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 도박장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후 8시,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Associated Wholesale Grocers에 도착했다. 입구에 기다리는 트럭이 많았다. 98번 도어를 배정받아 닥에 대고 기다렸다. 하차는 금방 끝났는데 서류 받으러 오라는 얘기가 없다. 사무실로 가봐도 전화를 기다리란다. 결국, 서류 받고 나온 시간은 새벽 3시다. 계획에 없던 일이다. 원래는 10시나 11시쯤 끝나면 한두 시간 남쪽으로 내려가 한적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14시간이 지나 움직일 수도 없다. off duty 드라이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제한적이다.
트럭커패스로 주변에 주차할만한 곳을 檢索(검색)해봤다. 멀지 않은 곳에 강바람 도박장(River Wind Casino)이 있다. 전에도 카지노 주차장을 한 번 이용했던 적은 있다. 강바람 도박장은 본 건물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트럭 주차장이 별도로 있다. 평도 괜찮다.
강바람 도박장 트럭주차장에 도착하니 여성 경비원이 마당 가운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 나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트럭번호를 적고 내 전화번호를 남겼다. 카지노로 가는 셔틀버스를 불러줄까 묻는다.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아침 식사는 7시부터, 점심은 11시부터라 했다. 필요한 것 있으면 경비실로 오라고 한다. 카지노 뷔페가 괜찮다는 평도 있었다. 앞으로 오클라호마시티에 오면 이곳을 애용해야겠다. 흙바닥이어서 먼지가 날리지만 팟홀은 없다. 듣기로는 최장 48시간 주차 가능하다니 34시간 리셋에 이용할 수도 있겠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 후 바로 출발했다. 카지노에 들러 식사를 할까 했지만 그럴 시간은 안 될 것 같았다. 가다가 중간에 러브스에 들러 주유를 했다. 댈러스와 휴스턴 사이에 있는 또 다른 러브스에 들러 샤워를 했다. 요즘엔 낮에 트럭스탑에서 샤워하고 밤에는 편한 곳에 주차하는 패턴이다.
휴스턴의 H.E.B에 도착했다. 이곳은 입구 앞에 트럭 대기장이 있다. 45도 각도로 양쪽에 대는 구조다. 오버나이트 파킹이 가능해 편리하다. 안 그랬으면 먼 거리에 주차하고 새벽에 와야 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경비실에 가서 체크인하려니 밤 10시에 오란다. 새벽 4시 약속이니, 새벽 3시에 일어나 체크인하기로 했다. 여기가 마지막이 아니라 오전 10시에 한 곳이 더 있다. 그러니 일찍 배달을 마쳐 봐야 소용없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예전 같으면 카지노에 가서 게임도 하고 밥도 먹었을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니까. 이제는 그런 게 귀찮다. 배달 중 시간이 남을 때는 우버를 불러 시내 관광을 해도 좋으련만 그것도 시들하다. 혼자여서 그런 것 같다. 계획대로 큰 트럭을 받아 아이들과 같이 다녔다면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예전에 히말라야를 혼자 여행할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이 장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여행도 인생도 동행자가 있어야 더 재미있고 풍요롭다.
요즘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나는 문뜩 세월호 생각이 난다. 세월호 인양한 지가 오래됐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지? 나는 정권이 바뀌면 세월호 사고 원인이라도 밝혀질 줄 알았다. 혹시 내년 총선이나 다음 대선에 쓰려고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길 빈다.
거북이 구조 혹은 납치
어젯밤에 안 오길 잘했다. 180마일 거리 대부분을 국도로 가는데 왕복 2차선 도로는 좁고 구불구불했다. 얼마나 좁냐면 좌우 바퀴가 양쪽 선에 닿을 정도다. 갓길도 없어서 차선 벗어나면 바로 풀밭이다.
도착하니 놀랍게도 화물이 준비돼 있었다. 한참 기다릴 생각으로 왔는데 곧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시간을 벌어서 일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사람들이 왜 아칸소를 지나는 경로를 안 좋아하는지 알겠다. 길이 좁고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해서 속도를 낼 수 없다. 연비도 안 좋다. 퀄컴 단말기에 내장된 나비고 네비게이션은 가끔 무리한 경로로 안내한다. 최단 거리를 잡은 모양인데 길이 험해서 돌아가느니만 못한 경우가 있다. 오늘도 그런 경우 같다.
나비고가 잡아준 경로대로 AR-28 국도를 가는데 도로 중앙 분리선에 돌멩이 같은 것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 거북이다. 몸을 움츠리고 껍질 속에 머리와 팔다리를 넣었다. 내가 지나가니 그제야 엉금엉금 나머지 도로를 건넌다. 나는 급히 트럭을 세웠다. 거북이와 나의 거리는 약 200피트. 깜빡이 켜놓고 뛰어가서 거북이를 주어 왔다.
2007년 여름 미국에 처음 와서 미주리 시골에서 몇 주 지낼 때 박스터틀과 친하게 지낸 적 있다. 야생 거북이인데 어느 날 집 마당에 찾아 왔다. 내가 멸치를 주니 날름 받아먹었다. 그 후로 거북이는 매일 찾아 왔다. 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그때의 기억으로 중남부 지방을 다니면서 거북이를 한 번 만나기를 기대했다. 숲길도 아니고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거북이를 만나기란 불가능했다. 가끔 거북이가 로드킬 당한 것으로 보이는 형체는 본 적 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거북이를 봤다. 차량 통행이 뜸한 도로여서 거북이가 다닌 것 같다.
야생동물을 捕獲(포획)해도 되나?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이다. 이 경우는 일부러 사냥한 것이 아니고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을 수는 있는 동물을 구조했다고 치자. 그래도 거북이 입장에서는 납치다.
박스터틀이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애완동물로 기르기도 한다. 이 녀석은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놀랐는지 트럭 실내 바닥에서 꼼짝도 안 한다. 먹을 것을 줘도 거들어보지 않는다. 식음 전폐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며칠 같이 다녀보고 정 안 될 것 같으면 거북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의 자연에 풀어줘야겠다.
이름은 나거로 정했다. 나비고가 알려준 길로 가다가 발견한 거북이라는 뜻이다. 풀네임은 아나거다. 아칸소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나거는 카메라를 의식한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렌즈를 똑바로 쏘아본다. 거북이는 햇빛을 받아야 좋다니 내일은 대시보드에 올려놓아야겠다.
오후 8시가 넘어 테네시주 멤피스와 네슈빌 중간 지점의 휴게소에 들어왔다. 10대 정도 주차하는 작은 곳이라 자리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자리가 비었다. 휴게소 진입로나 출구 갓길에라도 세울 요량이었는데 제대로 주차했다. 운이 좋다. 나거가 혹시 복덩이인가?
거북아 미안하다
공연한 일을 했다. 왠지 거북이가 도로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에 집어 들기는 했지만, 뒤처리가 난처하다. 아무 곳이나 차가 덜 다니는 자연에 놓아주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도로에서 거북이를 발견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의 거리만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즉 도로에서만 벗어나도록 옮기는 정도다.
박스터틀은 다른 종보다 키우기 까다롭다. 트럭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야생에서는 100년을 사는데 우리에서는 30~40년을 산다고 한다. 야생에서 잡힌 박스터틀은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이기심 때문이다. 하루 이틀 정도 데리고 있다가 안전한 곳에 놓아주려 했다. 그래서는 거북이가 살 확률이 적단다. 키우던 거북이를 야생에 풀어주는 일은 禁物(금물)이다. 최대한 원래 서식지와 같은 곳에 풀어주는 게 좋다. 무지했던 까닭이다. 좀 더 미리 알았더라면.
거북이는 먹지 않고도 몇 주를 산다니 밥 안 먹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수분은 잘 유지해줘야겠다. 일요일에 만날 아내에게 거북이 사료를 사 오라 했다. 다시 아칸소로 갈 때까지 얼마가 걸릴지 모르니 그동안이라도 잘 보살펴야지.
햇빛 받으라고 데시보드에 올려놓으니 수건 아래에 들어가 꼼짝 않는다. 숨을 공간이 필요하다기에 플라스틱 상자에 지붕을 만들어 절반을 덮어줬다.
거북이는 미 전역에 광범위하게 산다. 심지어 뉴욕에도 있다. 하지만 원래 살던 곳이 가장 좋다. 나거를 주운 바로 그 장소는 아니더라도 근처에 풀어주는 게 옳다. 미안하다. 거북아. 내 너를 곧 고향으로 보내주마.
거북이도 주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알아본다고 한다. 하지만 파충류는 트럭커의 동반 동물로 적당하지 않다. 관리도 까다롭고 무엇보다 교감이 어렵다. 주인을 잘 따르는 개나 고양이가 트럭 동승 동물이 되는 이유다. 개도 어리거나 에너지 넘치는 활동적인 종은 부적격이다. 핏불이나 박서, 불독처럼 게으른 종이 좋다. 나이가 많아 에너지가 떨어진 개도 괜찮다. 특히 개는 정기적으로 운동과 산책을 시켜줘야 해서 사람도 같이 운동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개를 산책시키는 남녀 트럭커가 비만인 경우를 보면 그 효과는 의심스럽긴 하다.
가족 소풍
아내가 운전해서 아이들과 심바를 데리고 왔다. 겨우 2주 지났는데도 심바는 많이 컸다. 행동도 의젓해졌다. 전처럼 장난을 치지 않고 손을 물지도 않았다. 바뀐 환경에 정신이 없어서일까. 심바가 태어난 이후 가장 트인 공간으로 나왔다. 우리집에 入養(입양) 올 때와 동물병원 갈 때가 심바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아내가 싸온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근처 월마트로 갔다. 심바를 묶을 가슴줄을 사기 위해서다. 간 김에 거북이 사료도 샀다. 가슴줄은 원사이즈인데 5파운드에서 10파운드까지 사용 가능했다. 심바는 2주 전에 쟀을 때 2파운드였다. 하네스를 채우니 너무 헐렁해서 심바가 빠져 나왔다. 더 클 때까지는 소용없다.
백림사로 갔다. 나는 왜 백련사로 착각했을까? 백림사는 업스테이트 뉴욕 캣츠킬 지역에 있는 한국 전통 사찰이다.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뉴욕에서 거리가 멀어서 한 달에 한 번 법회가 있다. 매주 법회를 여는 원각사와 대조적이다. 이곳을 담당하는 스님들도 외로움에 힘들어하며 오래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지금은 젊은 비구니 스님이 1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맑고 기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으로 가꾼 텃밭을 자랑스레 보여주셨다. 온갖 채소와 과일을 조금씩 심었는데 잘 자랐다. 수박과 참외도 있었다. 주지 혜성스님의 제자인 미국인 스님이 도와 텃밭을 일궜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부부를 만났는데, 아내가 일하던 반찬 가게의 고객이었다. 아내는 정말이지 눈썰미가 좋다. 주말 템플스테이는 1인당 50달러다. 함께 점심공양을 했다.
우리는 심바가 도망갈까 걱정했는데, 겁이 많아서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와서야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모두 심바를 예뻐해 주셨다. 아침에 휴게소에서 만난 백인 남자도 심바가 멋지다며 무슨 종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자기 고양이 사진도 보여주었다.
점심 후 산길을 따라 산책한 후 인근 마을에 가서 수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다시 휴게소로 돌아와 쉬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어도 가족이 나들이한 것만으로도 좋다. 아이들은 따분했을 텐데도 아빠를 보겠다고 따라와서 고맙다. 음식 준비해서 운전하고 와준 아내도 고맙다.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거북이는 새로 산 사료도 먹지 않았다. 야외에 두어도 탈출 의지는 보이지 않고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다음 화물 예고가 들어왔다. 펜실베이니아로 내려갔다가 다시 뉴욕으로 올라오는 화물이었다. 거리는 문제가 아닌데 배달 시간이 문제였다. 나는 일을 시작하면 14시간 후에는 쉬어야 한다. 즉 내일 오전 9시나 10시 사이에 일을 멈춰야 한다. 그런데 배달 약속이 오후 1시 30분이다. 1시간 이전에는 도착할 수 없다. 야간 디스패처와 메시지를 주고받아 화물을 취소시켰다.
나도 쉬다가 7시 30분에 배달처로 향했다. 8시 전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닥에 대서 다행이다. 9시 조금 넘어 배달을 마치고 나왔다. 예정된 화물을 취소했으니 다음 화물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순서대로 돌아오니까. 轉禍爲福(전화위복)으로 아칸소로 가는 화물이 들어오면 좋겠다. 나거를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몽고메리에 왔다. 블루비콘에서 세차를 했다. 내 앞으로 한 대, 뒤로 한 대 서 있다. 나는 트럭, 트레일러, 와쉬아웃 모두 했다. 127달러 정도 나왔다. 밤이라 2명이 일해서 시간이 걸렸다. 낮에는 트럭 한 대에 대여섯 명이 달라붙는다.
바로 옆의 TA 트럭스탑은 빈자리가 많았다. 모두 유료 주차석이다. 무료 주차석은 다 차고 두세 자리 남았다. 나는 TA 트럭스탑 밖의 도로 갓길에 댔다. 다른 트럭이 몇 대 서 있길래 그 뒤에 댔다. TA로 가도 되지만 밤중에 주차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침에 트럭이 좀 빠지면 들어가도 되고, 그 전에 다음 화물이 들어 올 수도 있다.
갑자기 바뀐 목적지
갑자기 목적지가 바뀌었다. 잘 자고 일어나 나거가 산책(?)하는 동안 아침을 먹었다. 막 출발하려고 시동을 거는 순간 메시지가 연달아 들어왔다. 대여섯 개 이상 메시지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때는 새 화물을 받는 경우다. 글렌의 메시지를 확인하니 이 화물을 대신 받으란다. 새 화물을 받으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 커네티컷으로 가야 한다. 약 180마일 거리다. 초바니까지는 겨우 47마일 남았다. 내가 나거 산책시키지 않고 바로 출발했더라면 이미 도착했을 것이다.
새로 배정된 화물은 오늘 받아서 모레 1시까지 미시건으로 간다. 급한 일정도 아닌데 왜 굳이 화물을 바꿨을까?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나거는 은신술의 귀재다. 아침에 나거를 잃어버릴 뻔했다. 풀밭에 놓아두고 잠시 트럭에서 볼일 보고 오니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이 녀석이 내가 옆에 있을 때는 눈치만 보고 안 움직인다. 그러다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거북이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한참을 지나서야 풀밭 가장자리 쪽에서 숲으로 향하는 녀석을 볼 수 있었다. 풀밭 가운데 있는 나무 아래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만 참아라. 나도 너를 놓아주고 싶지만, 이곳은 네가 살던 곳과 기후가 다르다.
카난(Canaan), CT. 특별 광물 회사(Specialty Minerals Inc)에 왔다. 오기 전에 위성사진을 봤는데 어디가 닥인지 알 수 없었다. 도무지 실을 곳이 없는데? 도착해서야 알았다. 무슨 광물인지는 모르겠으나 밀가루처럼 하얀 가루가 생산품이었다. 탱크로리 트럭 위주로 설계된 곳이라 컨테이너 탑재용 닥은 한 곳 뿐이었다. 기차선로가 야드까지 들어와 있고 서 있는 열차를 피해 후진해야 했다. 그나마 공간이 좁아 트럭과 트레일러가 30도가량 꺾인 상태로 도어에 댔다. 처음 댔을 때는 왼쪽은 닿았지만, 오른쪽이 20cm 이상 떨어졌다. 몇 번을 시도해 성공했다. 닥킹하느라 거의 30분 걸렸다. 이곳의 난이도를 10으로 치면 초바니는 2다.
닥에 들어가기 전에 빈 트럭으로 무게를 쟀다. 33,000파운드였다. 화물을 싣고 다시 재보니 79,320파운드가 나왔다. 거의 한계치다. 화물 중량이 46,350파운드라는 뜻이다. 지금껏 내가 실은 가장 무거운 화물이다. 굳이 멀리 있는 나를 부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라이트웨이트 트럭이 아니면 중량초과로 실을 수 없다. 텐덤 슬라이드 핀을 11번에 맞추니 드라이브 타이어 게이지는 34,000파운드, 탠덤 타이어 게이지는 33,000파운드가 나왔다. 트럭스탑에 가서 캣스케일로 정확하게 재면 좋겠지만 근처에 없다. 총중량이 8만 파운드 이하니까 드라이브 타이어를 34,000에 맞추면 트레일러가 34,000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트레일러 게이지도 캘리브레이션을 마친 것이니 믿어도 될 것 같다.
지난 토요일 샤워하고 나흘째 머리를 못 감았다. 근래 가장 오랜 기간이다. 북동부가 이렇게 척박하다. 내일은 할 수 있다. 오전에 한가할 때 파일럿 트럭스탑에 가면 된다. 아니더라도 오하이오주 I-80 휴게소에서 샤워할 수 있다. 목적지가 안 바뀌었으면 다른 트럭스탑에서 돈을 내고라도 샤워를 할 참이었다.
글에서 행선지라는 단어를 썼다가 목적지로 바꿨다. 알고 보니 일본식 한자어란다. 대체할 단어가 있는데 굳이 일본식 표현을 쓸 필요는 없겠지.
뉴욕주
뉴욕 북서부만 해도 주차 여건이 괜찮다. 트럭스탑에도 자리가 많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휴게소에 들어왔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톨게이트를 지나고, 트럭스탑에 들어가고 나가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오늘 열심히 10시간을 달려 570마일을 왔다. 내일 배달처까지 거리는 210마일. 새벽 5시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8시간 휴식만 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중간에 2시간을 마저 쉬어야 했다.
한국 고속도로 설계는 미국 북동부와 비슷하다. 한번 들어오면 도착할 때까지 나갈 일이 없다. 주유와 식사까지 고속도로 내에서 해결된다. (물론 트럭은 지정된 트럭스탑에서 주유해야 하니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많은 주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는 화장실과 자판기, 주차공간 정도만 있다.
I-90는 그동안 많이 이용하지 않았는데 근래 자주 다닌다. 미시건에서 오는데 가민은 캐나다를 통하는 경로를 잡았다. 북쪽으로 올라가 토론토를 지나오면 60마일 정도 거리가 짧다. 하지만 국경을 넘었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통관 시간이 몇 배 더 걸린다. 거기다 이 화물은 통관 서류도 없다. 일반 승용차라면 관광 삼아 캐나다로 돌아서 올 법하다.
저녁으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 먹었는데 맛이 없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 샌드위치가 낫다. 사 먹는 음식은 그다지 당기지 않는다.
오늘은 일찍 자자.
메인 그리고 한나포드
메인주 첫 휴게소에 들어왔다. 근처 트럭스탑에도 자리가 많고, 더 가서 서비스 플라자에도 자리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에 와 봤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캠핑카와 승용차가 많더니 지금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다. 한두 대 서 있던 트럭도 다 떠났다. 이 장소는 자주 이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No camping or overnight parking 표지판이 붙어 있기는 하다. 아무튼, 오늘도 조용히 혼자서 보내려나? 하지만 다른 트럭을 부르는 방법을 난 알고 있다. 트럭커패스 앱에 여기 자리가 많다고 표시했다. 밤샐 장소를 찾는 트럭은 그것을 보고 들어올 것이다.
새벽 5시에 휴게소에서 출발했다. 캄캄한 새벽에서 동이 터오더니 해가 떴다. 곧 안개가 짙게 끼어 해를 정면으로 보고 운전하는 일은 피했다. 오전 9시에 1차 배달처에 도착해 약 2시간 걸려 화물을 내렸다. 럼퍼피는 90달러. 내린 팰릿은 10개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
다시 출발해 메사추세츠, 뉴햄프셔를 지나 메인에 들어섰다. 보스턴 인근에서 잠깐 도로가 붐볐지만 대체로 양호한 교통이었다.
내일 갈 곳도 한나포드 분배센터다. 전에 한 번 가본 적 있다. 한나포드는 메인주에 본사를 둔 수퍼마켓 체인이다. 1883년에 설립했으니 무려 136년 됐다. 뉴잉글랜드와 뉴욕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예전에 메인주로 가족 휴가를 갔을 때 한나포드에서 장을 본 적 있다. 미국 기업이 자주 그렇듯 한나포드(Hannaford)도 창업자의 이름을 땄다. 처음엔 작은 식품점으로 시작했다. 1902년에 형제가 합작을 했고 1920년에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가장 큰 식품 도매상이 됐다. 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급성장했고 2,000년에는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델하이즈(Delhaize) 그룹에 매각됐다.
나거는 동면상태에 들어갔다. 트럭 한쪽 구석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나거는 물과 음식을 거부한다.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다. 어제도 건강은 괜찮아 보였지만 움직임은 다소 느려졌다. 거북이는 동면하는 동물이라 한달 이상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괜한 체력소모는 시킬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고향에 갈 때까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겠다. 다음 주 중으로도 아칸소에 가지 않는다면 나거 상태를 봐서 적합해 보이는 장소에 내려줘야겠다.
심바는 아내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어제 두 번째 접종했고, 체중은 3파운드가 넘었다. 사진을 보면 아기 티를 많이 벗었다. 행동도 달라졌다고 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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