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벗님께 세배 올립니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낍니다. 10대에는 시속 10마일, 30대는 30마일. 50대는 50마일로 세월을 달리다 70대는 70마일로 과속 티켓을 받고 드디어 90대는 90마일 이상으로 달리다 사고로 죽게 된다는 우스개소리가 실감납니다. 이제 저도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훌쩍 넘겼으니 매사 삶을 안전 운행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봄에는 생전 처음 응급실 신세와 며칠 입원까지 경험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과속 티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벗님들의 보이지 않는 기도 덕분에 지난 해 여러 보람 있는 일들을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저의 큰 녀석은 손주 셋을 보게 해주고 여전히 고등학교 선생노릇하고 있습니다. 둘째 녀석은 캐나다 몬트리올, 셋째인 딸은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각각 직장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여태 결혼도 않하고 함께 살던 34살 막내딸은 맨하탄으로 직장을 옮겨 1월 말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파트를 얻어 나가게 되어 이제 집에는 영감, 노친네만 남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가족이라지만 저는 가족이 해체되는 기분입니다.
이제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벗님들 한 분 한 분을 머리속에 그려봅니다. 제 인생길에 길벗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이 제 삶의 스승이요, 은인이라고 새삼 느낍니다. 제 삶에 벗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얼마나 삭막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에도 벗님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항상 보고 싶고 ‘심심상인(心心相印)’하는 마음입니다.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합니다. 무한한 시간의 공간을 고대에서부터 인간의 지혜로 해 따라, 달 따라 그어놓은 연월일이 삶에 주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연말연시는 한 해를 뒤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바쁜 삶 속에서 지난 해 저의 결례나 제가 행한 말과 행동 그리고 알게 모르게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궐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일로 벗님께 행여 상처를 주었다면 용서를 청합니다.
지난 10년, 20년을 되돌아보면 결코 길지 않은 찰나(刹那)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이제 찰나 같은 시간만 주어졌습니다. 이 짧은 여생을 벗님을 길동무 삼아 차근차근 걸어가겠습니다. 믿는 종교나 대상의 차이를 떠나 공간의 제약이 없는 기도로 서로서로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 또한 기도 중에 늘 벗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올해도 벗님 가족 모두 행복하소서.
2020년 첫날 아침
뉴욕에서 장기풍 올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 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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