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13일은 프랑스 한인사회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 개최된 ‘프랑스 한인 차세대 발대식’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거나 어릴 때 와서 이곳에서 성장한, 우리 한인사회의 미래를 짊어져 나갈 1.5세, 2세들이 서로의 네트웍을 형성하고 지속성을 갖는 모임으로 출발했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프랑스 한인사회가 시작된 이래, 1968년에 ‘재불한인회’라는 이름으로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한인단체가 결성되면서 프랑스 한인사회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역대 한인회장들의 노고로 ‘한인회’는 한인들의 친목과 화합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펼쳐 왔고, 파리한글학교를 지원하고 지금의 한인회관을 건립하는 등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한인회 초창기에 활동했던 주역들은 그 임무를 후배들에게 넘겨줬다. 2010년에 결성된 청솔회는 한인사회를 일궈온 1세대들로, 한인사회의 다양한 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헌신과 봉사로 후대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현 프랑스한인회가 힘을 실을 수 있는 것도 이 분들 같은 든든한 지원군 덕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한인사회의 맥을 이어줄 40대 이전세대 한인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1.5세, 2세 출신인 20~30대 차세대들의 참여가 적고, 이들이 서로 교류하기 위한 공식적인 채널이 전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사회의 초년생들로서 바쁘기도 하겠지만, 이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인식과 그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결여로 볼 수 있다.
한인회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한인사회 행사의 참여율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유소년 시절에는 부모를 따라 체육대회나 한가위 행사 등 한인사회 행사에 나오기는 하지만, 고등학교와 대학, 사회로 진출하면서 부터는 (일부 종교단체 활동 외에는) 완전히 한인사회와 동떨어진 채 살게 된다. 이는 향후 한인사회의 발전과 지속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여러 국가에서 차세대들이 현지사회에 동화될 뿐 한인사회의 일에는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 없어 기성세대와 이어주지 못하고 노쇠한 한인사회로 전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대한 책임을 차세대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차세대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이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과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지 못한 한인회와 한인단체,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올해 출범한 33대 한인회는 이러한 절심함을 깨닫고 대사관의 협조를 얻어 지난 13일 프랑스 한인 차세대들의 공식적인 모임을 발족시켰다.
그들은 현재 변호사, 프로젝트 매니저, 지사장, 이코노미스트, 계리사, 회계사 등 프랑스 각 분야에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현지사회의 문화와 언어, 지식을 갖춘 전문인들이다. 이들 차세대들이 힘을 모은다면 한인사회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파워와 저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라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역사는 물처럼 흘러간다. 물이 고이거나 마르지 않도록 기성세대는 차세대들을 세워주고, 차세대들은 후배들을 이끌어주며, 변함없이 서로의 발전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물줄기를 계속 이어 나아갈 수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차세대 모임이 출발하게된 것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제 막 시작된 이 모임이 탄탄하게 자라고 이어질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돼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프랑스 한인사회가 청년 장년 노년으로 구성된 완전한 삼위일체의 틀을 갖추고,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한인커뮤니티로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