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후 2시 체크인을 했다. 짐을 싣고 있으니 A17 도어 앞에서 트레일러 연결하고 기다리란다. 오후 4시 넘어 출발할 수 있었다. 뉴저지에 모레 오전 7시까지 배달이니 시간은 괜찮다.
출발이 늦어 얼마 못 가 멈춰야 했다. 트럭스탑은 이미 자리가 없다. 휴게소에는 몇 자리가 있었다. 건물에서 식수 보충하고, 저녁으로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오하이오에만 와도 차량이 많다. 트럭도 많고. 동부로 갈수록 복잡해진다.
트럭 운송회사 중에 Swift라고 있다. 꽤 큰 회사다. 미국에서는 UPS나 Fedex가 가장 큰 운송회사다. 이 회사들은 항공기, 장거리 트럭, 로컬 배달 트럭 등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춘 회사다. 순전히 트럭으로 남의 화물을 나르는 트럭 운송회사 중에서는 Swift가 가장 크다. 트랙터와 컨테이너 숫자가 내가 다니는 Prime의 두세 배는 될 것이다.
스위프트는 사고 많기로 惡名(악명)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2~3주 수련 후 CDL 면허만 따면 바로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프라임으로 치면 PSD 과정만 마치고 실전에 투입되는 셈이다. 프라임은 TNT 과정까지 4만 마일을 주행해야 정식 드라이버 자격을 준다. 그러고도 솔로로 데뷔하면 몇 달은 고생한다.
트럭커들 사이에서 스위프트는 늘 조롱의 대상이다. 유튜브에 스위프트 사고만 모은 영상도 많다. 스위프트라고 운전 못 하는 사람만 있겠냐마는 당장은 서툰 초보자들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차량 대수도 많으니 더 그렇다. 트럭스탑에서는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내 옆 칸에 스위프트가 주차했어. 무서워. 이런 글이 반 장난으로 인터넷에 올라온다. 스위프트 트럭이 주차하다 남의 차량을 파손하면 스위프팅(Swifting) 당했다고 표현한다. 나는 스위프트 드라이버를 얕볼 처지가 아니다. 지난 일년을 돌이켜보면 나도 스위프트 소속이라 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트럭커 세계에서 경외와 조롱의 의미로 쓰이는 용어가 있다. ‘수퍼트럭커’다. 보통은 놀라운 차량의 성능으로 무섭게 질주하는 트럭 드라이버를 지칭한다. 수퍼트럭커가 되려면 최소 70마일 이상은 달려야 한다. 나는 도로에서 80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트럭도 봤다. 수퍼트럭커는 어떤 상황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폭설로 도로가 막혀도 그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면 뻥이고, 비슷한 느낌이기는 하다. 실력과 경력을 갖추지 않고 위험하게 빨리만 달리는 트럭도 수퍼트럭커로 불리는데, 이때는 조롱의 의미다. 프라임 트럭은 65마일로 속도가 제한돼 태생부터 수퍼트럭커가 될 수 없다. 수퍼트럭커는 속도 제한을 없앤 오너 오퍼레이터가 많다.
대형 트럭 회사가 속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보험료 때문이다. 속도가 느릴수록 사고 확률이 줄고,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가 적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속도 제한을 조건으로 요구한다. 트럭 회사로서도 천천히 달리면 차량에 무리가 적고 수리비나 유지비가 절약된다.
이런 날도둑을 봤나!
휴게소에서 잘 자고 일어나 출발했다. 점심때 무렵 플라잉 제이 트럭스탑에 들렀다가 아니고 들를 뻔했다. 가민이 입구를 잘못 가르쳐주는 바람에 다른 길로 들어섰다. 몇십 미터를 후진해 다른 주유소로 겨우 들어갔다.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 그 주유소는 한산해 주차 공간이 많았다. 거기 세우고 걸어서 플라잉 제이로 갔다. 샤워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간단히 샤워만 하고 왔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뉴저지 키스비(Keasbey)에 도착했다. 이곳도 넓은 대기장을 입구 앞에 갖췄다. 뉴저지에 이런 곳은 흔하지 않다. 다만, 들어가는 트럭은 댈 수 있어도 나오는 트럭은 못 대는 구조다. 배달이나 픽업을 마치면 그냥 가라는 뜻이다. 주차하고 경비실로 가니 내일 배달은 럼퍼가 출근하는 오전 1시부터 시작한단다. 나는 아침 7시 약속이다. 미리 배달해봤자 근무 시간이 끝나 갈 곳도 없다. 여기서 집은 50마일이라 한 시간 조금 더 걸리지만, 주차를 할 수 있어야지, 이거 원. 천상 두 시간 조금 더 걸리는 핏스톤 터미널로 가야 한다. 8시간 취침 후 출발한다 해도 남은 시간이 1시간 50분이라 마땅찮다. 10시간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할 도리 밖에.
목요일은 급여가 들어오는 날이다. 급여 명세서를 확인하니 형편없다. 달린 거리가 얼마 안 되니 당연한 얘기다. 다음 주 급여도 마찬가지다. 내일 배달을 마치면 집에 며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제 내역에 이상한 게 있다. 로드락 차지가 70달러다. 가뜩이나 얼마 안 되는 돈이 그것 때문에 더 줄었다. 스프링필드 본사에서 받아서 아칸소로 배달 갔던 건이다. 뭔가 싶어 페북 그룹에 질문을 올렸다. 트레일러를 넘겨준 드라이버가 트레일러 안에 로드락 2개가 있다고 클레임을 한 것이란다. 그런 것도 있었나? 나는 트레일러 안에 로드락을 남겨둘 일이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나중에 다른 트레일러 받았을 때 로드락이 있으면 모자라는 만큼만 챙긴다. 내 트럭은 4개까지만 장착할 수 있어 그 이상의 로드락은 그냥 트레일러에 남겨둔다. 나는 이게 관례인 줄 알았다. 다른 드라이버도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70달러에 목숨 거는 드라이버도 있었다. 어쩐지 로드락을 10개 이상 억지로 트럭에 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더라. 그게 다 돈이니까 그랬군.
그날 배달로 번 돈이 50달러다. 그런데 내가 갖지도 않은 로드락 값이 70달러 나갔다.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오히려 20달러 손해 봤다. 이게 뭐 하자는 시츄에이션인가?
많은 일을 처리한 주말
지난번 홈타임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요한 여러 일을 순조롭게 처리했다.
아이들 여권 신청, 2018년 세금보고, 소셜 시큐리티 업데이트 등
배달을 마치고 터미널로 향했다. 출발 전에 제시 익스프레스에 전화해 2시 차를 예약했다. 비가 오는데 사이드미러 커버에는 얼음이 얼었다. 11시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트레일러 주차, 문서작업, 짐정리를 했다. 빨래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맥도날드까지 걸어갔다. 15분 걸렸다.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문제는 인도가 없어 위험했다. 약속 시각에 버스가 안 와서 전화를 걸었다. 운전사가 No English란다. 이것 참 딱하다. 제시 익스프레스의 운전사는 모두 남미계다. 승객은 대부분 흑인이다. 승객 중에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 가는 도중에 눈발이 날렸다.
집에 도착하니 아직 아이들 여권 사진을 찍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포토샵으로 편집했다.
다음날,
CVS에서 사진을 인화했다. 70센트 들었다. 홀리스 우체국에 가서 아이들 여권을 신청했다. 성주는 16세 이하라 아내의 신분증과 서명도 필요했다. 아내가 같이 가길 잘했다.
미주미에서 뷔페 점심을 먹었다. 맛있는 게 많다. 과식은 기본이다.
바로 옆의 알리폰드파크 야생환경센터를 산책했다. 거위 두 마리가 우리를 맞았다. 사람에게 익숙한지 다가왔다. 쿠키를 조각내 주었더니 잘 먹는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고갯짓을 하며 쉑쉑 소리를 냈다. 사람 손에 있는 것은 절대 먹지 않았다.
어젯밤에 회계사에게 보낸 이메일에 답장이 왔다. 오늘 방문해도 된단다. 2018년 세금보고를 했다. 6천달러 정도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 텍스리턴은 6년만이다. 택시운전 시작하고는 환급받은 적이 없으니까.
집에서 Midnight in Paris를 봤다. 고흐의 화풍으로 그린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고흐의 죽음에 담긴 미스터리를 다뤘다.
성주의 전기기타를 주문해줬다. 매일 스마트폰에 빠져 살던 아이가 기타를 접한 이후로는 기타만 잡고 산다. 게임만 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
그 다음날,
오랜만에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다. 예배 형식이 주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오후에 원용호 장로님 집에서 청년부 BBQ 파티가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릴에 삼겹살을 구웠다. 건장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먹어대는지 구워내기 바빴다. 삼겹살 40파운드가 들었다.
수영이는 친구 둘을 초대했다. 스피로스와 조엘이다. 스피로스가 수영이의 남친이다. 그리스계 혼혈로 하얀 피부에 머리가 길고 키는 수영이보다 작았다. 곱상한 얼굴에 여자처럼 생겼다. 조엘은 남미계 흑인이었다. 나는 조엘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여자 친구가 있단다. 딸아이 남자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한 달쯤 전에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수영이가 또 수업을 빼먹었단다. 나중에 물어보니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해 단번에 달려갔단다. 장하다. 우리 딸. 그래 그깟 수업이 뭐가 중요하겠니. 아빠는 모범생으로 사느라 절대 수업은 빠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나중에 목사님도 오셨다. 성경의 모순되는 내용에 대해 목사님께 질문을 드렸다. 복음서에 예수의 족보가 있다. 아담 또는 아브라함에서 요셉까지, 그런데 정작 예수님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났다고 적혀있다. 즉 혈통이 이어지지 않았다. 목사님은 믿음의 상징이 중요하며 성경은 이성이 아니라 믿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답하셨다. 예상했던 답이다.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원장로님 집으로 돌아와 더 시간을 보냈다. 개척교회 시절부터 벌써 10년이 넘은 인연이다.
소셜 시큐리티 오피스로 갔다. 여권을 보여주고 신분을 업데이트했다.
제시 익스프레스 9시 차편을 예약했다.
다다음날,
자정이 넘어 맥도날드에 내렸다. 걸어갔다. 밤이라 차량 통행은 뜸하지만 어두워서 위험하다.
트럭에 돌아오니 APU가 작동을 안 했다. 냉각수가 부족해 엔진과열이란다. 바로 앞에 트랙터샵이 있지만 내가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커버를 열고 냉각수를 보충했다. 이번에는 오일 압력이 낮단다. 엔진오일도 보충했다. APU엔진은 작다.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라 대충 부었다. 이번에는 안전 커버가 열려있단다. 타이로 커버 센서 버튼을 잠궜다. 이제야 작동한다. 앞으로 작은 유지보수는 내가 직접 하는 게 좋다.
세탁실에서 빨래하고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팔린 트레일러를 끌다
오전 7시, 전화가 왔다. 글렌이다. 일할 준비가 됐냐 묻는다. 트레일러 143271을 끌고 가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받아 인디애나로 가는 화물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 아침 식사하고 샤워까지 했다.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하고 내부를 확인하니 더럽다. 터미널에 왔으면 washout하고 내려놓을 것이지. 리퍼 연료도 절반이 안 됐다. Wash bay로 가 트레일러 내외부, 트럭까지 다 씻었다. 아웃바운드를 나가려는데 직원이 이 트레일러는 판매된 것이라 끌고 나갈 수 없단다. 무슨 소리냐? FM이 이 트레일러 배달하라고 했다. 결국, 확인서에 사인하고 나왔다. 어쩐지 트레일러가 여느 때와 조금 다르다 했더니. 프라임 트럭과 트레일러는 수퍼 싱글 타이어를 쓴다. 그런데 이 트레일러는 듀얼 타이어였다. 원터치 리퍼 전원 스위치도 제거된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라임 로고가 없다. 흰색 페인트로 덧칠돼 있다. 자세히 보면 아래로 로고가 비친다. 기술적으로 나는 남의 회사 트레일러를 끌고 배달을 가는 상황이다.
발송처에서 화물을 실었다. 코코아 가루인 모양이다. 적재가 늦어져 출발도 지연됐다. 모레 오전까지니까 일정은 여유롭다. 오하이오에 들어서 첫 트럭스탑에서 주유했다. 시간은 이미 오후 7시 30분. 주차할 곳은 있었지만, 간격이 좁다. 오늘 달린 시간도 얼마 안 된다. 80번 도로 오하이오주 구간은 휴게소에 트럭 주차 공간이 넓다. 좀 더 가보자.
앗! 이럴 수가. 휴게소에 자리가 다 찼다. 다음 휴게소로 가볼까. 엇! 여기도 자리가 없다. 이다음 휴게소는 100대 주차니까 자리가 하나는 있을 거야. 시간은 이미 9시. 여기도 없으면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나는 믿음의 사나이. 자리는 꼭 있다.
이곳도 희망이 없어 보였다. 출구 가까이 가니 두 자리 정도가 비었다. 후진 주차해야 한다. 밤인 데다 주변에 트럭이 있어 까다롭다. 판매된 트레일러에 상처라도 나면 큰일이다. 전후진을 반복하고 있자니 누가 뛰어온다. 흰옷을 입은 흑인 드라이버다. 그는 내 뒤를 봐줬다. 프라임 소속 드라이버였다. 내가 자리를 어느 정도 잡으니 인사할 틈도 없이 뛰어 사라졌다.
일기가 밀렸지만 피곤하니 그냥 자자.
시간 여유가 있어 급할 것 없다. 명상하고 밀린 일기를 썼다. 일기는 역시 몰아서 써야 제맛이다가 아니잖아. 아침 만들기도 귀찮아서 버거킹 아침 세트 메뉴로 먹었다. 글렌은 계획이 변경됐다며 배달 후에 어느 장소로 트레일러를 갖다 주라고 했다. 검색하니 배달처에서 약 50마일 거리다. 시카고 서남쪽이다.
오후 3시, 배달처에 왔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란다. 원래 내일 아침 8시 배달이니. 건물 뒤편 아무 곳이나 주차하면 상관하는 사람이 없을 거란다. 뒤편으로 가니 트럭이 주차할 공간은 두세 곳 정도다. 주차하게 해 준 것만도 어디냐.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읽고 있다. 연애나 불륜 얘긴 줄 알았더니 아니다. 작가가 23살에 첫 장편 소설로 발표한 이 작품은 인물 묘사가 섬세하며 매력적이다. 벙어리 싱어는 신비하기까지 하다. 싱어의 친구로 그리스인 스피로스가 나온다. 수영이 남자 친구 이름과 같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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