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내 주먹을 믿으라.” 어려서 나는 이 말을 많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동네싸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살던 영등포역에는 중국인 촌이 있었다. 우리는 그 동네 아이들과 전쟁을 치렀다. 나무로 칼을 만들거나 장대를 들고 연탄재를 던지며 싸웠다. 싸움을 잘하는 형들은 동네싸움의 영웅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폭력을 경험하고 폭력에 물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그들의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이 가까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정신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 일치가 바로 폭력이다. 그들은 폭력을 신봉하는 국가이며 국가가 소위 말하는 시민 종교의 역할을 하는 나라들이다. 먼저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의 정신을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검신이었던 미야모도 무사시가 일본인의 정신적인 우상이다. 생각을 해보자. 일본이 미국을 신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은 미국을 침략했다 치도곤을 치렀다. 그들은 사상 유례가 없는 원폭피해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결국 일본은 미국에 항복했고 상당한 기간 미국의 간섭을 받았다. 일본으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그런 치욕을 겪었음에도 일본이 미국을 그처럼 우방으로 우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번 잘 생각해보라. 그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은 힘을 숭상하는 나라이다. 그 최고봉에 국가가 있다. 그들에게 힘은 정의 그 자체이다. 사무라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다. 이기는 자가 정의이고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우리가 일본을 이해하려면 야쿠자를 보면 된다. 야쿠자들은 단순한 깡패조직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국가의 축소판이다. 야쿠자 세계에서 미덕은 강한 것이다. 강한 자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거나 보스의 오른팔이 된다. 보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보스의 자리를 지키려면 강해야 한다. 강한 것이 정의이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미국은 가장 강한 나라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강함이란 군사력을 말한다. 미국은 미국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나라의 군사력을 더해도 미국을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초강력의 군사력을 소유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 올인하는 것은 바로 이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 때문이다. 물론 경제력도 국가가 가지는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군사력만큼 절대적이지는 않다.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은 경제력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의 생각에 우리의 군사력이 자신들의 군사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일본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일본은 패전국으로서 미국의 승인 없이 자신의 군사력을 무한대로 성장시킬 수 없다. 그런 입장에서 다른 어떤 무기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인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한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얼핏 생각하면 미국은 이런 일본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무력을 신봉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이다. 그들의 역사 자체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나는 어려서 서부영화를 즐겨보았다. “OK목장의 결투”는 그런 서부영화의 백미였다. 와이어트 어프와 닥터 홀리데이가 등장하는 이 영화를 나는 광화문에 있던 국제극장에서 보았다. 다 먹으면 초콜릿이 남는 미제 막대기 사탕 하나를 먹으며 나는 그 영화에 매료되었다. 가장 강한 총잡이들은 정의 그 자체였다. 미국의 독립운동은 물론 미국의 서부로의 개척은 총이 주도하였다. 그러니까 그들의 역사는 곧 총의 역사이다. 미국에서 그토록 총기사건이 발발함에도 불구하고 총기사용을 금지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역사 자체가 총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 힘이 곧 그들의 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군비에 모든 힘을 쏟았고 마침내 유례가 없는 세계 최고의 군사 강대국이 되었다. 그런 그들이 신봉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단순한 애국심이 아니라 종교이다. 국가가 신이라는 인식은 일본과 동일하다. 루소가 말한 시민종교는 미국에 와서 정점을 찍었다. 미국의 그런 정신은 스포츠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들이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힘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그들의 개척정신이 미식축구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경기장 밖으로 멀리 나갈수록 좋은 홈런이 있기 때문이다. 힘을 신봉하는 그들의 정신은 이런 스포츠들에 반영되어 그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미국과 일본은 힘의 숭배라는 측면에서 동질성을 가진다. 그래서 그들은 그토록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맞다. 그들은 동맹이다. 그리고 그 동맹의 본질은 힘의 숭배이다. 촛불집회가 열리던 한 구석에서는 늘 개신교 그리스도인들의 기도회가 열렸다. 그들은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내걸었다. 어떤 때는 이스라엘의 국기와 일본의 국기가 내걸리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국기가 내걸리는 이유도 동일하다. 이스라엘은 현존하는 국가 중에 가장 폭력적인 국가이다. 그들은 건드리면 배로 응징한다. 어떻게 한국인이 일장기를 내걸 수가 있는가. 그러나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서 힘에 대한 숭배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이 숭상하는 것은 힘이며 그들이 숭배하는 것은 국가이다. 그들의 정체성이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보라 힘과 하나님이 함께 갈 수 있는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힘을 숭상하고 국가를 숭배하는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자신들이 그리스도인들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성서가 말하는 죄인들이다. “그러나 제 힘이 곧 하나님이라고 여기는 이 죄인들도 마침내 바람처럼 사라져서 없어질 것이다.” 이 말씀은 바빌로니아에 대한 예언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모든 힘을 숭상하는 자들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제 내가 바빌로니아 사람을 일으키겠다. 그들은 사납고 성급한 민족이어서, 천하를 주름 잡고 돌아다니며, 남들이 사는 곳을 제 것처럼 차지할 것이다. 그들은 두렵고 무서운 백성이다. 자기들이 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자기들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자들이다. 그들이 부리는 말은 표범보다 날쌔고, 해거름에 나타나는 굶주린 늑대보다도 사납다. 그들의 기병은 쏜살같이 달린다. 먼 곳에서 그렇게 달려온다. 먹이를 덮치는 독수리처럼 날쌔게 날아온다. 그들은 폭력을 휘두르러 오는데, 폭력을 앞세우고 와서, 포로를 모래알처럼 많이 사로잡아 갈 것이다. 그들은 왕들을 업신여기고, 통치자들을 비웃을 것이다. 견고한 성도 모두 우습게 여기고, 흙언덕을 쌓아서 그 성들을 점령할 것이다.” 천천히 묵상해보라. 우리는 이 말씀을 나쁜 것으로 알고 지나치지만 사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숭상하는 것이다.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가. 그러나 이것이 바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이 흔드는 국기들이 그것을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기도회에 참여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너무도 많은 교회와 목사들이 그런 그들을 지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폭력을 찬양하는 것이다. “내 주먹을 믿으라”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유치찬란한 이 말에 함몰되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은혜가 임하기를 바란다. 긴 설명은 필요 없다. 제 힘을 하나님으로 여기는 자들은 죄인들이다. 그 죄인들은 바람처럼 사라져 없어질 것이다. 바빌로니아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