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칼럼] 유전적 요인 등 꼽혀, 예방주사도 원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자폐란 한자용어로 '스스로 갇혀있다' 란 뜻이다. 즉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동들은 자기세계에 빠져 있어 타인과의 관계나 일상생활이 정상에서 벗어난다.
미국에서는 '오티즘(Autism)'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자폐아들의 특수 교육을 위해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교육구 주관으로 특수반이 운영되고 있다.
자폐증은 1953년 미국의 소아 정신과 교수인 케너(Kanner) 박사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케너박사는 정상아들과는 달리 극심한 고립속에 빠져 있는 듯한 아동을 자폐아라 기술했다.
또 신체 발달이나 외모는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이 늦고, 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의사 소통을 할 수 없으며, 언어를 사용하는 데 혼란이 있고, 반복적인 놀이 행동을 하며, 상상력은 부족하지만 기억력은 뛰어남을 보이는 등 독특한 증상을 보이는 증세를 유아 자폐증'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케너박사 이후 자폐증에 대한 이해와 진단은 다소 변화를 보인다. 한동안 자폐증은 정신병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르러 자폐증은 정신병과는 분류되어 발달장애로 여겨지게 됐다.
미국 자폐아 협회(NSAC) 의 정의에 따르면 자폐 아동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정의된다.
첫째, 자폐증은 출생후 30개월 이전에 대체로 나타나고, 둘째, 발달 속도나 순서에 장애가 있으며, 셋째, 감각 자극에 대한 장애, 넷째, 언어, 인지 장애, 마지막으로 사람, 사건, 사물에 대한 반응 장애 등이다.
남아에게 더 많이 발생
한편 한국 인지과학연구소 부설 자폐증 클리닉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폐증은 신생아 일만명 당 4.5명 정도가 발생하며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힘든 아동은 일만명 당 15명 내지 20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자폐증의 발병률은 나라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는 일만명 당 2명, 일본의 경우는 일만명 당 16명에 달한다. 그러나 나라마다 통계적 차이는 자폐증에 대한 서로 다른 진단 기준이나 각 나라의 유전적 또는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자폐증은 또한 남아가 여아에 비해 3배 정도 발생률이 높다. 이러한 성간 차이는 자폐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자폐증 이외의 많은 발달 장애들이 남아에서 더 많이 발생된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자폐증은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나 많은 이들은 자폐증 발병률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예전보다 확실히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자폐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당시엔 자폐증을 진단한 수 있는 전문가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도 없다가 최근에야 자폐증에 대한 정보가 널리 알려지며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통계가 나온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자폐증의 주된 특징들
자폐 아동의 증상은 그 양상이 복잡하고 매우 다양하다. 이로 인해 무엇이 자폐증이라고 확실히 구분짓기란 간단하지 않다. 자폐아동들에게서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일반 다른 아동에게서도 정도차이는 있으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성격상 숫기가 없어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혼자 놀기만을 좋아하는 아이까지도 자폐아라고 하는 경향 까지 생겨났으며, 소극적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자폐증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기 까지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지과학연구소 자폐증 클리닉은 우선 많은 자폐 아동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정상아동들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보이는 두 가지 가장 흔한 특징은 안아 주는 사람으로부터 신체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 등을 활처럼 뒤쪽으로 휘는 것과 안아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유아 때는 아주 수동적이거나 지나치게 흥분된 아이라는 느낌을 준다. 수동적인 아이는 대부분 아주 조용하며 부모에게 거의 아무런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분된 느낌을 주는 아이는 부모가 깨어 있는 동안 계속해서 거의 쉬지 않고 울어댄다고 한다.
또 자폐증에서 아주 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동일성에 대한 고집 또는 고집스러운 행동이다. 많은 아이들은 일상생활을 정해진 대로만 하려고 하며, 조금이라도 거기서 벗어나면 마음이 혼란해지고 격노하게 된다. 흔한 예로는 매일 식사 때 같은 음식만 먹고 마시거나, 같은 색깔로 된 옷을 입으려고 한다는 것.
또한 자폐 아동은 반복적인 행동(흔들거나 손을 찰싹 때리는 행동처럼 특정한 목적이 없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자해(손가락 물어뜯기나 머리를 부딪치는 행동 등), 수면이나 음식 문제들, 눈맞춤이 없고 고통을 못 느끼거나 과잉-과소 행동, 주의력 부족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자폐아들은 언어 사용도 매우 제한적이며 말을 하더라도 문장으로 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자폐 아동들은 언어로써 의사를 표현하기보다는 신체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예컨대 냉장고에서 특정한 간식을 먹고 싶을 때 언어로 요구하기보다는 타인의 손을 잡고 냉장고 위치까지 데리고 가서 냉장고의 문을 열어달라는 의사를 표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아동의 대부분은 일반 아동에 비해 기계적인 암기력이 높다고 한다. 대체로 자신이 관심을 갖는 사물이나 문자, 숫자 혹은 책의 내용은 정확하고 많은 부분을 기억한다는 것. 때로는 난해한 퍼즐 구성을 쉽게 맞추기도 하며 모든 전철역의 이름과 구역 번호를 단 한 번에 암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암기력은 모든 자폐 아동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자폐 아동이 어느 특정부분에서 기억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 오랫동안 쟁점화... 예방주사가 원인?
사실 자폐증 발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저마다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요인은 없다.
가장 최근에 떠오른 요인을 들라면 백신을 들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신생아 예방주사약에 첨가된 수은 방부제 티메로살이 자폐증의 원인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자폐증 발생률은 1980년대 말 이후 10배나 증가했으며 이는 아이들에게 접종을 권장하는 백신 수가 늘어나 아이들이 수은에 과다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자폐증 발병률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미 보건 당국은 생물학적으로는 가능하나 정확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 고 일단 외면했다. 그러나 미 소아과학회는 1999년 티메로살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를 백신에서 제거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오랜전 일부 자폐증 연구가들은 아동의 심리적 요인이 자폐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즉 어머니가 냉담하고 무정하거나 혹은 자녀를 과잉보호하여 아동이 심리적 억압을 받다 발달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견해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자폐 아동의 대다수가 유아기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으며, 부모 없이 자란 고아들중 자폐증이 많다는 보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 자폐증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온 것은 유전적 요인이다.
과학자들은 쌍생아를 연구해 본 결과 유아자폐증은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 중 일란성 쌍생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쌍생아 양쪽이 모두 자폐증일 확률은 배아가 100%가 일치하는 일란성 쌍생아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아 자폐증은 결국 유전적 요인이 깊이 관련있다는 것.
또 자폐증 아동의 부모나 친척중 자폐증 환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뇌손상이나 뇌의 비정상적 형태도 자폐증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폐 아동들의 소뇌는 일반 아동들에 비해 크기가 작으며 소뇌의 발육 단계에서 나타나는 분화의 속도가 일반 아동들에 비해 둔화상태를 보인다는 것.
또 다른 연구는 자폐아의 소뇌의 세포가 손상되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자폐아 15% 정상생활 가능
자폐증이 정신 이상과 관련된 병이 아니라 신체 발달장애라고 여겨지게 되면서, 이에 대한 치료법도 교육 훈련 요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는 곳곳에 자폐아들을 위한 연구·치료기관들이 산재해 있다. 이 기관들은 나름대로 고안된 프로그램으로 자폐아들의 발달과정을 돕고 있다.
그중 유명한 것으로는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TEACCH TEACCH' 라는 연구 프로그램을 들 수 있으며, 자폐아들은 교사와 부모 그리고 치료자 사이의 협력하에 행동·언어등 다방면으로 치료 내지 훈련을 받고 있다.
자폐아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언어구사나 지능수준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약 15%가 거의 독립적이고 생산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또 25% 정도는 보호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독립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나머지 60% 내외는 특수 시설에 의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