭐 이런 통속적인 얘기다. 중간에 섹스 장면 묘사가 너무 길었다. (참! 19금이다) 절반쯤 듣다가 지루해 그만뒀다. 영어공부도 좋지만, 내용이 유익하거나 문학성이라도 있어야지. 로맨스 소설 중에서 아마존 독자 평점이 높은 작품으로 다시 내려받았다. 로맨스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미스테리나 스릴러 장르가 재미는 있다. 하지만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처음 오는 곳이고 입구가 뒤편이라 약간 헤맸다. 주차공간은 충분했다. 기대와는 달리 짐을 받아주지 않았다. 트레일러를 내려놓아도 가져갈 빈 트레일러도 없다. 내일 오후 6시가 원래 약속이다. 내일 아침까지 짐을 못 내리면 트레일러를 두고 가도 되냐고 물어봐야겠다. 빈 트레일러는 다른 곳에서 받는 것으로 하고.

 

 

32시간만에 짐 내리다

 

 

아침에 사무실로 갔다. 혹시 여기 트레일러 내려놓고 가도 되냐? 그러면 이따가 누가 닥에 댈거냐? 여기 야드자키 없냐? 우리는 그런 것 없다. 헐~

 

이곳은 공간에 비해 드나드는 차량이 적었다. 야드자키 트럭이 어쩌다 다니는 것을 봤는데 여기 트럭이 아니었나? 꼼짝없이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일찍 온 내 잘못이다. 북동부에서 폭설로 하루 정도 발이 묶일 것을 예상해 시간을 넉넉하게 잡은 모양이다. 나는 부리나케 북동부를 도망쳐 나와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일찍 도착했고.

 

발렌타인데이다. 딸아이는 저녁에 남자 친구와 식당에 간다고 했다. 남자 친구가 있었다니. 아내도 오늘 알았나보다. 카도조에 다니는 12학년이란다. 학교도 다른데 어떻게 만났지? 딸아이에게 축하 메시지 보내며 물어보니, 나중에 내가 집에 오면 소개해주겠단다.

 

오후 6시가 넘어도 연락이 없다. 사무실로 다시 갔다. 앞에 트럭이 두 대 정도 있다며 곧 연락이 갈 거란다. 연락은 7시에 왔다. 3번 도어에 대라. 여기 도어는 모두 다섯 개가 있는데 작업을 하는 곳은 두 곳뿐인 것 같다. 8시에 서류 가지고 가라고 다시 연락이 왔다.

 

다음 화물은 이미 예고돼 있다. 그런데 서둘러도 약속 시각에 못 맞춘다. 화물이 밤늦게 준비되니까 너무 일찍 가지 말라는 글렌의 주문도 있었다. 지난번에도 이곳에서 약속 시각 지나서 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 정식으로 화물이 배정된 것도 아니라서 이곳에서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80분 정도 지나면 34시간 리셋이 된다. 70시간이 새로 들어온다. 지금 남은 시간은 17시간 44분. 한두 시간 일찍 가자고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배달처 출발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다음 화물이 아직 안 들어오는 것을 보면 회사에서도 34시간 리셋 후 출발하라는 뜻 같다. (내 맘대로 해석)

 

트레일러는 깨끗해서 세척할 필요가 없다. 다행이다. 밤늦은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은 반대 방향인 멤피스로 50마일 이상 가야 있다. 내가 운반한 것은 아이스크림 원료다. 캐러멜 베이스와 페퍼민트 추출액 드럼통이었다. 이곳은 아이스크림 공장이다.

 

 

From Shelbyville To Shelbyville

 

 

하루 반나절을 앉아서 기다리더니 그다음은 숨돌릴 틈 없는 일정이다. 출발지와 도착지 모두 쉘비빌(Shelvyville)이다. 다만 주가 다르다. 테네시에서 인디애나로 간다.

 

테네시주 쉘비빌에 있는 타이슨(Tyson Foods)은 몇 번 다닌 곳이다. 그리 쾌적한 장소는 아니지만 익숙해져서 큰 문제는 없다. 새벽 2시 넘어 도착했다. 서류는 받았는데 도무지 트레일러를 찾을 수 없다. 공장 내부를 몇 번을 뒤졌다. 나중에는 야드자키에게 물었다. 야드자키도 몰랐다. 혹시 빈 트레일러 주차장에 있나 싶어 다녀왔더니 야드자키가 트레일러를 찾아 놓았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일까? 트레일러는 발송 사무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트레일러 번호가 색바랜 데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 있다. 거기다 다른 트럭이 트레일러 연결한다고 시야를 가려 못 봤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급한데 시간을 많이 까먹었다. 출발할 즈음에는 새벽 4시가 넘었다.

 

인디애나주는 동부시간대다. 1시간 빠른 것을 계산 못 하고 오전 11시까지 도착한다고 얘기했다. 남은 시간은 6시간 30분.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글렌이 약속 시각을 11시 30분으로 변경했지만 그래도 촉박하다. 배달처 1마일 떨어진 곳의 트럭스탑에 도착하니 11시 15분이다. 서둘러 주유하고 달려 간신히 11시 30분 조금 넘겨 도착했다. 남은 시간은 20여분 정도.

 

여긴 처음 왔다. 닥에 대고 기다리고 있자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그린필드의 스미스필드에서 받아서 커네티컷으로 간다. 배달처가 모두 세 곳이다. 전체 거리가 800마일인데 기간은 나흘이니 하루 200마일꼴이다. 수입면에서 별로 좋은 화물은 아니다. 내가 리즈 오퍼레이터였다면 좋은 rate를 받아 수입이 괜찮았을 수도 있다. (북동부쪽 화물은 rate이 높은 편이다)

 

어제 밤새 달린 탓에 피곤하다. 좀 전에 주유한 트럭스탑에 주차했다. 트레일러 세척을 하려면 남서쪽으로 조금 내려가야 한다. 운전시간도 지났고, 배달 일정도 여유 있어 내일 아침에움직이기로 했다.

 

인디애나에 오니 쌀쌀한 겨울 날씨다. 미주리 쪽도 추위와 폭설로 사고도 많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용케 눈을 잘 피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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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보다 트럭스탑

 

 

블루비콘에 들러 트레일러를 세척하고 그린필드로 향했다.

 

그린필드의 스미스필드는 단골 거래처다. 처음 두 번 안 좋은 경험이 있었지만, 그 후로는 괜찮다. 서류를 보니 총 네 건의 배달이다. 들러야 할 곳은 총 세 곳이다. 두 번째 배달처에는 두 건이다. 이렇게 배달 건수가 많으면 서류 작업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인디애나주를 지나 오하이오주에 들어섰다. 6시경에 러브스 트럭스탑에 들렀다. 원래는 여기서 밤을 새우고 갈 생각이었다. 첫 번째 배달처 가까이에 파일럿 트럭스탑이 있다. 트럭커패스 앱으로 확인하니 오후 6시 이전에 도착하면 자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면 내일 거의 10시간을 달려야 한다. 오늘 달린 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다. 80마일 더 가서 Hubbard에 대형 트럭스탑이 두 곳 있다. 주차 현황과 과거 기록을 확인하니 8시 정도에도 자리가 있을 것 같았다. 거기서 밤을 보내면 내일 운전할 부담을 좀 덜 수 있다. 타로카드를 뽑아봤다. 황제카드와 타워카드가 나왔다. 둘 다 괜찮은데 타워카드는 무슨 뜻일까? 가보면 알겠지.

 

76번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이 공사로 막혔다. 타워카드의 뜻이 이거였구나. 우회로를 찾아 돌아서 갔다. Flying J에 도착하니 역시 자리가 많았다. 이 정도라면 새벽에도 자리가 있을 듯했다. 한적한 곳에 세운 트럭 옆으로 후진하는데 경적을 울린다. 뒷날개를 접지 않아 자기 트럭에 부딪힐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타워카드의 뜻이 여기서도 조금 나왔다) 다시 앞으로 조금 전진해 각도를 조정했다.

 

후진에 자신감이 붙은 이후로는 예전보다 트럭스탑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내일 커네티컷으로 가는 코스를 조금 조정하면 집에 들렀다 갈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CB 라디오도 왔을 것이고, 김치나 다른 부식을 조금 보충할 수도 있다. 아직 결정은 못 했다. 그쪽 노선으로 가면 길도 막히고 톨비도 많이 나온다. 커네티컷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 주차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다음 화물이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배달을 마치고 기회를 한번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헤어진 그곳

 

 

Pilot Travel Center #255

Milford, CT

 

오후 4시, 밀포드의 파일럿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이럴 수가! 자리가 하나도 없다. 내일까지 연휴라 트럭 세워 놓고 집에 간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다가 휴게소에서 자리를 찾아볼 것을. 휴게소도 차량으로 넘쳐 보이기는 했다만.

 

방법이 없다. 유료 주차라도 해야지. 하룻밤에 18달러다. 세금이 붙어 $19.14다. 포인트로 결제했다.

 

트럭스탑이 눈에 익다 했더니 지난 6월 TNT 수련을 마치고 네이슨과 눈물의 작별을 했던 곳이다. 그 이후로 아직 네이슨을 만나지 못했다. 그때도 자리가 없어 유료주차를 했던 기억이 난다. 네이슨이 우버를 불러 내가 기차역까지 갈 수 있도록 해줬다. 8개월이 지난 후 당당한 솔로 드라이버가 돼 다시 그 자리에 왔다. 보고 싶다. 능숙하게 후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내일 아침 오전 7시 30분 배달이다. 거리는 7마일이니 넉넉잡아 15분이면 될 것 같다. 12시에 배달이 다른 곳에 있고, 그다음은 모레 아침 7시다. 모레까지 기다리기는 좀 그러니 내일 시도는 한번 해봐야겠다.

 

오늘 아침, 출발 전에 체중을 재봤다. 체중이 줄었다. 많이 준 건 아니어도 170파운드대로 내려갔다. 지난주는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간간이 하기는 했어도 시간도 짧고, 강도도 약했다. 그러니 순전히 식사 조절로 체중이 줄었다고 본다. 신체대사 나이도 43세로 내려갔다.

 

단백질 섭취량이 늘 부족한데, 해결책에 접근했다. 두부다. 두부에 단백질 함량이 40%나 됐다. 지방이 45%, 탄수화물은 15%에 불과하다. 이거야말로 다이어트에 가장 이상적인 식품이다. 계란과 더불어 먹으면 저탄수화물 식사를 할 수 있다. 공연히 프로틴 가루니, 프로틴바, 프로틴 드링크 이딴 것에 돈 들일 필요 없다. 프로틴 식품이라고 사보면 단백질 함량은 겨우 20% 내외다. 다음에 월마트 가면 일주일 치 두부와 달걀을 사서 냉장고에 재워놓아야겠다.

 

한국 정치에는 관심 끊는다 해놓고 나도 모르게 댓글을 달았다. 글쓴이를 배려하지 않은 조롱조의 비난 글이었다. 운전하고 오며 생각해보니 후회됐다. 이놈의 잘난 척하는 병이 도졌다. 댓글을 쓸 때는 세 번을 생각해야 한다. 필요한 글인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가? 좋은 기운을 담고 있는가? 겸손한 인간이 되자.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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