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칼럼을 통해 밝힐 수 있는 두 시절 첫번째는 독일 주재원시절 독일 중앙은행장(Bundesbank Praesident) 공관이 있는 Frankfurt 근교 Taunus 산맥 기슭에 자리한 고도(古都) 그림같은 Kronberg에 살고 있었을 때였고 두번째는 미국으로 이민와 ‘소위’ Long Island, Great Neck에 있는 꿈같은 ‘Castle’에 살고 있었을 때였다.

 

Queens에서 최고급주택지라고 자타(自他)가 공인하는 Little Neck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필자는 현재는 ‘크게’ 강등(降等)되어 Great Neck에 비해 한 수 아래인 Little Neck(좁은 목)에 거주하고 있다. ‘목이 매우 좋은 Great Neck’에 살 때는, South가 아닌 한국엄마들이 ‘죽고 못사는’ North쪽에 살았다. 한국엄마들이 죽고 못사는 이유는 North High가 South High보다 미국고등학교 순위(Rank)가 ‘한창’ 상위(上位)였기 때문이다 . 집주소도 ‘부(富)하고 부하게 들리는’ Polo Road 40번지.

 

그 시절 필자는 Bank of America에 근무하고 있었고, 집사람은 딸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Answering Service 재택(在宅)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가게를 꾸밀 필요가 없어 Lease, Rent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상품을 취급하지 않아 재고(在庫)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출퇴근이 필요 없는 소위 ‘Clean Business’였다. 아이를 키워가면서 살림해 가면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아이디어 비즈니스’인듯 싶었기 때문이다! Answering 특수기계 한 대를 설치하여 놓고 고객들이 외출시 Call Forwarding한 번호가 울리면 고객의 이름으로 전화를 받아 신속하게 고객에게 연결만 시켜주면 하루의 일과는 대과(大過)없이 종료되는 그런 비즈니스였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저렴하게 아름답고 지적인 목소리를 지닌 비서를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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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의 진화로 그리고 다른 이유로 동(同) 비즈니스 문을 접은 지 십여개 성상(星霜)이 흐른 열흘 전인 4월 2일(토) 10시 반 경,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Answering Service 하시지요?”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예, 그렇습니다만…” “제가 3 주동안 성지순례(聖地巡禮)를 떠납니다. 3 주간만 수고 해 주십시요.” “저희가 오랫동안 Answering Service Business를 하였습니다만, 요즈음은 휴대용 전화기가 급속도로 발전하여 십수년 전에 그만두었습니다.” “ 영업을 하고 있는 곳 아시나요?” “저희가 하고 있을 때 한 곳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비즈니스를 떠난지 오래되어 그곳에서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업소록에 전화번호가 있을 터이니 문의해 보시지요.” “ 그곳 저도 몇 년전에 한 번 이용하였었는데 여직원들이 책임감이 좀 부족한 것같았습니다. 연결도 늦고 누락(漏落)되는 것도 있고 그 때 기억때문에 귀사로 전화를 드렸던 것인데요.” “전화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어떻게 하지요? 제가 Answering Service를 최초로 한인사회에서 도입한 사람으로 그 비지니스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되어져야 하는 지 알고 있긴합니다만…무슨 비즈니스하고 계십니까?” “Dental Laboratory입니다. Dentist Office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Pick Up/Delivery하시는 분께 곧 연락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Lab.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영어도 그렇고, 각자 맡은 기공일때문에 전화를 받을 시간이 없습니다. 영어가 되시나요?” “예. 제가 New York Daily News와 Bank of America에 오랫동안 근무하였습니다.” “그럼 선생께서 일해 주셔요. 3주밖에 되지 않습니다. 3주입니다만, 한 달분 수고비를 지급하겠습니다. 4일(월) 떠나니 오늘 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우선 50% 수고비를 드릴 터이니 Woodside에 있는 제 사무실로 들리셔요.”

 

그래서 약속시간에 그의 사무실에서 3 주간 ‘나의 Boss’와 상견례를 하였다. Boss 말씀 “아 선생님이시군요! 뉴욕일보에 칼럼 쓰시는 한선생님. 칼럼니스트를 채용(!!!)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그제야 Boss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같았다. 왜냐하면 걸려온 전화를 어떻게 잘 대응하는가에 따라 비즈니스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정에 따라 일요일 오후 본사(本社!!!!)의 전화가 필자의 전화기에 Call Forwarding 되었고 월요일부터 Queens, Manhattan, Westchester 그리고 Fort Lee 치과의사들로부터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고객인 의사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Pick-Up/Delivery하시는 분께 신속하게 연락하여 주면 임무는 끝난다. 그 옛날 집사람이 딸아이를 데리고 Julliard 음악학교 Violin 교수에게 갈 때면 ‘이 남자’가 전화를 받았었다. 그 때 기억을 되살려 지난 일주일 탈없이 근무를 맞추었다.

 

수요일 Boss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Jordan인데요. 한선생님 우리 서(徐)선생님하고 잘하고 계시지요?” “예. 서선생님하고 손발을 맞추어가고 있습니다.” 일주일동안 서선생과 하루에 열댓번 통화했다. 일면식 없는 그가 “잘해 주셔서 제가 일이 가벼워졌습니다” “ 선생님 몇 년동안 근무하고 계셔요?” “35년 했습니다!” “우리 사장님이 잘해 주시나 봅니다. 두 분 대단하십니다.” “지난 12월 1년만 더 일한다고 했어요.” “선생님 그만 두시면 뭘 하시게요. 계속하십시요.” “하기야 Retirement하면 마누라 얼굴만 쳐다볼 수 없고…””아닙니다. 건강이 허락하시는 한 일하셔요.” 그래서 좋은 분들을 알게 되게된 기회가 되었고 더우기 그 옛날 집사람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얼마나 답답하게 느꼈을까도 생각했다. 왜 그땐 그 생각을 못했을까? 살기에 바빠서…열심히도 살았었는데……

 

글=韓 泰格(www.TedHan.com)

 

독일 프랑크푸르트 은행주재원 생활(4년)을 마치고 뉴욕 최대일간지 ‘New York Daily News’와 美 최대은행 ‘Bank of America’ 에서 근무하는 등 뉴욕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다. 'Bridge Enterprises'라는 사업체를 경영하며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100개 이상의 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는 미국과 뉴욕, 이민가정 子女들이 겪는 이야기를 '韓泰格의 架橋세상'을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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