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황량한 땅 텍사스는
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만큼 전쟁의 역사로 점철됐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인들이 텍사스 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본래 인디언들의 땅이었던 텍사스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유럽 열강들의 통치를 거친 후 1821년 멕시코의 영토가 됐지만,
1800년대부터 텍사스에 정착한 미국인들은
멕시코와 혈전 끝에 1836년 독립국가인 텍사스 공화국을 건설했다.
프랑스·영국·스페인·네덜란드 등의 열강들은 독립국 유지를 원한 건 당연한 일.
그러나 멕시코와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독립국가로의 존속은 쉽지 않았다.
결국 텍사스는 1845년 미 합중국에 가입하면서 미국의 28번째 주가 됐다.
남북전쟁 마저 온 몸으로 맞닥뜨렸던 텍사스의 역사는
1691년 스페인령이 된 이후
무려 8번이나 정부가 바뀌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총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쟁의 역사였다.
생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목축업을 하는 카우보이에게 총은 필수였다.
보안관서나 보안관은 턱없이 부족했다.
소를 노리는 짐승들 뿐 아니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이 판치는 무법천지에서
총은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지키는 필수요소였다.
무법자들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자기방어’를 위해
무기가 필요했던 시대상황이었다.
당시의 삶은 ‘텍사스 총잡이’ ‘황야의 무법자’ 카우보이들의 무용담과
멋드러진 배지를 가슴에 단 보안관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서부영화의 주무대가 됐다.
총과 뗄 수 없는 역사를 지녀서일까,
텍사스주 총기면허 소지자는 2014년 12월 현재 82만 5,957명이다.
138만 4,756명을 기록한 플로리다와
106만 4,360명으로 추산되는 필라델피아에 이어
미국 50개 주 가운데 3위다.
총의 나라 미국에서도 내노라하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총의 역사로 점철된 텍사스가 이름값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오픈 캐리가 그것.
이제 텍사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총기 휴대를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3억 1,700만명의 인구가 사는 미국에
대략 3억 5,000만정의 총기가 있다.
인구보다 총이 더 많은 나라다.
웹사이트 ‘총기난사 추적자’(Mass Shootings Tracker)에 따르면
2015년 한 해동안 총격으로
‘4명 이상이 다친 총기난사 사건’은 무려 330건이나 된다.
이로 인해 367명이 사망하고 1,317명이 다쳤다.
텍사스에서도 19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져,
41명이 죽고 78명이 다쳤다.
새해 첫 날, 텍사스 주청사 앞에서는
권총을 당당히 허리에 찬 사람들이 ‘오픈 캐리 환영’ 집회를 열었다.
허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파가 북적이는 쇼핑몰에,
가족이 일하는 영업장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에
총을 든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보하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다.
‘텍사스 총잡이’가 영화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응답하라 1888’도 아니고,
130여년 전의 카우보이 시대가 응답해 버렸다.
미국에서는 하나님도
‘마약, 유대인, 총’을 없앨 수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허튼 소리가 아니다.
총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걸 온 몸으로 실감하는 요즘이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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