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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올해의 사자성어

 

여민동락(與民同樂). 맹자의 사상은 이 단어 하나로 관통한다.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근본은 백성이고 국가는 그 다음이며 군주의 존재는 가볍다는 맹자의 왕도론도 백성을 중시하는 맹자의 민본사상에 근간을 두고 있다.

 

맹자는 왕위를 하늘의 뜻으로 여겼다. 하늘의 뜻은 땅의 백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심을 뜻한다.

민심을 잃은 지도자는 천심을 잃은 것이고 결국 지도자의 자격도 상실하게 된다는 맹자의 주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천심을 잃고도 억지로 그 자리를 보전하려는 군주를 끌어내리는 행위를 ‘혁명’이라 평가했다. 백성에 의한 저항이라면 무력을 동원한 유혈혁명까지도 민심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도 했다.

 

맹자의 혁명론을 좀 더 알기 쉽게, 그러면서도 더 극적으로 표현한 유학자가 바로 순자다.

맹자보다 조금 늦은 전국시대 말기를 풍미한 순자는 <왕제>편에서 “군주는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고 적었다.

순자의 혁명론은 맹자의 설명보다 훨씬 쉽게 귀에 박힌다.

 

2300년전 주권재민을 주창한 맹자와 순자의 사상이 2016년 대한민국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군주민수(君舟民水)’.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박근혜-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과 헌정파괴에 분노한 성난 민심이 대규모 촛불시위로 이어져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특검수사, 헌재압박까지 이끌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국을 가장 잘 상징했다는 분석이다.

 

시간을 돌려 박근혜 정부 출범시기로 가보자.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 교수신문은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국민의 여망을 읽지 못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적이었다.

2014년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 국정개입 등 정부가 나서서 거짓을 진실인양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담았다.

지난 해인 2015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다.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이다. 삼권분립과 의회민주주의의 붕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대한민국 혼란의 근본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어였다.

 

2016년의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

군주는 배, 백성은 물. 군주가 민심을 잃으면 물 밑으로 수장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직설화법이다.

2300년 전, 맹자와 순자는 배를 뒤집은 민초들의 행위를 혁명이라고 말했다.

취임 첫 해에는 역사를 후퇴시키고, 두번째 해에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세번째 해에는 세상을 어지럽힌 군주를 그대로 둘 민심이 세상 그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맹자와 순자의 혁명론을 담아낸 올해의 사자성어를 이미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과연 내년의 사자성어는 무엇이 될까. 애는 썼으나 보람이 없는 노이무공(勞而無功)만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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