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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온 국민들이 경악과 충격 속에 빠졌다. 

 

3월 15일(금)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벌어진 이번 테러는 뉴질랜드는 물론 전 세계에 곧바로 전해지면서, 그동안 지구상 평화로운 나라 중 하나로 인정받던 뉴질랜드의 위상을 하루 아침에 무너트렸다.  

 

당시 요란했던 사이렌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었던 필자를 비롯한 이곳 교민들과 시민들은 너무도 큰 충격에 일주일이 지난 22일(금) 현재까지도 할말을 잃은 상태이다. 

 

시민들은 무거운 침묵 속에 시내 보타닉 가든 입구를 비롯해 곳곳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며 희생당한 이들과 부상자, 유족들을 눈물 속에 위로하는 모습들이다. 

 

이미 사건에 대해서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 자세히 보도된 만큼 이번 호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슈였던 총기안전에 대해, 그동안 본지를 비롯해 국내 언론들에 보도됐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되짚어 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총기관리>  

 

필자는 이미 지난 2016년 3월 말에 같은 칼럼을 통해 총기관리에 대한 문제를 한차례 제기한 바 있다. 

 

그때의 문제 제기는 2009년 5월 초에 네이피어에서 발생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잰 몰레나(Jan Molenaar, 당시 51세)의 경찰관 살해 사건 이후에도 대형 총기 사건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줄곧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군에서 6년 근무했다는 몰레나는, 당시 대마초 수색영장을 갖고 가택수색 중이던 렌 스니(Len Snee, 당시 53세) 경관을 총으로 사살하고 또 다른 경찰관 2명을 다치게 했다.  

 

시신을 수습하려던 특수무장경찰(AOS)과 몰레나는 이후 40여 시간이나 간헐적으로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해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결국 경찰력으로 부족하자 군에서 장갑차 2대가 출동, 범인 집을 향해 25mm기관포를 발사해 마치 시가전이라도 벌어진 듯했던 TV 장면이 필자의 기억에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대치 이틀 뒤 안에서 폭발음이 들린 후 경찰이 진입해 안방에서 숨진 몰레나를 발견했는데, 수색에 나선 경찰은 집과 차고에서 무려 18자루나 되는 각종 군용 총기류, 다량의 탄약, 그리고 각종 폭발물을 찾아냈다.

 

몰레나는 총기면허는 있었지만 사건 당시에는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으며 총기 대부분이 불법이었지만 관계기관에서는 이를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시에도 총기 안전 문제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당연히 당시에도 총기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컸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국민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결국 개선 조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총기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으며 이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 역시 이어졌지만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가 결국 이번과 같은 참극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이번 테러 직후 재신다 아던 총리는, 총기 관리법을 반드시 바꾸겠다는 소신을 밝혔는데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한국 속담이 다시 한번 현실화된 셈이 됐다. 

 

<테러 연상시킨 데어리 강도들> 

 

부실했던 총기관리는 그동안 각종 범죄와 연결돼 이제는 라이벌 갱단 간 다툼에서는 물론 데어리 강도 현장에도 총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사용되는 총기류 역시 아주 다양한 실정이다.  

 

2017년 11월 아침, 해밀턴 시내 한 데어리에서 벌어진 3인조 강도 사건의 CCTV 영상을 보자면, 소총을 겨눈 강도들이 복면을 한 채 마치 테러범들이 작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으로 가게로 뛰어들어 혀를 차게 만든다. 

 

당시 2명이 소총으로 무장했던 강도들은 현금과 담배를 강탈한 뒤 도난차를 이용해 도주했는데, 이처럼 총기 사건은 흔히 차량 도난과도 깊게 연결되며 특히 최근에 와서는 담배 가격이 크게 인상되면서 이를 노리는 강도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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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보다 앞선 같은 해 3월, 오클랜드의 망게레(Mangere)에 있는 한 데어리에 침입했던 2인조 강도는 아예 가게로 들어오면서부터 다짜고짜 총질부터 해댔다.  

 

당시 가게에는 종업원 4명은 물론 아이들을 포함한 손님도 여럿이었는데 강도들은 현급출납기를 통째 들고 기다리던 차를 타고 달아났지만 다행히도 가게에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경찰이 출동해 마누레와(Manurewa)에서 차량을 발견해 추적하자 강도들은 대낮에 길거리에서 경찰차에 총격까지 가하면서 달아났다. 

 

이후 차를 버리고 학교를 통해 주택가로 달아났던 범인들은 추적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경찰에 의해 20대로 알려진 3명이 체포됐으며 총기도 한 자루 압수됐다. 

 

<마약과 함께 흔히 발견되는 총기들> 

 

이처럼 데어리 강도는 물론 마약사범과 갱단 단속 뉴스에서도 마약과 불법 총기류가 함께 등장하는 사례 역시 이제는 너무 흔해 뉴스거리로 크게 주목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6년 12월에 남섬 사우스 캔터베리의 티마루(Timaru) 경찰은 티마루와 애시버턴(Ashburton) 등 관할 지역에서 갱단과 연관된 6곳을 전격 수색했다. 

 

그런데 이 중 티마루 남쪽의 한 집에서는 메탐페타민과 대마초, 엑스타시는 물론 AK47 군용 소총을 포함해 22구경 소총, 그리고 석궁(bolt-action crossbow)도 함께 발견됐다. 

 

여기에 화약 15g과 더불어 폭발물 제조에 사용되는 뇌관(detonator)도 함께 발견됐는데, 경찰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군대에서나 쓰이는 부비트랩(booby traps)이 지하 벙커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부비트랩은 건드리거나 들어올리면 폭발하도록 수류탄이나 화약을 가지고 현장에서 급조하는 폭발물인데, 이런 군용 장치가 이제는 갱단 단속에서까지 등장하는 현실이 됐다.

 

또한 이듬해 2월에도 웰링턴 경찰이 펼친 ‘몽그렐 몹(Mongrel Mob)’ 갱단과 연관된 마약사범 단속 작전에서도 무려 10자루의 불법 총기류가 한꺼번에 발견된 적도 있다. 

 

작년 12월에도 북섬 마나와투(Manawatu) 경찰의 마약 단속 작전에서 마약사범들이 4명 체포되면서 마약과 28만달러 현금, 그리고 14정이나 되는 총기류가 나왔다. 

 

또 금년 2월에는 와이카토의 테 포이(Te Poi)에 있는 한 주택을 수색한 경찰이 LSD 등 마약과 현금 외 22구경 소총은 물론 M4 군용 반자동 소총, 산탄총 2정 등 9자루나 되는 각종 총기류와 상당량의 실탄을 발견해 압류했다.

 

이처럼 마약이나 갱단 단속에서 총기류 등장은 이젠 흔한 일이며 나왔다 하면 10여 자루에 종류도 사냥용이 아닌 군용 소총까지 나오고 있어 단속 현장에 특수무장경찰의 동행 역시 일상화된 지 오래이다. 

 

특히 마약사범들이 총기와 관련되는 현상은 이전에는 몽그렐 몹 등 주요 갱단들을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현재는 일반 마약사범들에게도 불법 총기류가 널리 퍼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금년 2월 오클랜드 세관에 적발된 2명의 마약 밀수범들은 마약과 함께 권총 2자루를 외국에서 들여오던 골프 카트의 배터리 부분에 숨겨 반입하려다 적발됐는데 이들은 각각 중국과 대만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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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총기 범죄의 희생자> 

 

이처럼 합법이든 불법이든 총기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주변에서 총기가 사람이 아닌 동물들에게 사용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과 다음해 초에 걸쳐 더니든 일원에서는 바다사자(sea lion)들이 총에 맞아 죽은 사건들로 주민들이 크게 분노한 바 있다. 

 

당시 오타고 해변에서 태어난 지 11개월된 암컷인 바다사자 ‘루아(Rua)’가 몸 한쪽에 총알구멍이, 다른 편에는 깊숙하게 몸이 찢긴 상처가 난 채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과 자연보존부(DOC)는 물론 ‘더니든 바다사자 재단(Sea Lion Trust)’까지 공조 수사에 나서서 몇달 뒤에 52세로 알려진 한 남자가 범인으로 체포됐다. 

 

죽은 루아는 그해 이 지역에서 태어났던 11마리 새끼들 중 하나로 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향후 왕성한 번식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분노는 거셌다.

 

그러나 2017년 4월에도 오와카(Owaka) 인근 카틀린스(Catlins)의 잭스 베이(Jacks Bay) 해변 사구에서 또 수컷 바다사자 한 마리가 총상으로 부상을 당한 채 발견됐다.

 

DOC에서는 총상으로 폐출혈이 심했던 바다사자를 끝내 살리지 못했는데, 수의사는 바다사자가 큰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갔을 것이라고 말해 주민들이 또 한번 분노로 들끓었다. 

 

한편 같은 해 6월에 인버카길(Invercargill) 주택가에서는 골든 래브라도 견종의 반려견 한 마리가 주인이 출근한 사이에 집 안마당에서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수의사 부검 결과 개는 최소한 공기총 정도 위력을 가진 총기에 맞은 것으로 보였는데, 페이스북으로 전해진 소식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면서 경찰 수사를 돕기 위한 현상금을 모으기도 했다.

 

또 작년 7월 말에는 노스랜드의 다가빌(Dargaville) 해변에서 얼룩무늬 물범(leopard seal) 한 마리가 총격으로 죽은 채 발견됐으며 수사 끝에 15, 16세 청소년 4명이 범인으로 붙잡힌 바 있다.

 

당시 분노한 한 단체는 범인 검거에 5000달러라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는데 그때에도 경찰은 미성년자들이 어떻게 총기를 가질 수 있었는지를 조사했었다.  

 

이처럼 반려나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농장 가축에게 총질을 해대는 범죄는 전국적으로 벌어지면서 그 횟수도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 역시 총기 범람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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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뒤떨어진 총기관리 법률> 

 

한편 작년 7월 로토루아에서는 한 택배회사 직원이, 온라인으로 구매된 총기류를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집 문앞에 두고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산탄총(shotgun)을 샀다가 크게 놀라 언론에 이를 제보했던 구매자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배달 주소는 맞았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판매상인 ‘리로더스(Reloaders)’ 측은 특별히 분홍색 스티커까지 붙여 반드시 구입자 서명을 받도록 안내했는데도 이런 사고가 났다면서, 그러나 회사가 더 이상 할 일은 없다면서 책임을 택배회사에 미루는 자세였다. 

 

당시 택배사였던 PBT는 직원이 총기 배달인줄 몰랐다면서 회사의 잘못을 시인한 바 있는데, 이는 판매된 총기가 전혀 엉뚱한 이들의 손에 쉽게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번 테러의 범인 역시 온라인으로 총기들을 구매했으며 2017년에 합법적으로 총기 면허를 취득했지만 일부 총기는 살상력을 높이고자 개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25만여명의 총기면허 보유자들이 150만정에 달하는 각종 총기류를 보유 중인데, 2017년 신청된 4만3509건 중 99.6%가 허가돼 면허 취득 규정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또한 작년에만 5만2000정, 2200만달러어치에 달하는 각종 총기류가 국내로 수입됐는데, 한편 시중에 돌아다니는 불법 총기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총기 관련 법률은 개정된 지 30여년이 지나 시대에 맞지 않는 상황인데, 아던 총리는 빠른 법률 개정을 약속해 독자들이 이 칼럼을 대할 무렵이면 구체적인 새 법률안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던 총리는 3월 21(목)을 기해 ‘군용 스타일의 반자동 총기류(military-style semi-automatic weapons, MSSA)’와 ‘자동소총(assault rifles)’ 금지령을 내렸으며 총기 판매상들 중에서는 이와 같은 총기류를 반납한 바 있다. 

 

새 법률에서는 이처럼 살상력 강한 총기류를 금지하고 기존 총기류를 반납시키면서 위반 시 엄격한 처벌을 부과하는데, 정부는 이와 더불어 보유 중인 불법 무기에 대한 반납과 사면도 함께 추진한다.  

 

이는 지난 1996년 태즈매니아에서 35명이 사망하는 총기 사건 이후 관련 법률을 대폭 강화했던 호주의 전례를 따르는 셈인데, 당시 정부 자금으로 70만정의 총기까지 회수 조치했었던 호주는 이후 총기 사건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새 법이 제정돼도 경찰 등 운용기관의 기능이 효과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암시장의 총기 가격만 더 높아지면서 각종 총기 문제는 테러 사건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결국 뉴질랜드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총기 문제를 대하는 국민들의 올바른 자세 정립과 함께 지금이 국가 미래를 위해 총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슬기롭게 해결돼 우리와 자손들이 살아갈 뉴질랜드가, 미국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총기 범죄가 횡행하는 나라가 아닌 더욱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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