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정부가 바꾸려는 인종차별법(Racial Discrimination Act) 개정안이 4월30일까지 약 한 달 동안의 조언을 구하는(consulting) 단계에 들어가면서 강한 반대 의견이 연방 의회에 전달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유력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SMH)지는 27일(목)자 신문에서 “결함이 있는 언론 자유 보호 명분이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공격할 권리를 제공한다(Flawed defence of free speech provides a free kick for bogots)”는 제목의 사설로 정부의 개정 추진이 하자가 있다는 점을 비난했다. 여기서 하자는 강자가 약자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의미한다.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자적했다.
헤럴드지는 인종차별법 18C 조항이 언론자유 침해 조항이라는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의 주목적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지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조항 삭제 없이 언론 자유를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은채 약자를 보호하는 공격 행위에서 보호 역할을 하는 주요 항목을 제외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인종차별법 18C조항은 “누군가를 민족이나 인종 때문에 공격하거나(offend) 모욕하거나(insult) 수치심을 주거나(humiliate) 또는 위협하는(intimidate)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애보트 정부는 소수의 보수논객들의 언론 자유 보장을 목적으로 이 조항에서 위협을 제외한 공격, 모욕,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삭제하고 ‘vilify(비방하는)' 단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또언론 자유를 보호하는 내용의 18D조항도 폐지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예술 학술 과학 주제의 공개 논의는 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몇 주 동안 본지는 이 이슈를 계속 다뤘다. 그만큼 비영어권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제정된 지 20년이 된 현행 인종차별법의 18C조항은 호주 사회에서 인종이나 출신 배경 때문에 공격, 모욕, 수치심,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취약계층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중요성이 있다. 애보트 정부의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종적 증오 발언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면서 판을 칠 위험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24일(월) 의회(상원)에서 “사람들은 편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People have the right to be bigot)"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며 법개정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자유당 내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법 개정에 우려를 표명했고 일부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토니 버크 야당 하원원내총무와 존 로버트슨 NSW 야당 대표는 각각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개정안에 절대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소수민족 그룹도 당연히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공영 방송 ABC의 네티즌 4천여명 설문조사에서도 반대가 75%로 찬성 23%를 완전히 압도했다. (무응답 2%) 이처럼 다수의 여론을 무시하면서 법을 개정하려는 의도는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다. 애보트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관련 법 개정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유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성향 유권자들과 보수 언론인들의 권익 증진이 목적이다. 이 목적을 위해 공격이나 모욕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 계층의 법적 보호망을 없애겠다는 주장은 궤변이다. 편견을 가질 자유는 물론 언론 자유에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은 민주국가에서 상식이다. 본지는 브랜디스 법무장관의 망발을 규탄하며 인종차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호주한국일보 2014년3월28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