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는 설날이 세 번 있다. 양력 1월1일이 그 첫째이고,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음력 설)과 이슬람의 설날에 해당되는 ‘나우르즈’가 둘째와 셋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21년을 살다보니 세 번에 걸친 새해를 맞이 풍습에 적응이 되어 간다. 한 해의 첫날인 1월 1일 새해를 카자흐스탄에 사는 모든 민족들과 함께 축하하고 2월 경이 되면 우리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을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 맞이하고, 3월에는 카자흐인들의 설인 나우르즈를 맞이하며 또 한번의 새해를 맞는다. 이렇게 설날을 세 번 보내다보니 올해도 4분의 1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나우르즈는 카자흐어로 ‘3월’을 뜻하며 어원을 찾아보면 “새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절기로는 낮과 밤이 같다는 “춘분”으로 새봄이 시작되는 날이 바로 새해의 첫날이 되는 것이다.
혹독했던 겨울이 가고 생명의 봄 소식을 알리는 나우르즈를 맞아 카자흐전통민속무용단이 알마티의 공화국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고대 페르시아 문화권에 속했던 이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이슬람 지역의 상당수가 나우즈르를 새해로 기념하고 있고, 터키, 이라크의 쿠르드족, 중국의 위구르족 등도 나우르즈를 기념하고 있으니 전세계적으로 볼 때 작은 명절은 아닐 듯 싶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공식적으로 5일을 나우르즈 공휴일로 쉬고 있으나 길게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까지 쉬기도 한다. 직장이나 학업으로 도시에 나와 있던 카자흐인들이 나우르즈를 맞이하여 나서는 귀경길은 세계 9위 면적의 넓은 땅을 가진 카자흐스탄답게 멀다. 때로는 2박3일을 기차로 꼬박 달려가야 가족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1월에 새해를 맞아 야무지게 결심하고 포부를 다잡았다가 혹 작심삼일이 되면 2월 우리 설에 한번 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그래도 또 작심삼일이 되면 3월 나우르즈 설 때 다시 한번 더!! 못해도 삼 세 번!
한 해에 세 번씩이나 새해를 맞고 당찬 포부와 희망을 갖게 하는 카자흐스탄의 새해맞이는 늘 감사하다. (김상욱)
(이 원고는 '또다른 세상'에 기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