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압력에 굴복한 독일, 국제사회 반응 차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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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소녀상 ⓒ오마이뉴스 이유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달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청 관내에 현지 한인사회(코리아협의회, 대표 한정화)와 독일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합법적으로 설치됐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베를린 시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미테구는 결국 철거 명령을 내렸다.

미테구청은 '비문의 내용'이 한일 문제이며, 독일과 일본과의 관계에 부담을 초래했다고 생뚱맞은 철거 명령 근거를 댔다.

그러자 코리아협의회 측은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철거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집회가 열리는 등 각계의 반발이 확산됐다. 결국 미테구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특히 독일 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그의 한국인 부인 김소연 여사는 이번 베를린 당국의 소녀상 철거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등 국제적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철거 반대 청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민들도 청와대에 베를린 소녀상 지키기 청원에 들어갔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 10월 14일치는 "일본 정부가 자책골을 넣었다"면서 독일에서의 일본인 위안부 피해자를 알리는 운동이 "베를린 시민사회를 풍요롭게 했다"고 평가했다.

또 주간지 <베를리너차이퉁>은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 대해 "일본 정부의 수족처럼 행동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렇게 일본의 압박과 로비는 소녀상의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더욱 발현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민간의 일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 가능한 어떤 조치나 방안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는 자세다.

일본 정부의 강압에 끌려 간 할머니들의 고통이 민간인들의 일이라는 한국 외교공무원들의 공감능력 부재 및 인식이라니,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민족의식은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더욱이 정부가 못 하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민간인들이 대신했다면 광복절 기념식 때라도 대통령이 이 민간인들에게 표창을 해야 마땅하다.



북한, “일본은 경거망동 하지 말라” 통렬한 비판
 

 

일제 강점기 때 함께 당했던 북쪽 정부의 반응을 보자. 북한은 10월 15일 일본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압박 작태에 대해 "일본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경거망동하지 말라", "지금처럼 계속 철면피처럼 놀아대다가는 국제사회의 뭇매밖에 차례질 것이 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일본은 성노예 피해자들을 '돈벌이를 위해 나선 자원봉사자'로 모독하고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떠들며 철면피한 행위를 정당화했다", "여기에는 피 묻은 과거사를 가리고 미화 분식하는 것으로 그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나 보려는 흉심이 깔려 있다"라며 일본의 교활성을 통렬히 비판했다.

남북 민족이 똑같이 일제 강점기를 겪었음에도 사리가 분명한 북과 뜨뜻미지근한 남의 자세가 이토록 다름에 놀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3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중국, 독일, 지난 3월에는 미국 커네티컷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자리를 잡았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이번에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 소속, 재교육•문화•환경•자연•도로•녹지관리국 담당자인 자비네 바이슬러가 직접 참가해 축사를 했다.

또 나치의 여성 수용소였던 라벤스부르크 기념관 전 관장인 인자 에쉬바흐, IS의 성노예 범죄 피해를 입은 야지디족 베를린 여성의원회 대표인 니지안 귀나이, ‘연대하는 세계를 위한 재분배재단’ 여성분과의 베레나 프랑케도 축사에 나섰다. 그 외 수많은 지역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참가했다.

즉, 베를린 등 전 세계에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이 억지 주장하는 '한일전'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세계 시민 및 여성인권의 상징으로 확장되어 있음을 말한다.

가쓰노부 관방장관, 모테키 외상 등 일본 고위 관료들은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한국과의 외교전에서 승리나 한 듯 큰 소리를 치고 있는데, 우리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입 꼭 다물고 점잔만 빼고 있을까.

75년 간 단 한번 반성을 모르며 사과 한 번 한 적 없는 일본의 양심을 일깨우기 위한 쓴 소리 한 번 쯤 해볼 만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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