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작품, '천상의 라운드'
한국에서의 유일한 매치플레이 남자대회인 2017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가 6/8부터 11일까지 이 곳 사우스케이프 스파&스위트에서 펼쳐졌다. 상금이 무려 10억원, 우승상금만 2억원의 큰 규모의 대회였는데 연장 접전 끝에 김승혁 프로가 우승을 차지 했다. 아래에 설명해 드릴 이곳의 시그니처 코스인 16번홀에서 승부가 많이 갈렸는데 대회 내내 승부를 펼친 프로 골퍼들의 공통된 의견이 ‘완벽에 가까운 코스관리’였다. 프로 골퍼들도 ‘엄지 척!’ 하게 만든 그 코스를 살펴보자.
새로운 자연주의를 개척하고 있는 카일 필립스 (Kyle Phillips)는 기존의 자연적 특징뿐만 아니라 그 위치와 역사에서 유래 된 고유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유럽피언 투어인 Alfred Dunhill Links Championship을 개최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18위), 프랑스 모르퐁테인 골프클럽(28위) 스페인 발데라마CC(43위) 등 이미 세계 100대 코스 순위에 여러 작품을 올리고 있는 링크스 골프코스 설계의 대가이다.
이곳은 그간의 작품을 뛰어넘는 듯 하다. 18홀 중, 바다를 볼 수 있는 홀이 11개이고 바다를 따라 흐르는 홀이 6개, 바다를 건너서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홀이 4개나 된다. 우선적으로 남해의 바다, 섬, 산과 골짜기들이 어우러지는 이 코스는 억지로 만든 홀이 단 하나도 없다. 제한된 자연에 설계를 한 것이 아니라 설계된 대로 자연이 생긴듯하다. 페어웨이는 켄터기블루, 러프는 귀신의 풀이라고 하는 페스큐, 그린은 밴트그라스로 식재되어 있고 감탄사를 연발 할 수 밖에 없는 폭신폭신한 잔디 관리상태를 보면 오너가 이 코스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우스케이프의 대장정, Par4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찔하다. 궁극의 힐링을 할 수 있는 사우스케이프 아닌가. 눈 앞에 펼쳐진 남해바다와 섬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싶다.
자! 이제 사우스케이프 대장정의 길을 나선다. 그린까지의 내리막도 심하지만 페어웨이의 폭도 좁고 바다와 맞닿은 홀이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첫 홀이지만 편안함이란 없다. 다만, 자연과의 동행이라 생각하고 바람의 결을 인정하는 힘을 뺀 티샷이 요구된다. 세컨샷 지점에서 그린까지는 150미터 안팎… 내리막 공략에서는 지면의 경사와 몸의 기울기를 일치시켜주는 것부터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탑핑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찰랑거리는 남해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의 그린에서 다시 뒤를 돌아본다. 너무 아름다워서 다음 홀로 넘어가기 싫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 듯.
카일 필립스의 재미가 녹아있는 Par5 5번 홀
이제 슬슬 카일 필립스의 코스전략에 대해 알아나가는 과정이지만, 눈앞의 풍광 때문에 공략이 가능할까 싶다. Par5 이번 홀은 세컨샷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린 안착이 판가름 날 수 있다. 티샷을 중앙에 잘 가져다 놓더라도 상당한 거리를 남겨놓기 때문에 투온을 노리기란 쉽지 않다. 우드를 잘 다루는 골퍼라면 가능한 우측으로 밀리지 않도록 최대한 멀리 보내야 한다. 세번째 샷을 하는 지점이 생각보다 낮은 지점이라서 그린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 거리뿐만이 아니라, 각각의 아이언과 하이브리드, 우드의 거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스코어를 낮출 수 있는 par5의 경우에는, 주로 가지고 있는 웨지 (48도, 52도, 56도)의 백스윙 크기 (7:30, 9:00, 10:30)에 따라서 9가지의 거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훨씬 더 핀을 공략하기 쉬워진다.
페블비치보다 멋진 Par3 14번홀
이곳은 골퍼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의 7번홀처럼 바다를 향해서 내리막 샷을 하는 홀이다. 역시나 바다에서 밀어 붙이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클럽의 선택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린의 좌,우측은 전혀 공간이 없고 게다가 전후방으로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공이 우측으로 밀려도 좌측으로 감겨도 30미터 낭떨어지로 다이빙하는 난감한 상황이 무조건 발생한다. 이럴 때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공의 포지션 몸과 깃대와의 얼라인먼트 등을 갖추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맞춰서 클럽을 선택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한가지 더, 핀포지션에 따라서 직접 핀을 공략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핀의 위치에 따라서가 아니라 무조건 그린의 중앙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골프코스의 무릉도원 Par3 16번홀
이 번홀도 par3홀이기는 하지만,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는 사우스케이프의 절대 시그니처와도 같은 홀이다. 국내외 골프코스의 순위를 결정하는 선정위원들이 방문해서 세계 1위 코스인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의 코스가 연상된다고 할 정도로 다이나믹한 홀이다. 아니, 어쩌면 그 홀보다도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우선, 블랙티는 200미터 정도로 세팅이 되어있다. 블루티도 180미터, 화이트로 와야 150미터 정도 된다. 약간의 내리막을 고려해서 클럽을 선택해야 하며 이번 홀의 샷을 하면서 생각한 것은 ‘리듬과 템포’였다.
바다를 가로질러서 약 150미터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몸을 경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샷을 하기 전에 충분한 자신만의 루틴으로 연습스윙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는 운에 맞기는 수밖에!!
전체적인 코스의 관리상태와 그린의 빠르기도 메이저급의 대회를 유치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코스 설계자인 카일 필립스의 작품속에서 플레이하면서 느껴지는 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관대함’이다. 바닷가에 조성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넓은 덕분인지 페어웨이가 샷을 밀어내지 않고 공을 받아주는 포근함을 많이 느껴졌었다. 남성적이지만 세심한 마음의 젠틀맨처럼
칼럼니스트 최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