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쉰 한 번째 생일을 맞았다. 미국에 온 이후로 한 살 젊게 살았다. 공식적으로 내 나이는 49세 364일이었다. 어제까지는. 이젠 부인할 수 없는 쉰 살이다. 쉰 살을 맞은 곳은 켄터키주 윈체스터의 Save A Lot 배송센터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1차 배달을 마쳤다. 트레일러를 열어보니 역시나 짐이 하나도 없다. 사무실로 가 추가 배달지가 있다고 말을 했다. 팰릿 4개를 다시 실었다.
윈체스터에 도착해 사무실로 가니 아무도 없다. 저녁 먹으러 갔나? 나도 트럭으로 돌아와 생두부와 김치로 저녁을 먹었다. 야드 자키가 다가오더니 야간 접수는 10시부터란다. 여기 있으면 안 되고 근처 트럭스탑에 있다가 오라고 했다. 원래 약속은 새벽 1시다.
Winchester 96 Truck Stop. 흙바닥에 팟홀이 곳곳에 파였다. 리뷰에는 70~80년대 트럭스탑을 연상시킨다는 글이 있었다. 음식이 괜찮다고 하니 생일 아침상은 가게에서 사 먹어야겠다. 알람 맞춰놓고 잤다. 본래 계획은 자정쯤에 갈 생각이었다. 10시에는 트럭들이 밀려있다가 한번에 들어가느라 혼잡할 터였다. 잠도 깨고 해서 10시 40분쯤 출발했다.
트럭이 몇 대 길가에 서 있었다. 나는 곧바로 들어갔다. 경비초소에서 일차로 접수하고 사무실에서 이차로 접수하며 도어를 배정받았다. 럼퍼피는 전화로 알려준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자정이 지났다.
내 쉰 살 생일을 기념하여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이 베트남에서 회담을 연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부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을 맺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바란다.
열 하루 더 일찍 태어났으면 나는 원숭이띠가 되었을 것이고, 이틀 늦게 태어났으면 76학번이 되었을터였다. 나는 태어났을 때는 무척 작았다고 한다. 엄마 표현으로는 조막만했다고. 두돌때까지 엄마젓 외에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안 되겠다 싶어 강제로 젖을 끊었더니 며칠을 울며 버티다 마침내 밥을 먹기 시작했단다. 그때의 충격 때문일까 나는 여자의 젖가슴에 유난히 애착(愛着)을 가졌다. 초등학생때도 엄마 가슴을 만지며 놀았다.
아직 이룬 것도 없고, 십대처럼 철이 없는데 오십이라니. 이백살까지만 살 계획이라 이제 일분기를 넘겼다. 앞으로 남은 150년도 열심히 살자.
소자본 창업 아이템 - 모바일 와쉬아웃
생일상 대신 트럭스탑 식당에서 사먹기로 했다. Classic Breakfast 메뉴. 베이컨, 계란 프라이, 감자 튀김, 토스트. 그리고 커피. 커피 맛이 괜찮았다.
발송처 인근에 위치한 주유소에 트레일러 세척을 하러 갔다. 따로 세차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주차장 한켠에 전용 장소가 있다. 다른 프라임 트럭이 이미 전화를 했단다. 잠시 후 밴이 도착했다. 40대로 보이는 금발의 여성이다. 키는 작은 편이지만 군살 없이 탄탄해 보였다. 능숙한 솜씨로 트레일러 두 개를 빠른 시간에 씻어냈다. 여성이 트럭 세차하는 것도 처음 봤지만, 지금까지 트레일러 세척한 것 중 가장 깔끔하다. (경비초소에서 트레일러 검사할 때 퍼펙트 평가를 받았다) 가격은 40달러다. 하루에 열 대 정도를 한다고 치면 400달러니까 벌이가 괜찮다. 차량과 기본 장비만 있으면 펌프 연료비와 물값 외에는 재료비가 들어갈 일도 없다. 여기 경우에는 주차장 임대료는 따로 낼 것 같다.
소자본 창업 아이템을 찾는다면 모바일 와쉬아웃 사업도 유망하다. 컨테이너 화물이 자주 오가는 곳 인근에 장소를 마련하고 물탱크와 압력펌프, 사다리 정도 장비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대형 물류회사의 네트워크에 가입하고 홍보만 되면 일감이 떨어질 일이 없다. 발송처나 배송처 가까이에 트레일러 세척 서비스가 있으면 트럭 드라이버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용한다.
마운트 스털링의 네슬리에서 트레일러를 연결해 존스보로로 출발했다. 켄터키 – 테네시 – 미주리 – 아칸소로 연결되는 길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치킨랩을 사 먹었다. 5달러인데 주유를 하면 2달러에 살 수 있다. 나는 직원이 묻는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예스라고 했다가 주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원은 정정(訂正)하기 귀찮은지 그냥 2달러로 계산했다.
오후 6시 40분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본래는 내일 새벽 4시 약속이다.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가라고 했다. 여기서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가는 화물도 있는데 내일 오후 약속이라 아직 트레일러가 준비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는 화물이 미리 준비되면 연락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남기라 했다.
밥테일로 인근 러브스 트럭스탑에 왔다. 저녁이라 주차할 자리는 없었다. 주유 펌프 진입구쪽에 가장자리로 다른 밥테일 트럭이 두 대 서 있길래 그 뒤에 세웠다. 주유하는 트럭이 드나드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잠시 후 내 앞의 밥테일 트럭 한 대가 빠지길래 앞으로 당겼다. 밥테일이 이럴 때는 좋다. 밥테일로 주차 공간 한 칸을 다 차지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샤워를 하려고 보니 러브스 샤워 크레딧이 소멸됐다. 러브스 샤워 크레딧은 3개가 있었는데 하나도 못 쓰고 다 사라졌다.
동부는 복잡해
9시에 트레일러가 준비됐다고 전화 왔다. 뷔페 식당에서 점심 먹으려던 계획은 취소다. 얼른 가서 서류를 받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그런데 씰 번호가 다르다. 맨 앞 번호가 5인데 2라고 서류에 적혀 있다. 오타다. 제대로 확인 안하고 출발했으면 큰일 날뻔 했다. 씰을 확인하지 않는 곳도 많지만, 원칙적으로는 씰 번호가 다르면 물건을 안 받는다. 그래서 대부분 발송처에서는 경비 초소에서 나가는 화물의 트레일러 번호와 씰 번호를 확인한다. 사무실로 가 서류를 수정하고 담당자의 확인 도장을 받았다.
동부로 가는 방법은 40번 도로를 타거나 22번 도로를 타고 남동쪽으로 갔다가 아틀랜타를 지나 85번 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퀄컴은 남쪽으로 약간 우회하는 코스를 잡았다. 40번 도로 어느 구간이 산사태로 막혔다는 얘기가 있다. 내가 가는 곳이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40번 도로는 험한 고개를 넘는다. 미시시피와 앨라배마, 조지아로 연결되는 남쪽길은 평탄하다.
오후 6시경, 앨라배마주 버밍햄 근처 플라잉 제이 트럭스탑에 멈췄다. 시간은 남았지만 더 가면 주차가 어렵다. 북동부가 주차는 최악이지만 남동부도 만만치 않다. 대도시 인근은 어디라도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내가 지나는 코스는 애틀란타를 앞두고 있어 특히 그렇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도 없다. 이곳도 오후 6시에 도착했는데 자리가 거의 찼다. 밀집도(密集度)가 높은 트럭스탑이다. 트럭스탑에서의 주차가 거래처에서의 후진보다 어렵고 위험하다. 여긴 실전 구역이다. 갈고 닦은 솜씨로 후진했다. 이젠 어디쯤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돌려야 할지 알겠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몇 번을 내려서 뒤를 확인했다. 그걸 보더니 옆 트럭의 드라이버가 CB로 알려주겠단다. 나는 아직 CB가 없다. (이번에 집에 가면 가져올 예정이다) 그랬더니 내려서 뒤를 봐줬다. 근래에는 트럭스탑에서 뒤를 봐주는 풍경을 별로 못 봤다. 나도 실력이 향상된 이후로는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 도대체 초보 트럭커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런데 여기에 오니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려서 뒤를 봐준다. 그만큼 혼자서 주차가 어려운 곳이다. 내가 주차를 마치고 나니 다른 빈 자리도 빠른 속도로 채워졌다. 조금만 더 늦게 왔어도 곤란할 뻔 했다.
여긴 덥다. 실내 온도가 82도여서 몇 달만에 에어컨을 틀었다.
내일 몇 시에 출발할지 고민이다. 8시간 쉬고 새벽 2시에 출발해 애틀란타를 지나서 2시간 쉬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애틀란타 출근길 정체(停滯)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10시간 휴식 후 새벽 4시에 출발하면 애틀란타를 지날 무렵 아침 러쉬 아워에 딱 걸린다. 아예 7시쯤 해뜨고 나서 출발하는 것도 괜찮다. 오전 10시면 출근길 정체는 풀렸으리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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