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성 위클리홍콩 편집장/기자
지난해 6월 9일, 범죄인 송환법 개정을 반대하는 시위가 홍콩에서 처음 촉발되었다.
홍콩 남성이 여자 친구와 함께 대만 여행 중에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다. 홍콩과 대만과의 범죄인 송환법이 체결되지 않아 이 남성을 대만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캐리 람 장관이 범죄인 송환법을 개정하려고 시도했다. 친민주 시민 단체는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고 지난해 6월 9일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로 홍콩 사회는 폭력과 혼란에 빠졌다.
송환법 개정은 88일 만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안은 소멸했다(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5대 조건이 모두 수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정부 시위는 계속됐다.
COVID-19 바이러스 발발 이후, 시위대의 활동이 잠잠해졌으나 바이러스 상황이 완화되고 국가보안법이 제정되자 또다시 시위가 시작되었으나 참가 인원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지난 9일(화), 송환법 반대시위가 처음 촉발된 지난해 6월 9일을 기념하는 모임에는 약 1천여 명이 센트럴 채터 가든에서 모였다. 경찰은 이 행사를 불허했지만, 오후 6시경부터 센트럴에 모여든 시위대들은 차터 가든에서 퀸스 로드와 데스복스 로드를 행진하면서 ‘홍콩광복’,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지나가는 차량 사이를 왕복하면서 도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졌고 교통방해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었다. 경찰은 청 깃발로 경고하고 후추 스프레이를 발사했다. 경찰은 총 53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금) 저녁에는 몽콕, 코즈웨이베이, 사틴, 타이포, 윈롱, 쿤통 등 홍콩 주요 지역에서 수백 명이 ‘6월 12일 항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모였다. 이들은 ‘Glory to Hong Kong’ 슬로건을 외쳤다. 경찰은 공공질서, 8인 초과 모임 금지령 등을 경고하고 시위대들을 분산시켰다. 이날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시위는 작년에 나타났던 심각한 폭력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저녁 8시경, 코즈웨이베이에서는 경찰이 청 깃발을 올리고 시위대들에게 해산할 것을 경고했다. 밤 10시경부터는 해산 분위기로 돌아섰고 몽콕에서는 밤 11시부터 시위대들이 해산하기 시작해 자정 무렵에는 거의 해산된 분위기였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불법 집회, 공공장소에서의 위법 행위, 위험 무기 소지 혐의로 43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대중들에게 “불법 집회에 참여하지 말고 공공질서를 지킬 것”을 촉구하고 “불법 집회에 참가하여 유죄 판결 시 최대 5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입법위원회의에서 ‘범죄인 송환법 조례’를 위한 2차 심의가 있는 날이었다. 친민주 시위대들이 홍콩 정부 청사 밖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로 송환법 반대 항의 시위의 전환점이 되었다.
올해 1주년 시위 규모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흑색 바다 물결을 이루던 작년 2019년 행진 열기에 비해 크게 위축되었다. 시위를 조직한 시민 연합 단체측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위 동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총 8,986명이 다양한 범죄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 중 1,754명이 기소됐으며 612명은 폭동 혐의를 받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이러한 혼란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시민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평안한 삶을 원한다”고 말하며 “홍콩이 2047년 이후에도 일국양제의 체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영국으로부터 주권 반환 후 중국이 50년간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고 홍콩에는 고도의 홍콩 자치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홍콩 한인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사회불안과 코로나바이러스 발발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차분히 홍콩의 영화로운 날들이 속히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