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대 신문을 폐지로 넘긴다는 기사를 보고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요즈음 한국이나 미국의 정가에서 정직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말로만 정직을 성립시킬 수 없고 부인만으로 부정직을 씻을 수도 없습니다. 정직은 이해관계를 저울질해서 결정되는 미덕도 아닙니다. 정직이란 미덕은 인간의 사고나 언행에 앞서서 분명한 지리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아홉살 짜리들이 참여하는 리틀리그 야구 게임에 로라 벤슨이라는 아줌마 심판이 있었습니다. 한 경기에서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달리는 중에 2루수가 공을 든 손으로 그를 태그한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심판은 “아웃”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2루수 아이는 큰 소리로 위쳤습니다. “심판님, 저는 저 아이에 태그하지 못했어요.” 그 정직한 아이에게 감명을 받은 심판이 이번에는 자기의 결정을 번복해서 “세이프”라고 했습니다.
그 후 2-3주가 지나서 그 정직한 아이의 팀이 하는 경기를 벤슨 여사가 역시 심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하게도 전번의 경기와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심판이 보기에는 2 루수의 아이가 달리는 상대팀의 주자에게 태그를 하려다가 놓진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세이프”라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2루수 아이는 마땅하지 않은 안색을 지으면서 공을 포수에게 던져주고 자기의 위치에 돌아갔습니다.
정직한 그 아이가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심판인 벤슨 여사는 2루수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네가 주자를 태그했느냐?” 그랬더니 그아이는 분명하게 “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미 그 2루수 아이가 정직한 아이인 줄로 확신하고 있는 심판은 다시 판정을 번복해서 “아웃”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웃을 당한 팀의 코치가 강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벤슨 여사가 얼마전에 있었던 경험을 말하자 항의하던 코치도 수락을 하고 항의를 중단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야” 하는 대중의 인식처럼 강한 정직의 무기는 없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정가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생기면 모두 부인을 하지만 그런 부인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재판정에서 사회의 신망을 받는 분들이 피고의 인격증인으로 나와서 “그 사람은 그런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고 배심원들에게 말하여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를 자주 보게됩니다.
험난한 이세상을 살아가자면 오해나 사기의 희생자가 될 수가 간혹 있을 것입니다. 저지르지 않은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될 때 과연 몇 사람이나 인격증인으로 나와서 “저 사람은 그런짓 할 사람이 아닙니다.”고 증언을 해줄지 생각을 해보면 자기의 행적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아버지가 빵가게에서 빵을 사왔습니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빵을 나눠 먹다가 한개의 빵 속에서 금동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금동전은 말할 필요도 없이 빵의 가치보다 몇 배나 나가는 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다시 빵가게로 갔습니다. 빵 속에서 금동전이 나왔기 때문에 금동전을 돌려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빵집 주인은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빵가게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을 작정이었오. 이 사업을 물려줄 자식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빵집을 정직한 사람에게 넘겨줄 생각을 하고 매일 금 동전을 빵 한개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금동전을 갖고 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신만이 내가 찾던 정직한 사람입니다. 이 빵 가게를 넘겨드릴 테니 인수하십시오.” 라고 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한국어 판 일간신문을 가두의 자판대에서 살 수가 있습니다. 필요한 동전을 넣으면 자판대의 문을 열 수가 있습니다. 물론 한부만 꺼내와야지 한부 이상을 꺼내는 행위는 절도에 해당되는 범죄행위입니다.
그런데 돈을 수집해보면 미국돈의 몇분의 1정도의 가치밖에 안되는 외국동전이 너무도 많이 나온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동전 한두개 때문에 양심을 어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판대를 열고 여러부를 꺼내서 읽지도 않고 폐지로 팔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만일 그런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면 신상에 범죄기록이 항상 따라 다니게 됩니다.
동전 한 두개 때문에 양심에 먹칠하는 행위를 자지르는 동포들이 있다면 실로 부끄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사람은 한국인입니다. 한국인들은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같은 인식이 미국과 전세계에 확립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