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정호 편집장 (홍콩수요저널)
홍콩 한인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양으로 살아갈까? 한인사회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궁금증은 끝이없다. 편집장으로서, 우리 신문의 독자를 잘 파악해서 그에 알맞는 기사와 정보를 전달하고, 광고 효과도 높이려는 고민은 끝이 없다.
홍콩 한인사회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만나는 분들마다 경제수준이 높고, 교육수준도 뛰어났다. 외모나 매너도 모두 훌륭한 분들로 보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개척자이자 도전적인 리더들이었다. 사회 초년병의 눈에는 쉽게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위화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화려한 배경과 스펙 등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 가정을 이루고 홍콩 한인사회의 일원이 되었다고 스스로 느낄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더가 너무 많고 중간 일꾼이 없는 사회’라는 느낌… 평범하거나 젊은 사람들이 반복하고 실천해야 할 행동력은 부족한 집단처럼 말이다. 군대로 비유하자면 이등병 한 명에 병장만 가득한 내무실이라고 할까.
이런 모습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발견된다. 직장, 종교모임, 동우회, 동문회, 가까운 지인들의 모임, 어디에서도 비슷하다. 멋진 계획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많은데, 말없이 잘 따라주고, 함께해주는 평범한 일꾼들은 너무 적다. 결국 리더가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감당해야할 정도로 말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울 때는 십시일반 힘을 합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의 성과가 이루어지면 리더 기질이 드러나 그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한다. 또는 작은 리더 자리라도 확보되지 않으면 그냥 등을 돌려버리거나 자신만의 세계로 닫아버리는 모습을 적지 않게 봐왔다. 이런 이유는 홍콩의 생활비용이 높아 교민 인구수가 쉽게 증가하지 못하는 환경영향, 그리고 홍콩의 지역 자체의 문화적 영향(물질관, 개인주의 등)을 받아서 그러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런 홍콩 한인사회의 필요한 것은 성실한 팔로우십이 아닌가 한다. “좋은 리더는 2인자로도 뛰어났다”는 로버트 켈리 교수의 말처럼, 좋은 리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팔로워가 필요하다. 이것을 단순히 인맥관리로 이해한다면 여전히 권위주의에 젖어 있다고 생각하시라. 좋은 팔로워가 된다는 것은 과거의 맹목적인 충성과 다르다. 현대적 개념으로 이해하자면 바로 ‘공유’이다. 더 쉽게 말한다면 ‘공감’이다. 한 사람의 의견에 공감해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공유는 집단 전체의 아젠다를 형성하는 리더십의 기초가 된다. 팔로워십은 본인 자체가 매개체로 녹아야 한다. 본인의 주장을 따라오라는 식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함께 따라가자’는 것이다. 팔로우십의 전제는 본인을 겸손하게 낮추고 상대를 더 높이는 자세이어야만 가능하다.
홍콩수요저널의 미래 자세는 바로 이 팔로우십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기고한 글에서 표현한대로 교민을 위한 ‘관심과 사랑’의 연장선이다. 교민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자연스레 매체(media)의 본 역할이 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의 무서운 발전은 이런 매체 본연의 기능을 살리고 있으며, 기성 언론의 권위주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요저널은 편집장이 관리하던 개인 페이스북 계정(www.facebook.com/wjhongkong)과 분리해 수요저널 전용 페이지(www.facebook.com/hksooyo)를 개설했다. 그리고 ‘홍콩땅콩뉴스’라는 이름으로 헤드라인 카드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요일에 배포되는 종이신문과 인터넷판보다 월요일에 먼저 헤드라인만 볼 수 있도록 만든 이미지 뉴스 서비스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달만에 편집장의 교민 친구수가 1천명 미만에서 2100명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젊은 층이 많은 까닭에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진다. 재미있는 광고는 기사보다 더 빨리 클릭된다. 기존 PC용 홈페이지와도 상당한 속도의 반응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요저널이 많은 팔로워를 확보했다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많은 팔로워를 맺어 더 많은 교민들의 관심사를 함께 나누고, 더 많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레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자보다 직접통화를 더 좋아하지만, 가벼운 소통은 SNS 만한 것이 없다고 본다.
팔로우십은 SNS의 팔로우 기능에서 비롯된 단어이지만 홍콩에 흩어져 있는 교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교민신문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좋은 삶의 경험들을 젊은이들에게 나눠주는 역할과 함께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수요저널은 매체가 갖고 있는 전통과 권위에 기대지 않고 소통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며, 주장이 강한 리더십보다 성실한 팔로우십을 실현하는 그런 언론이 되고 싶다.
깔쌈하면서도 진지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2016년 한 해도 건승하시길 빕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계속 배우며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