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성수칼럼_지성수)-줄인것.jpg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내가 사는 동네

 

태어나서 지금까지 기억 할 수도 없을 만큼 이사를 다녔는데 호주에 와서야 비로소 한 곳에서 오래 살게 되었다. 호주에 처음 와서 도시 중심가에서 10 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집에서 13년을 살았다. 교통이 좋은 대신에 집 상태는 귀신이 살다가 방금 이사를 간 집 같았다. 다음에는 시티에서 35 km나 떨어졌고, 기차역도 멀어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지금의 집과 이전에 살던 집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남의 집과 내 집이라는 것이다. 내 집을 마련하고 이사를 온 후 여러 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오랫동안 세를 주었던 집이어서 겉은 멀쩡한데 구석구석 손 볼 곳이 너무 많았다. 고장이 나거나 완전히 없어진 부분을 보면 대부분이 애초에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금만 조이면 되는 것이었지만, 임시로 사는 세입자들이기 때문에 망가진 채로 그냥 사용하다가 떨어져나가 없어지고 나중에는 완전히 못쓰게 된 것들이었다.

 

처음에 이사를 와서는 이것저것 수리를 하다 보니 손재주도 없는 사람이 목수, 전공, 배관, 미장까지 해보게 되었다. 일마다 사람을 부르자니 인건비가 비싸고 일의 양도 많지 않은 일이라서 내 손으로 직접 했는데 힘만 들고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일하는 방법도 모르고 연장도 없고, 오직 힘으로만 하려고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사는 연장도 기술도 없이 오직 힘으로만 사니 막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을 하다가 막혀서 어쩔 줄을 모를 때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이 있는 사람이 조금만 도와주면 큰 도움이 된다. 이렇듯 인생살이도 옆에서 조금만 거들어주면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이 필요한 것이다.

실수를 해서 일을 망치고 나서야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인데 그것을 몰랐구나." 하면서 뒤늦게 도를 닦았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집수리..." 주문을 외우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내 집에 대한 관심을 넘어 점점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는 비교적 저소득층인 전형적인 노동계층들이 사는 동네이다. 그런데 쇼핑센터를 갈 때마다 먼저 살던 도심 주변 동네의 세련된 쇼핑센터에 비해서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살 물건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쇼핑센터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동네 사람들보다 옷 입은 모양도 남루하고 후줄근하다. 옷만 그러면 괜찮겠는데 생긴 것들이나 체격들도 어쩐지 시원치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백인들 사회에서는 돈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뚱뚱한 사람들이 적지만 가난한 사람들 중에 뚱뚱함을 지나서 비만인 사람들이 많다.

 

종합(지성수칼럼_울타리).jpg

뒷집에는 빌이라는 70 대 노인 부부가 살고 있는데 그 집과 우리 집 사이의 담장이 너무 오래되어서 완전히 무너져 버려, 두 집 사이는 잡나무와 줄기 식물들로 얽혀서 있지만 대강 보이지 않아서 피차간에 사생활은 보호되는 편이었다. 처음에 이사를 와서 빌에게 담을 새로 하자고 하니까 자기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빌이 자기 집 쪽의 정글을 정리하기 시작해서 집 사이가 휑하니 뚫리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판자를 가져다가 대충 막아놓았더니 빌이 담을 세우자고 했다. 혹시라도 뚫린 구멍으로 누가 우리 집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빠질 수 있으니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빌은 우리 집 수영장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아이도 없고 개도 없이 노인 부부만 살고 있지만 나이가 많은 빌이 걱정하는 것은 앞으로 양로원에 들어 갈 수도 있고 집을 팔 수도 있으니 혹시 언젠가 자기 집 쪽에서 무엇인가가 넘어와서 우리 집 수영장에 빠질지 모를 일을 걱정하는 것이다. 70 대 중반 노인이 안전에 대하여 이 정도로 신경을 쓴다니 이 사회의 단단한 밑바닥을 보는 느낌이었다.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 |
  1. 종합(지성수칼럼_울타리).jpg (File Size:79.5KB/Download:33)
  2. 종합(지성수칼럼_지성수)-줄인것.jpg (File Size:44.3KB/Download:3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왜 우리는 한국처럼 못하나" 외국언론의 극찬 file

      [시류청론] 백악관까지 침투한 코로나19에 '뒷북' 친 트럼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전염력이 너무 빠른 역병으로 한국을 제외한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식품점, 의료기관, 약국, 주유소, 은행 만 열고 기타 각종 기업, 교육기관, 종교의식, 연예공...

    "왜 우리는 한국처럼 못하나" 외국언론의 극찬
  • 사재기 없는 한국, 호주 사회의 거울이 돼야 한다.

    <호주 브레이크뉴스=에디 김 기자>   ▲ 호주 대형마트는 화장지와 세정제뿐 아니고 식품 종류도 진열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사재기를 경고 하는 정부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 <사진=Joseph 제공>  © 호주브레이크뉴스   코로나 19여파로 생필품 사재기하는 모습...

    사재기 없는 한국, 호주 사회의 거울이 돼야 한다.
  • 홍콩과 연애하는 이유 : 꽃들의 천국 “Common Flowering Trees in... file

    홍콩이 좋다. 좋아도 너무 좋다. 아니 필자는 홍콩과 연애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사회불안과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이 긴장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이 긴장 속에서도 홍콩은 아름다운 꽃들로 천국을 이루고 있다.   홍콩의 겨...

    홍콩과 연애하는 이유 : 꽃들의 천국 “Common Flowering Trees in Spring (March to May)”
  • [구석구석 홍콩여행] - 켈레트 섬(Kellett Island) & 홍콩요... file

      구룡반도가 아닌 홍콩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 작은 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섬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아주 작다. 작은 사이즈 탓에 오히려 신비롭고 앙증맞은 느낌을 준다. 지금은 코즈웨이베이 지역과 육로로 연결되어 더 이상 섬...

    [구석구석 홍콩여행] - 켈레트 섬(Kellett Island) & 홍콩요트클럽
  • 사랑을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차이는 실천에서 나온다 file

      발달 장애 가진 자녀 입양한 부모의 고백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저와 친한 미국인 부부는 약 20여년 전에 다운 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남녀 한 쌍의 아기를 입양했습니다. 그 부부는 누가 보아도 감격스러운 사랑으로 다운 ...

    사랑을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차이는 실천에서 나온다
  • 미국에도 '고삼병' 있다 file

      대입 압박감에서 벗어난 12학년에 '시니어라이티스' 증세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지금쯤이면 거의 모든12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는 이미 벗어나 있을 것입니다. 대학 지원을 마쳐놓고 이제 입학 결정의 결과만 기다리...

    미국에도 '고삼병' 있다
  • 호주, 코로나 19 확산의 주범은 ‘나 몰라라식, 실종 시민의식!'

    <호주 브레이크뉴스=에디 김 기자>   ▲ 지난 20일 본다이비치에 태양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어 보인다.  © 호주브레이크뉴스   호주가 코로나 19로 인해 본다이 비치(Bondi Beach)를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

    호주, 코로나 19 확산의 주범은 ‘나 몰라라식, 실종 시민의식!'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21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내가 사는 동네   태어나서 지금까지 기억 할 수도 없을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21화)
  • <호주문학협회 산문광장> - 인도의 향기 file

      인도의 향기   델리에 도착하다, 오후 5시 30분. 겨울의 저녁과 나의 인도 여행이 시작되는 시각이다. 공항 청사 안과 바깥공기, 하늘빛이 모두 회색으로 가득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스모그일까? ‘회색의 도시’이곳을 생각하면 언제나 따라붙을 첫인상이 ...

    <호주문학협회 산문광장> - 인도의 향기
  • 【기자 논단】 호주 NSW주, 코로나 19 기록적인 급상승 중! 교민 ...

    <호주 브레이크뉴스=에디 김 기자>   ▲ 18일 호주 보건 당국이 집계한 코로나 19 확진자는 550건을 초과했다. 총 확진자 중 NSW가 267명으로 호주 전체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 가파른 확진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의 모습  © 호주...

    【기자 논단】 호주 NSW주, 코로나 19 기록적인 급상승 중! 교민 구심점 필요할 때…
  • 리더십 부재 트럼프, 코로나19 초기대응 실패

      [시류청론] 재선에 먹구름…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랜틱> 3월 14일치는 코로나19 전문가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옳은 일을 한 게 하나도 없다. 언제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국민이 코로나19...

    리더십 부재 트럼프, 코로나19 초기대응 실패
  • 【경제 돋보기】 호주, “일자리 백 만개 없어질 것”… 코로나 19로...

    <호주 브레이크뉴스=에디 김 기자>   ◈코로나 19가 호주 전통까지 무력화! ◈”호주 경제 악순환 6개월간 이어질 것”… ◈기업 도산과 일자리 박탈이 호주 사회에 불안감의 요인으로 작용… ◈호주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현 상황 극복 어려워 vs 인근 뉴질랜드 ‘현명한 부...

    【경제 돋보기】 호주, “일자리 백 만개 없어질 것”… 코로나 19로 경제 황폐화 위기 봉착!
  • [구석구석 홍콩여행] 역사적인 카우롱 성벽도시 공원(Historic Ko... file

      구룡 성곽 도시 공원은 홍콩에서 가장 역사적인 유적지 중의 하나이다. 구룡반도 북동쪽 끝에 위치하고 카우롱 베이와 인접해 있다.   약 1810년에는 작은 요새가 해변에 지어졌다. 1841년, 영국 점령의 빈도수가 높아져 영국에 대한 해상방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

    [구석구석 홍콩여행] 역사적인 카우롱 성벽도시 공원(Historic Kowloon Walled City Park, 九龍寨城公園)
  • 이민자 밀어내는 트럼프... 영주권 받기 어려워졌다

      [이민상담] 트럼프 새 이민정책 발효…'공적 부담 수혜자' 영주권 거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 = 2019년 8월 14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국과 국무부가 생계를 "주로 정부보조에 의존하는" 사람을 '공적부담'으로 간주하던 과거의 방침을 떠나" 주로 정부...

  • 개는 주인이 가난해도 싫다하지 않는다

      정치계나 산업현장에서 철새 같은 행동은 미덕 거스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한국의 한 친구로부터 저에게 감명을 준 고사성어를 얻었습니다. 정치계에서나 산업현장에서 철새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오늘 ...

  • 여름방학 준비 지금 해야 한다

      [교육칼럼] 2, 3월에 마감되는 프로그램 많아 (워싱턴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여름 방학 준비를 벌써 하냐구요? 2,3월에 마감되는 많은 기회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잘 생각하고 준비하실 수 있도록 미리 말씀드립니다.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 삼일절, 저항적 민족주의 승리 _ 오충근의 기자수첩 file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적 민족주의 100년전 3.1운동이 일어날 때는 민족주의가 사회 풍조였다. 대규모의 살육전이 된 1차대전도 편협한 민족주의가 일으킨 비극이다. 거시적으로 1차대전을 본다면 전제군주라는 구시대의 잔재가 사라지고 민주주의나 대중 문화가 시작되는...

    삼일절, 저항적 민족주의 승리 _ 오충근의 기자수첩
  • 코로나19 정부대응 헐뜯기 일관하는 한국언론

      [시류청론] 재난에 공동 대응하고 사실 보도하는 외신 배워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번지자, 세계 언론은 비상시국을 돕는 차원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근거 없는 공포심을 막고 필...

    코로나19 정부대응 헐뜯기 일관하는 한국언론
  • 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 노 후 대 책

      노 후 대 책   코로나 (Convid-19) 지옥이다. 문의전화가 끊겼다는 변호사의 탄식은 미심쩍지만 문닫는 식당들과 취소되는 항공편으로 침울한 경제전망은 부인하기 어렵다. 근간 한국에서 오는 모든 연락의 마지막은 “코로나19 건강 유의하시구요” 로 장식한다. 인터넷...

  •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20화) file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별한 교회   요즘 한국에서는 ‘신천지’라는 ‘2상한’...

    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2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