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스님 지상법문
철늦게 눈이 많이 내렸다. 불안하지 않다. 경험에 의하면 얼마 후면 녹아 없어질 것이다. 경험하는 것들은 모두 인연(因緣)에 의해 생겨나고 소멸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다. 인연이 모두 없어지면 생멸이 없는 적멸(寂滅)이라고.
열반경(涅槃經)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오랜 전생에 수행자로서 히말라야 산속에서 수도할 때 하늘신에게서 한 게송(偈頌)을 전해 들었다.
생멸하는 모든 것은 인연으로 생긴다. 인연이 다하면 적멸의 기쁨이다
먼저 이 게송의 앞부분을 들은 수행자는 하늘신과 거래를 했다. 그 뒷부분까지 모두 들려준다면 자기 생명를 주겠다고. 마지막까지 전해들은 수행자는 마침내 부처님이 되어 무상심심미묘법의 진리를 알게 되신 것이다. 즉 인연이 다하면 생멸이 없으며 적멸이다.
혹은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말하듯 공상(空相)은 불생불멸이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된 이후 양나라의 무제황제는 온갖 정책으로 불교를 홍포(弘布)하고 옹호했다. 황제 스스로 절에 가서 기거하기도 했다. 그런 중에 달마대사를 만나 대화를 했다.
황제: 내가 이런 정책들을 시행했는데 그 공덕이 얼마나 큰가?
달마대사: 없습니다.
훗날 육조스님은 “황제의 활동은 복덕이다. 공덕이란 마음의 불성을 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상의 인연따라 생멸하는 활동은 선악을 만들고, 복덕과 악덕을 이룬다. 보시를 행하면 복덕을 이루고, 살생을 행하면 악덕을 이룬다. 이런 선악의 인연은 마음에서 시작하고, 세상과 마음에 갈무리된다.
무제황제는 그가 시행한 복덕행(福德行)으로 그 나라가 오래 존속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달마스님이 말하는 공덕이란 인연이 일어나기 이전이나, 인연이 다한 후의 본래마음을 찾는 것이다. 이 찾는 공덕이 원만하면 적멸이고 열반이다. 이것은 수행을 이룸에 따라 원만해져서 적멸이고 열반을 이룬다. 큰 거울같은 지혜를 이룬다. 이런 사람이 부처님이고, 대보살님이고, 대장부이다.
사람마다 직업을 가짐으로써 그에 따라 복덕을 짓게 된다. 직업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덕을 닦고 지혜를 닦아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지혜있는 사람은 전생부터 지혜를 수행한 사람이다. 태어나면서 복덕이 있는 사람은 전생부터 복덕을 키운 사람이다.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비유하면 구슬을 모으는 일은 직업이고, 이것을 꿰는 생각은 지혜이다. 참선을 함으로써 지혜를 계발하게 되고, 공덕을 이룬다.
성철스님께서는 말한다. 혼자 있어서는 참선하고, 사회에서는 봉사하며 불공하라고, 이렇게 지혜와 복덕은 쌍으로 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실행하는 사람에게 세월은 그냥 가지 않는다. 나날이 새로운 마음으로 공덕과 복덕을 함께 행하는 생활을 하자.
글 원영스님 뉴저지 보리사 주지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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