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숲속이다. 빌딩나무들이 아름드리 쑥쑥 자라고 있는 빌딩들의 숲이다.
이 빌딩숲에서 타도시보다 유독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홍콩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도 눈길을 끌지만 두 거리를 양쪽으로 당당하게 걸치고 있는 코너 건물들이 있다. 앞면만 보여주고 있는 기존건물들에 비해 코너 건물들은 여과 없이 3면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날씬한 건물, 뚱뚱한 건물, 풍만한 건물들의 모습들이 재미있다.
부동산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지만 코너건물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입지조건을 갖춘 투자대상이기도 하다. 투자목적으로 바라보는 코너건물은 생김새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의 모양을 선호하는 반면 라운드형이나 삼각형 모양의 건물은 시설배치가 어렵고 공간 활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약점도 있지만 정형화에서 벗어난 공간배치는 딱딱한 도시의 걸음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심심치 않게 해주는 코너 건물들은 홍콩에 유독 많아 보인다.
홍콩의 건물 법령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건축가들은 짜투리 땅을 이용했다. 그러나 네모 반듯하지 않은 땅에서의 건축은 법의 규제와 실용성 있게 건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홍콩 건물 조례에 따르면 1층은 상점이 있고 그 위에는 서비스기반 비즈니스로 사용되며 또한 주거도 가능하도록 설계된 건물이다. 이러한 복합 건물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정치, 경제와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중국의 공산주의 해방과 중국 난민들이 홍콩으로 대거 유입되었고 수입 수출 금지령과 함께 산업화 시대가 시작되었다.
1955년에 건물 규정에서는 엘리베이터 없이 9층까지만 건축이 허락되었다. 따라서 주택 개발자들은 상업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복합건물들을 다수 건축했다.
현재 홍콩 전역에 5만 개의 코너 건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50년이 넘는 건물들이 많아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위기에 봉착한 코너 건물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부는 새로운 건물로 개조되기고 하고, 아예 통째가 개조되어 새로운 건물로 부활되기도 한다.
이들은 홍콩의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다. 아름다운 여인의 레이스 달린 치맛자락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전투준비로 무장한 장군의 모습처럼 웅장하게 서있다. 반듯함 속에서 이단아같은 모양으로 코너를 지키고 있는 그들은 또 하나의 정겨운 이웃이다.
이유성 기자 weekly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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