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동맹’으로 재포장된 ‘미국우선주의’
팬데믹 시대에 별고 없으신지요? 입추와 말복이 지나도 열막으로 여전히 낮기온이 30도를 넘나들지만, 그래도 이미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기후재앙(氣候災殃)으로 고통받은 이웃나라들 사정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그럭저럭 올여름 잘 넘기는 듯 합니다.
일제강점기에서 풀려난 지 어연 76년을 맞이하지만, 저는 8.15를 광복절이라고 부르는데 거부감이 있습니다. 분단과 냉전논리 속에 민족사적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저는 광복절 대신 민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에서 민족절이라고 명명하길 주장하고 싶네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에 접어들지만, 팬데믹과 기후위기 기술표준과 통상질서 등 새로운 국제질서로 상호주의 또는 지구적 협력체제가 논의되는 대신, 여전히 서구제국 중심의 패권과 미국우선주의가 가치(mind-likely)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역시 상기의 동맹강화라는 관점에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양상입니다.
때마침 한반도프로세스의 재개 가능성에 대하여 미국인들 시각에서 바라본 몇 가지 칼럼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우선 태평양 연안 특히 동아시아 현안에 대하여 높게 평가를 받고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 대학의 퍼시픽 포럼/팩넷(Pacific Forum/ PacNet)에 연세대에서 국제학을 연구하고 한국에서 12년간 체류했던 연구원이 기고한 "김정은의 실패는 워싱턴의 기회다(Kim's failure is Washington's opportunity)"라는 제목의 칼럼이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가 추구하는 경제발전전략이 김위원장의 자책으로 완전히 실패했다고 분석하면서, 궁지에 몰린 김이 미국의 제안에 타협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민족과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무지함을 들어낸다고 할까요? 북한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며, 70년이 넘도록 진행되는 항미전쟁체제의 지속과 유례가 없는 대북제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푸틴의 말대로 북조선은 풀뿌리로 연명할지언정, 미국에게 투항하거나 굴욕적인 타협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
문제는 상기칼럼의 인식을 바탕으로 주한미군/한미연합 사령관을 지내고 곧이어 태평양 사령관까지 지낸 브룩스 예비역 대장이 바이든의 외교정책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포린-어페어즈(Foreign-Affairs)>에 진일보한 제안을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승부수(Biden's Grand Bargain with NK)"라는 제목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의 프로세스를 확인하고 미국과 타협한다면 (미패권주의 동맹에 편입된다면) 미국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하여 대담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과 더불어 군사동맹을 통하여 북한을 친중국 노선에서 오히려 반중봉쇄의 일원으로 전환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베트남과 우크라이나 등을 예로 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를 미국우선주의와 패권주의에 중독된 몽상적(夢想的) 구상이라고 폄하하고 싶습니다. 미국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의 입장과 위상을 이해하려는 상호적 인식이 전제되어야만 협상과 타협이 가능할 것입니다.
상기의 칼럼들은 솔직히 '북한체제전복(Regime-change)' 또는 '미국체제로 편입'을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면, 다른백년에 특별기고 형식으로 스테펜 코스텔로(Stephen Costello)가 제시한 "잠정합의제안(Interim Deal Outlie, IDO)"는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 AF와 2007년에 이루어졌던 6자회담의 내용 그리고 2007년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내용을 기반으로, 하노이에서 멈춰버린 북미협상과 한반도프로세스의 재개 가능성을 종합하여 요약정리한 내용입니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입니다.
미국내 정치지형의 복잡함과 미국주류사회의 (가공된) 북한혐오감에 더하여 중국과 대결에 올인하고 있는 바이든 측이 북한에게 먼저 양보안을 제시할 것 같지 않고, 지난 70여 년 간 긴세월의 대미전쟁상황과 대북제제의 어려움을 오로지 주체사상과 인민공화국의 자존으로 벗터어 온 북한이 먼저 도움을 청하며 손을 내밀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대한민국 남측이 양측에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주선하며 합의를 도출하기 위하여 상황에 따라 의제와 방향을 주도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선을 넘어야 합니다. 과연 7개월 남짓 남은 문제인 정권이 물꼬를 뜰 수 있을까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요. 한미동맹을 안전의 레버리지로 삼되 민족역사의 복원을 미래의 좌표로 삼아 전개되기를 기대하여 봅니다만, 현재 진행중인 한미군사합동훈련이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다른백년 이사장 이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