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과의 정상회담 합의문 위배”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된 가운데 러시아 발다이클럽 통신이 8일 북한의 반발 등 한반도 이슈에 관해 러시아 극동연구소 알렉산드르 제빈 한반도연구센터장의 기고문을 실었다. ‘인내의 한계라면서 대화 거부 않는 북한’ 제목으로 실린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북한 외무성의 최근 성명에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시행하지 말라는 미국에 대한 요구와 함께 한국의 최신 무기 도입(올해 7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한국이 40대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를 구매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국 항구에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입항,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배치 계획, 북한 미사일을 邀擊(요격)하기 위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3(PAC3) 반입, 대공미사일 SM3의 도입을 경계하며 비난했다.
한미 양측은 여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시행하지 않고 그 규모도 현저히 축소하며, 훈련의 명칭도 변경하는 등 이 군사훈련에 대한 주의를 끌지 않도록 여러 가지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훈련이 “방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한미 양국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 훈련들을 8월 6일 북한 외무성 당국자 성명에서 지칭한 것처럼 북한에 대한 “선제 기습공격”을 연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침략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훈련뿐 아니라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시행되었던 모든 한미연합군사훈련들이 대화 파트너를 겨냥한 연합군사훈련과 기타 군사 활동을 중지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의무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만약 “군사적 적대 행위”들을 앞으로도 계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해외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성명을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미가 현재 취하고 있는 행보가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과 미국이 2018년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들에서 체결한 공동 성명들이 담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약속을 이행할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은 현재도 계속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당국은 우리로 하여금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대응조치들을 취하도록 떠민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제시하는 규칙에 따라 행동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이 매번 연합군사훈련이 ‘방어적’이고 전투준비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변하는 한 북한도 그런 상황에서 역시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수 단들을 개발, 시험, 배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군사적 적대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대화의 동력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그런 종류의 군사훈련이 시행되고 있는 기간에는 협상을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합의했던 북미 실무 협상은 최소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 시점까지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근본적으로 협상통로를 단절할 생각은 없다. 북한의 외무성 성명에는 이런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을 하는 것을 삼가고 있고, 한국 문재인 대통령쪽으로 돌렸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과거에 일반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는 기간에는 협상을 거부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북한 측은 체면을 구기지 않고, 최근 수 주간동안 미국 실무팀이 북한을 만나 회담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북한 정부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똑같은 말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 반복했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측에 협상 시작 지연 잘못을 떠넘길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 한국, 일본의 반응도 각기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3개국 중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드러낸 반면, 한국은 처음에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오랫동안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한 적당한 명칭을 찾으면서, 고집스럽게 이를 ‘미사일’로 시인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피하기 위해” 남북이 2018년 평양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구성에 합의했던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신뢰구축조치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의 입장이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들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면서 무시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금지하는 협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고 덧붙여 말했다.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평하면서 미국 측이 이를 “매우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지만 예전이나 다름없이 계획된 접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8월 7일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수회에 걸친 미사일 발사 시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전략은 변함없으며 자신은 수 주내에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현재까지는 모든 방안들이 아직 협상 테이블에 놓여 있는 셈이다.
글 알렉산드르 제빈 | 러시아 극동연구소 한반도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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