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로 이직, 급작스런 감원 등에 대한 기업의 사전 조치 필요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고용시장에서는 옛날부터 내려온 불문률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Employment at will”이라고 하는데 이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나 직장을 수락하거나 사임하는 것을 마음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즉 직원채용이나 직장을 바꾸는 행위도 강요나 강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근본 정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제 생활에서 “Employment at will”이 제재나 통제 없이 실천되기는 불가능합니다.
인권, 인종차별, 성차별, 연령차별 등 채용이나 직장 선택에 있어서 법적인 제한이 많아 가해집니다. 조직체에서 직위가 비교적 낮고 결정권한도 크지 않은 직원은 자기 직장을 지키든지 타사로 일자리를 옮기든지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직원은 사임을 한다든가 경쟁사로 직장을 옮김으러써 몸담았던 조직체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해상치(Conflict of Interest)의 문제가 야기됩니다.
이곳 남가주의 동포사회만 하더라도 경쟁이 심한 사업분야가 많습니다. 여행사, 식료품점, 한의사, 보조식품사업, 등등 상호간의 경쟁이 심합니다.
심한 경쟁관계에 있어서 중요인물 한 사람의 이동은 금전적인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업전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주요고객 명단을 통체로 갖고 직장을 옮기는 행위도 윤리적으로나 법적인 문제가 되지만 더욱 직접적인 타격은 고객들이 전직하는 직원과 함께 경쟁자에게 넘어가는 결과입니다.
고객명단은 업체의 사비이고 업체의 소유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고객 명단을 갖고 전직하면 그것은 위법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용계약에 “사임후 일년 안에는 경쟁사로 직장을 옮겨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상례입니다.
미국에서는 장성급 군인들이 전역을 한 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군수회사에 취직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군수회사간의 공정한 경쟁을 어지럽힐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매니저급 이상의 간부직원은 사임한 후에 대부분 일년이지만 일정기간 동안 납품 업자나 하청 업체에 취직할 수 없다는 고용규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은 모두 기존 인맥으로 말미암아 납품업자나 하청업자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공정성을 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 미국이나 고국의 고용시장에서 이해상치 문제가 수반되는 규정이 아예 없거나 있다해도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심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 종사하는 회사에서는 직원채용시에 이해상치 조항을 강조하고 가능하면 고용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용관계에 있어서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에 가장 큰 핵심요소는 충성심일 것입니다. 충성심의 함양은 일방통행이 아니고 양방향성이라는 데에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직원은 고용주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개념이 일반적이지만 고용주도 직원에게 충성심을 보여햐 한다는 사실은 별로 강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임금을 10%나 20% 더 준다는 경쟁사에 전직을 하려는 직원을 원망하기 전에 현 임금이 공정한지 또는 경쟁사가 내 놓은 임금에 현 고용주가 맞출 수 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을 듯합니다.
한 직장에서 중요한 직책을 맞고 있는 직원이 사임하면 그는 회사에 큰 불편과 손해를 끼칩니다. 그럴 경우에 윤리심리가 강한 직원은 아주 일찍이 사임하려는 의사를 밝히고 후임을 회사가 물색하여 사무인계를 충분히 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이직하는 직원은 회사와의 의리도 상하지 않고 장래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원도 회사는 불가피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행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회사의 존폐가 달려 있는 겨우에는 감원 대상 직원에게 일찍이 감원 가능성을 알려주고 그가 새로운 직장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윤리성과 의리에 맞습니다.
사임을 하는 직원은 자기가 사직함으로써 회사에 입히는 불편과 손해를 임금을 올려 받을 협상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고용주와 정직하게 대화로 진로를 결정하는 인간관계수립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용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고용주나 피고용주가 상대를 이용하거나 골탕멱이는 술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를 절대로 가져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