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조롱 세력 청산이 대선보다 급하다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숨 고르기라도 하듯 광장의 촛불이 잠시 잦아드는 듯하자 그동안 촛불 민심에 놀라 숨 죽이고 있던 박근혜 탄핵 반대 수구 반동세력이 어느새 고개를 빳빳이 처들고 나타나 날뛰고 있다. 이른바 ‘애국 보수’들이 주최하는 탄핵 반대 관제 ‘태극기 집회’에는 어김없이 성조기에 이어 왜 갖고 나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형 이스라엘 국기도 등장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조선의 딸로 곱게 태어난 죄밖에 없다”며 통한의 피눈물을 흘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에게 합의를 받아들이라며 윽박지르는 애국 보수들의 광기어린 모습을 보면, 돈 몇 푼 쥐어주면 언젠가는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나가 일장기를 흔들며 “다케시마(한국명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외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 선포가 답이다’ 등등 등장하는 구호도 섬뜩하다. 명색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호국의 간성(干城)인 군을 향해 쿠데타를 일으키라고 반란을 선동하는 반민주 반국가 세력이 언필칭 애국 보수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폐족이나 다름없는 새누리당 인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집회에 참석해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탄핵에 찬성했고, 탄핵 직후엔 “촛불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놨던 사람이 돌변해 탄핵 기각을 주장하자 이를 보다 못한 같은 운동권 출신의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며 그의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김 전 지사같은 변절자의 말로가 어떨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서 “지금은 반성할 때가 아니라 싸울 때”라고 말했다.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석고대죄(席藁待罪)해도 모자랄 판에 자숙은 커녕, 김 의원처럼 집회에 나타나 증오와 대립을 선동하는 친박 정치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집회 규모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앞장서 막아야 할 야권은 온통 대선에만 관심을 둔 탓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탄핵 기각설에 탄핵 연기설까지 온갖 설이 정치권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야권 대선 주자들은 탄핵 심판보다, 1980년 ‘서울의 봄’이 끝내 오지 않았듯, 어쩌면 오지 않을 ‘벚꽃 대선’ 꿈에 취해 탄핵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안이한 모습에 촛불을 든 천만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째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 측 대리인단의 노골적인 지연 작전으로 2월 말 탄핵 선고가 사실상 물 건너가자 지난 6일 탄핵 공조 복원을 다른 야당에 제안하며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한 말이다. 이에 야 3당 대표들이 8일 회동을 열고 조기 탄핵을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잘한 일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어제 주최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했던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이미 태극기 바람에 꺼졌다고 본다”며 한껏 촛불 민심을 조롱했다. 탄핵 인용이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이미 정권을 잡은 것처럼 착각하고 경거망동하는 야권 주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죽 쒀 누구 좋은 일 시킬 일 없으려면 말이다.
국민 절대다수는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헌재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재판관의 상식과 판단이 일반 국민의 기대와 상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 있다. 법관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말하지만, 인혁당 사건이나 동백림 간첩단 사건 등 수많은 시국 사건을 통해 봤듯 사법부가 언제나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니다. 탄핵 심판도 어쩌면 대다수 국민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탄핵 반대 세력이 촛불 민심을 뒤집으려 기를 쓰는 이유는 바로 그 같은 가능성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 때문일 것이다.
광장으로 돌아가 다시 촛불을 밝히자. 가서 촛불이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자. 그리하여 나라를 망쳐놓고도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최후의 단말마적 발악을 하는 수구 반동 세력을 청산하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상식과 순리가 지배하는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는 그날까지 함께 하자.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중산의 LA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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