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타령말고 GOP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군부대에서 또다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오후 8시15분쯤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최전방 GOP(General Outpost·일반전초)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육군 22사단 임모 병장이 소대 근무교대 집결지에

서 동료 부대원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사격을 해 장병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당했다. 



총기 난사 뒤에는 총기와 실탄을 휴대하고 탈영해 추격하는 군과 대치하며서 총격전을 벌이다 23일 오후 생포됐다. 



이번 사건은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GP(휴전선감시초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로 8명의 장병이 숨진 후 가장 피해가 큰 군부대 총기사고라고 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 수행을 위해 군에 간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군부대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당국은 철저한 재발방지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국방부는 폐쇄적인 병영문화 개선에 초점을 두고 지난 2005년부터 장병들의 박탈감 해소와 심리적 안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또한 관심사병 제도를 두어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근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원인을 잘못 짚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국방부는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 관심병사 관리 대책 등이 포함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발표했지만 불과 3년만에 더한 참사가 발생한 것이 그 반증이다.



GOP는 북한군과 24시간 대치하며 철책을 경계하는 최전방 초소이다. 병사들은 경계근무 때 수류탄과 실탄을 휴대하는 만큼 엄격한 규율과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더욱이 사건을 저지른 병사는 해당 부대 전입시 인성검사에서 자살우려자나 사고유발 고위험자에게 부여되는 A급 관

심사병으로 분류됐다. 



임 병장은 7개월 뒤 인성검사에서는 GOP근무가 가능한 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경계근무에 투입됐다가 결국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 1차적으로 임 병장이 GOP 근무에 투입된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상 이건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FM(야전교범)대로 여덟 시간씩 자면서 경계 근무를 한다면 전방 초소는 뻥뻥 비어 있을 겁니다.” 



올초 강원 고성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대학생 A씨는 며칠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성 전방 부대에서 발생한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 사고 원인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GOP 소대 내 한 분대는 통상 열 명으로 두 명의 비번과 여덟 명의 근무자로 구분된다. 



그러나 전역자가 생겼는데 제때 충원이 이뤄지지 않거나 휴가를 가는 사람이 발생하면 비번 없이 근무가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실제 GOP의 근무환경은 열악함을 넘어서 가혹한 지경이다. 끊임없는 긴장 속에 하루 12시간을 꼬박 경계근무와 숨가쁜 이동, 제대로 휴식이 보장되지 못하는 내무반, 따뜻한 목욕조차 하기 힘든 열악한 시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마저 6개월 뒤에는 폐인처럼 만들어 버린다. 



이런 환경을 단지 ‘애국심’과 ‘인성교육’만으로 이겨내도록 강요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상황인 것이다.



공군은 초소나 탄약고 등을 지키는 병사의 근무 시간이 최대 여섯 시간으로 과중하다는 지적을 받고 군견과 폐쇄회로TV(CCTV) 등을 활용해 근무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다. 



육군도 수차례의 GOP와 GP(경계초소) 총기 사고를 겪으면서 격오 부대에 우선으로 보급품을 주는 등 처우개선 조치를 펴왔다. 



육군 관계자는 “GP, GOP 중에선 아직 수도시설이 없는 등 환경이 열악한 부대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부대에서 소대장 책임 하에 똘똘 뭉쳐 끈끈하게 ‘고생했다’며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군은 그동안 ‘누구나 군대에 간다’는 군역 평등함을 이유로 청년들에게 군 생활의 어려움을 의지로 극복하라고 명령해 왔다. 사고가 되풀이된다면 이 방법이 최선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임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 이유는 군수사당국이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과 수개월씩 외부와 차단된 특수상황이 사건의 단초가 됐음을 부인하긴 힘들 것 같다. 



GOP의 근무여건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GOP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특수성으로 병사들이 정신적 불안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쉽다. 이들이 근무시간 외에는 정해진 장소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운동시설과 미디어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무리 GOP라고 하더라도 병사들을 늘 긴장 속에 묶어둘 수는 없다. 



예산타령 하지 말고 관심병사 관리와 GOP 근무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



<유럽 19개국 배포되는 주간신문 유로저널 www.eknews.net   유로저널.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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