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의 혼자서 지구 한바퀴 (12)
왜 툭툭이 기사는 얼굴을 감추었을까?
Newsroh=안정훈 칼럼니스트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도시 갈레의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밖으로 나오자 다른 도시나 마찬가지로 툭툭이 기사들이 달라붙었다. 내가 예약한 호스텔을 말해 주니 500루피를 내라고 했다. 너무 터무니 없는 요금이라 대꾸도 하지 않고 길을 걸어갔다. 3명의 툭툭이 기사는 계속 따라 오면서 얼마면 가겠느냐? 고 물었다. 나는 이 사람들과 말을 섞고 싶지가 않아서 못 들은 척하고 그냥 걸었다.
나는 오래 여행 하면서 아날로그 수준에서 벗어나 디지탈 노마드가 되가고 있다고 자뻑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젠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구글 맵으로 호텔의 위치와 거리를 확인해 둔다. Pick Me 앱(스리랑카의 툭툭이 호출 우버)으로 소요 시간과 요금을 체크해 두었다. 확인한 바로는 200루피가 적정 요금이었다. 현지인들은 150루피 정도면 된다. 누굴 호구로 아나? 생각하며 길을 건너려는데 기사 하나가 내 등 뒤에 대고 '퍽 유!"라고 욕을 했다. 영국 식민지였다고 욕도 영어로 잘 하시는구만 ㅠㅠ . 나는 맞대꾸 하지 않는 대신, 뒤 돌아서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가운데 있는 툭툭이 기사가 재빨리 손으로 얼굴을 감추었다. 누가 욕을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스리랑카 갈레에서 나에게 '퍽유!' 라고 욕을 했던 툭툭이 기사는 내가 사진을 찍자 빛의 속도로 얼굴을 감추었다. 불교의 나라라서 부처님께 부끄러웠기 때문일까? 이 싸람아 ! 나쁜 짓 인줄 알면 착하게 살아야지.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고 다짐하며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어서 나무랐다. 그러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는 커녕, “히얼 이스 마이 컨추리. 폴리스 헬프 미 온리, 낫 유” 라고 지껄인다. 어이가 없어서 실소(失笑)를 지었다. 옆에 있던 두 명의 툭툭이 기사가 '쏘리 쏘리' 하며 사과를 했다. 그 사이에 욕을 한 불량스런 툭툭이 기사는 재빨리 도망을 쳐 버렸다. 나이 든 기사가 자기가 주는 대로 받고 가겠다고 했다. 200 루피를 주고 호텔로 갔다.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겪었지만 욕을 하는 기사는 처음 만난 거라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같은 날 엘라에서 갈레로 버스를 타고 올 때도 원래 요금 보다 60루피나 더 비싼 200루피를 내라고 했었다, 스리랑카에 온 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고 여러 도시를 다녔다. 요금이야 빤한데 거짓말을 하는 것 이었다. 영수증을 달라고 해서 확인해 보니 140 루피였다. 왜 더 달라고 하냐? 라고 물었더니 캐리어 가방을 실어서 더 내야 한다는 것 이었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었더니 기분 나쁘다는듯 인상을 쓰면서 내 손에 쥐고 있던 140 루피를 채 가듯 받아 갔다. 바로 전 여행지였던 인도에서 유독 심한 바가지 요금 때문에 힘들어 했었다.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라 사람들이 착할 거라고 기대 했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게 바가지 장난질을 쳤다. 하긴 그들에게 외국인은 모두 호갱님 이었다.
스리랑카의 완행 버스. 나에게 캐리어 가방 요금을 따로 받으려고 했다가 내가 웃으면서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멋적어 하면서 원래 요금만 받았다. 그나마 순진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악덕 택시 기사가 외국인들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워 나라 망신을 시킨다고 들었다. 택시 기사나 툭툭이 기사는 외국인 여행자가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접하는 현지 사람들이다. 일부 나쁜 기사들 때문에 나라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진다. 여행을 다녀보니 후진국은 기사들의 행태가 거의 똑 같았다. 매번 요금 때문에 신경전을 벌여야 하니 초장부터 피곤해지고 짜증이 나고 심하면 정나미가 떨어지기까지 했다. 러시아, 발트, 발칸, 모로코, 남미, 쿠바, 아시아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찬가지였다. 그 중에서도 발칸 국가들이 최악이었다. 심지어 수십 배의 요금을 부르기도 했었다.
비교적 여행 인프라가 잘 돼 있는 태국의 방콕에서도 어이없는 경험을 했었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기 위해 노선 지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 때 어떤 남자가 다가와 친절하게 굴면서 "오늘 지하철 사고가 생겨서 시내까지 못 간다" 며 택시를 타야 한다고 과장된 제스추어를 써가며 설명 해주었다. 이건 사기 냄새가 너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구에 가서 물어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태연하다. 물론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시내까지 잘 도착 했다.
한번은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볼 일이 있어서 배를 타고 가보기로 했었다. 수쿰빗에서 전철을 타고 가서 다시 툭툭이로 갈아 탄 후에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타야하는 불편한 방법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을 것 같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지상철역에서 내려 툭툭이를 타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다른 기사가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고 물었다. 카오산 로드에 가기 위해 배를 타러 간다고 하니 홍수가 나서 배가 안다닌다고 했다. 갈려면 툭툭이를 타고 돌아서 가야 한다고 말 했다. 바로 사기(詐欺)라는 걸 직감 할 수 있었다. "내가 확인해 보았는데 지금은 배가 다닌다" 라고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기사가 군소리 하지 않고 자기 툭툭이에 타라고 했다. 선착장에 내려서 배를 타고 시원한 강 바람을 맞으며 목적지 까지 잘 갔다. 그나마 태국에서 만났던 나쁜 기사들은 거짓말 하는게 어설퍼 보여서 애교로 받아주고 넘길 만 했었다.
말레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밤늦게 도착 했었다. 공항에서 시내 까지는 공항버스를 탔다. 시내의 버스 종점에서 호텔은 가까운 거리 였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택시가 있어서 탔다. 호텔에 도착해서 미터기를 보니 45라고 찍혀 있었다. 50링깃을 내니 5링깃을 거스름 돈으로 주었다. 도착 첫 날이라 화폐 단위와 환율도 생소 한데다가 말레시아는 바가지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 다음날 걸어서 전 날 밤에 택시를 탔던 장소를 지나게 되었다. 호텔에서 1km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너무 요금이 비쌌던 게 이상 하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니 미터기의 요금이 4.5 링깃 이었다. 10배의 바가지를 두 눈 뻔이 뜨고 당한 것 이었다. 긴장이 풀려서 방심한게 잘못이었다. 이상하면 일단 미터기나 차량 번호를 사진 찍어 두어야 하는데 깜박 했었다. 항상 실수를 했던 건 목적지에 밤 늦게 도착 했거나 심야에 이동해서 새벽에 내렸을 때 였다. 장시간 이동하고 나면 몸이 피곤해서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변이 어두우면 지형지물을 파악하기도 어려워 실수를 많이 했었다. 그 이후부터는 쿠알라룸푸르에 머무는 동안 택시는 한번도 타지 않고 그랍(GRAP)이라는 말레시아 우버만 불러서 타고 다녔다. 그랍은 요금도 저렴하고 호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주행 경로 등을 핸드폰 앱으로 확인 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안전해서 아주 만족했다. 모르면 마음 고생, 몸 고생, 돈 손해 라는 말이 맞는것 같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호텔 입구가 도로 공사 중이어서 택시가 못 들어간다고 했다. 기사는 도로 공사중 표시판 앞에 차를 세우더니 여기서 부터 호텔이 멀지 않으니 조금만 걸어가 달라고 했다. 네팔 사람들은 순수하고 착하다고 생각 했던 나는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리고 쌩 고생을 했다. 물어 물어서 헤매다가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릭샤라는 자전거 인력거를 타고 겨우 호텔로 갔었다. 나중에 그 길을 걸어서 갔는데 호텔 입구는 공사 중이 아니었다. 운전기사는 호텔 가는 길이 정체가 심하다는 걸 알고 도로 공사 표지판이 있는 엉뚱한 곳에 차를 세우고 어수룩한 여행자를 속였던 것이었다.
그래도 아시아에서 만났던 나쁜 운전 기사들은 밉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바가지를 씌워도 아주 큰 금액은 아니었다. 짧은 일정으로 여행 한다면 알면서도 모르는 채 넘어가 주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햇었다. 가난한 장기 배낭 여행자 였기에 작은 금액도 꼼꼼하게 따지게 되고 불쾌한 언사도 나누었던 게 오히려 민망스럽기 까지 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60평생을 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배움이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나에겐 모두 스승이었다.
우버 택시가 왜 필요한지?는 낯선 나라들을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안다. 일단 운전자의 신원을 알수 있다. 통화 기록이 남는다. 거리와 요금을 미리 알 수 있다. 안전과 합리적인 요금 때문에 여행자들은 우버를 선호한다
쿠바의 바라코아에서 아바나 까지는 버스로 24시간이 걸린다. 마침 관광객을 실어다 주고 돌아가는 빈 승용차를 만나 흥정해서 타게 됐다. 젊은 기사가 얼마나 밟아 대는지 불과 13시간 만에 주파 했다. 중간에 주유소에서 빼돌린 기름 배급표를 가지고 통에다 기름을 받아서 주유 하느라 5번이나 정차했고 자기 여자 친구 집에 들러 차도 마시고 휴게소에서 2번을 식사하느라 쉬었는데도 시간이 절반밖에 안걸렸으니 얼마나 과속을 했을까? 나는 차에서 잠을 자기는 커녕, 잠시 눈을 부릅뜨고 앞좌석을 손으로 꽉 잡은 채 내내 긴장 했었다.
동남 아시아에서는 탈 때 마다 겪어야 하는 택시 요금 시비가 찌증이 나서 아예 전기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고 다녔다.
아시아 지역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툭툭이. 요즈음은 메터기를 부착한 툭툭이도 등장 했다. 엡으로 부를 수 있는 시스템도 보급되고 있다.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택시 기사가 공사 중 표시판 앞에서 차를 세우고 도로 공사 중이라 차가 골목으로 들어 갈 수 없다고 했다. 호텔이 가까우니 걸어가라고 했다. 난 인상 좋은 네팔 운전 기사 말을 믿고 무거운 가방을 끌고 내렸다가 쌩 고생을 했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고 날씨는 더운데다가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아서 너무 힘이 들었다. 결국 자전거 인력거를 타고 호텔을 찾아 갔다. 가까운 거리지만 요금은 거의 택시 요금이라 결코 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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