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미국은 대중국 ‘이중 플레이’ 단념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중 관계가 전쟁을 향해 치닫는가 싶더니 갑자기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달 18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고위 관리와 시진핑 주석을 차례로 만났다. 중국을 적대해서는 미국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뒤늦게라도 깨달았다면 이제 미국은 우방인 여러 나라들의 대중 관계 개선도 대국답게 묵인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동안 중국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미국의 압박에 무조건 굴종,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본 한국 등 미국의 우방들에게 미국은 무슨 낯으로 미중 관계 개선 노력을 합리화 할 것인가? 패권국가 미국의 지나친 이기주의는 많은 나라의 증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미국은 분명히 깨달아야한다. 블링컨에 이어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7월 6일 베이징에 도착,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며 중국의 불만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미국의 요구인 중국의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 양국 간 쟁점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한 체 “이번 방문이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달 19일 베이징에서 중국 친강 외교부장을 만나 8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대만문제는 아무 소득이 없었지만, 1) 고위급 대화 재개, 2) 우발적 무력 충돌 방지, 3) 양국 간 경제 교류 활성화에는 합의했다. 미중 관계 개선은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다음날 < AP > 통신 등 복수 언론은 블링컨의 중국 방문은 중국의 호응이 없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가장 바랐던 미중 양국 간 ‘무력충돌 방지용 군사적 소통 창구’ 개설의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링컨은 이 자리에서 실질적인 이번 중국 방문 목적인 북한 압박 문제를 꺼냈다. 그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로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에서 벗어나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중국 측은 “각자 책임을 다하는 게 순서”라며 북한의 우려와 미국의 책임을 환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부터 폐기하라는 듯 대응했다. 바이든 정부는 대미 적대감에 치를 떨고 있는 북한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방법으로 중국이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한 탓이다. 미국이 과거 어느 때의 한국 대통령들과도 비교가 안 되는 저급한 수준의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미국 입맛대로 한국 정권을 좌지우지하듯 중국도 평양을 제멋대로 요리할 수 있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모두 남한의 이후락, 김대중, 문재인을 각각 만났을 때, 국경을 맞댄 내몽골, 티베트 등 이웃 나라 침략을 밥 먹듯 하는 믿지 못할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 때문에 ‘미군의 한국 주둔’에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였다. 이 같은 사실은 북한이 중국의 속국이 아님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북한과 중국 간의 동맹 조약은 62년 전인 1961년 7월 1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권대표 김일성(내각수상)과 중화인민공화국 전권대표 주은래(국무원 총리) 사이에서 체결된 것으로, 바로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이다. 그 내용은 이 조약 체결 5일 전에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맹 간의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과 대동소이하다. 북한은 대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자주 외교를 펼쳐 왔고, 지금도 그 노선은 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블링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미국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대중국 전방위 압박에 대한 반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말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와 ‘대만독립 반대’라면서, 뒤에서는 각종 대중국 군사훈련, 최신예 무기 대만 반입 등, 미국의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아 불신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든은 블링컨이 시진핑을 만난 지 하루 만에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또 다시 시진핑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물론 바이든이 대선을 앞둔 처지에서 시진핑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미국민들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었다 치더라도 이 발언은 외교적 언사로서는 부적절했다. 중국 및 중국을 가까이 하고 있는 수많은 나라들은 이미 미국 ‘일극 패권시대’는 저물었고 이제 공생공존, 상부상조 정신으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다극화 시대’가 왔다고 믿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날이 갈수록 이 현상은 굳어질 것이다. 이제 미국 스스로가 이러한 세계의 흐름을 현실로 인정하고 대국의 아량으로 솔선수범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다극화 시대로의 진입에 공동전선을 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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