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좀 알고 친미해라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과 함께 대형 를 펼쳐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분노와 수치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이른바 ‘애국보수’들이 친정부집회에 참가해 성조기를 흔든 것이 비록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내정치문제로 미국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보수들은 왜 걸핏하면 미국과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를 가지고 성조기를 흔들며 난리를 칠까. 아니 자기 나라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면서 어찌 남의 나라 국기와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거리를 누비는걸까. 행진에 등장한 성조기는 3차로를 덮는 크기의 대형이었던 반면 태극기는 크기가 그 절반 정도밖에 안됐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자칭 애국보수들이 주최한 집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애국을 가장한 국적불명의 가짜보수들의 진짜 국적은 어딘가. 대한민국인가 미국인가. 아니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당찬 어느 여고생의 신랄한 표현처럼 ‘대한미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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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캡처>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조기를 든 이유로 ‘미국참전과 구호지원, 한미동맹강화, 트럼프의 박근혜지지 기대’ 등을 꼽았다. 이에 그들이 성조기를 든 이유로 꼽은 것들을 하나하나 간략하게 짚어보자.

 

첫째, 미국의 한국전참전이다. 미국은 일제가 항복하기 5일전인 1945년 8월 10일 38선을일방적으로 그어 한반도를 분단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8월 11일 트루만 대통령은 “미군은 한반도에 있는 일본군을 무장해제하고 그들로부터 항복을 받기위한 연합군과 공동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군작전 편의상 단지 일시적으로 한반도를 분할하며 본군사작전이 끝나는대로 연합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미국이 제안하고 구소련이 동의해 획정된 38선을 경계로 분단된 한반도 북부에 1945년 8월 8일 소련군이 진주했고, 미군은 한달뒤인 9월 8일 남부 인천항에 도착한다. 1950년 6월 25일 발생한 한국전쟁은 종식되지 않은채 분단은 70여년째 지속되고 있다. 한편, 소련군은 1948년 12월 북한에서 철수했지만 미군은 아직도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

 

한반도를 분단하여 ‘두개의 한국(Two Koreas)’이 존재하게 되었고, 이데올로기가 서로 다른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게 된 이상 통일과 독립을 위한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든 것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것은 공산주의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지키고 남한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1940년대 중반 장개석의 국민당과 모택동의 공산당이 중국대륙 지배를 위한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밀리게 되자 중국이 공산화가 되지 않도록 미국의 참전을 국민당이 간청했는데도 미국이 외면해 남한땅보다 100배가 더 큰 중국땅이 공산화 되고 말았는데 중국땅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 한반도 남쪽땅과 중국인구와는 비교도 안되는 남한사람들을 공산북한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수만명의 미군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싸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아니 시쳇말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미국은 소련과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자국의 국익을 수호하기위해 한반도를 분단했고, 참전했고, 같은 이유로 지금도 남한에 미군을 주둔하고 있을뿐 남한의 안보나 통일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니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짝사랑은 그만 접고 제발 성조기 좀 그만 흔들란 말이다.

 

다음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미국의 구호지원 문제이다. 탄핵반대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 나와 흔든 한 60대 여성참가자는 “한국전쟁때 미국이 원조해준 강냉이죽, 전지분유가 없었으면 우린 다 굶어 죽었을 것이다. 미국은 은인의 나라”라며 고마워했다. 한 70대 남성참가자는 “한국전쟁에서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수많은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늘 미국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키 고홈”을 외쳐야 할 한국민이 이렇게 오장육부까지친미가 된 것은, <한국전쟁의기원>을 쓴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가 지적했듯 해방후 줄곧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은 때문이다. 미국은 결코 은인의 나라가 아니라 분단의 원흉이자 통일 또한 미국이 가로막아 안된다는 기막힌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한 한국땅에서 성조기는 계속 휘날릴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1905년 미국이 일본과 밀약을 맺어 조선을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민족의 운명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들 어쩌면 국토분단과 민족상잔도 없었을 것이고 통일된 자주독립국가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전쟁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본원인을 알게 되면 차라리 굶어 죽을지언정 미국이 준 강냉이죽과 분유 따위에 감읍하여 성조기를 치켜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누구 때문에 통일과 독립은 고사하고 분단의 고통속에 살아가게 되었는가를. 미국은 우리에게 병 주고 약 주는 고약한 나라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은 베트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우리의 국익을 위해 그랬듯, 미군이 한국전에 참전해 싸우다 죽은것 또한 그들의 국익을 위해 그랬던 것뿐으로 우리가 특별히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미국을 구세주처럼 여기는 쓸개 빠진 한국민과는 달리 민족 자존감이 강한 베트남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군 파병을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민족이다. 미국이 자기네 국익을 손상해 가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줄 것이란 망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강화이다.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인 전 시카고대 한스 모겐소 교수가 강대국과 약소국간에 체결한 가장 대표적인 불평등 동맹의 사례로 꼽은 ‘한미동맹’은 강화가 아니라 굴욕적인 내용을 대폭 개정해 대등한 동맹관계로 우리의 국가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국익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고수해야 할 동맹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입각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전액 부담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미 해마다 1조원 이상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고 세계 최대미군기지인 평택미군기지 건설비용 107억달러중 96%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데도 걸핏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한다. 밑빠진독에 물붓듯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퍼주는 대신 그 천문학적인 돈으로 자주국방력을 배양해 우리 안보는 우리 스스로 지킬테니 미군철수 할테면 언제든 하라고 미국에 당당히 말할 수있는 사람이 제발 다음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셋째, 트럼프의 박근혜지지 기대이다. 만에 하나 탄핵을 기각하도록 트럼프가 헌법재판소에 압력이라도 넣어주길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성조기를 펼쳐 들었다면 이는 내정간섭을 자초하는 부끄러운 짓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주권독립국가가 아닌 미국의 속국임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아니 이미 존엄한 군사주권인 전시작전통제권을 스스로 미국에 양도하지 않았던가.

 

삼일절과 광복절 국경일에도 성조기를 휘날리고 미국국가를 연주할만큼, 어쩌면 토박이미국인들보다도 미국을 더 뜨겁게 사랑하는 한국보수들에게, 미국이 그토록 좋으면 차라리 ‘미국의 51번째주 편입청원범국민운동본부’라도 만들어 맞불집회때 자칭 애국보수들을 상대로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떨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 이글은 필자가 앞서 발표한 <한국보수들은 왜 성조기를 흔드는가>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중산의 LA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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