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없는 선거는 없다”
재외국민 비례대표 선출은 시대적 과제
2019년 9월 25일 외교부에서 발표한 ‘국가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외국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재외 동포는 749만 3587명이다. 750만 재외 동포 시대가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2019년 6월 30일 발표된 대한민국 도시인구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서울은 975만명, 2위 부산은 342만명, 3위 인천은 295만명이다.
위 자료를 근거로 살펴볼 때 재외동포수는 대한민국 도시인구 순위 2위와 3위인 부산과 인천을 합한 수보다 110만명 가량 더 많다. 110만명은 울산인구와 비슷하다. 즉, 부산과 인천과 울산 인구를 합친 수가 재외동포 수인 750만명 정도 된다.
그렇다면 부산과 인천과 울산 지역주민을 대표한 국회의원수는 몇 명일까. 부산광역시 19명, 인천광역시 14명, 울산광역시 7명. 총 40명이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 300명의 13%밖에 되지 않는 숫자다.
그러나 750만 재외동포의 목소리를 대변할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2012년 재외국민선거가 실시된 이후 한국 정계 관계자들이 재외 한인 동포들을 만날 때마다 우려먹는 단골메뉴가 있다. 재외동포 비례대표제 도입과 재외 동포청 설립이 그것이다.
그러나 2012년 제19대 총선은 물론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도 재외동포를 대변할 후보는 그 누구도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인사회를 방문해 틈만 나면 “재외동포에게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주겠다”며 사탕발림했던 정당대표나 당직자들이 핑계와 변경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저조한 선거참여’다.
그러나 재외선거 참여율 저조의 원인은 선거제도에 있지, 재외국민에 있지 않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달라스 재외투표소 제1호 투표자는 캔자스에서 온 송영록 씨였다. 그가 거주하는 캔자스 주 로렌스는 달라스에서 자동차로 9시간 30분 걸리는 곳이다. 왕복 19시간 거리를 달려 달라스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 투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로 신고 신청한 재외한인은 30만 206명이었다. 전체 추정 재외선거권자 230만명의 13%밖에 되지 않는 미흡한 숫자다.
그러나 전체 투표율은 75.3%를 기록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재외공관이 가까워 편하게 투표를 했겠지만, 재외국민 투표율 75.3%는 한인 회사원들이 직장을 쉬고, 유학생들이 수업에 불참하고, 자영업자들이 가게문을 닫아 걸고 만들어낸 성과다.
무엇보다 재외국민 선거는 있는데, 재외국민들이 뽑을 대표가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나를 위해, 동네를 위해,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투표다.
하지만 750만 해외 거주 국민들을 대표할 후보가 없다.
재외국민들을 대변할 후보도 내지 않으면서 ‘저조한 선거참여’를 운운한다. 언어도단이고 적반하장이다.
전체 추정유권자가 230만명이라면 230만명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만들어져야 한다. 후보도 없고, 투표소도 제대로 없는데, ‘저조한 선거참여’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 자체가 재외동포사회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국제경쟁사회에서 재외국민은 국력이자 자산이다. 750만 재외동포를 대변할 비례대표 공천은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더 이상 210만 재외국민 유권자에게 후보없는 투표용지를 내밀지 말라. 후보없는 선거는 없다.
최윤주 대표·발행인 choi@koreatimest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