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19)

‘흐르는 빵’ 체코 맥주 단상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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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은 우리의 개천절이고 독일의 통일 기념일이다. 난 그날 프라하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프라하의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구경하였다. 다음날 문승현 체코 대사가 바쁜 일정가운데서도 점심 초대를 해줘서 갔다. 점심을 나누며 대사는 나의 여정(旅程)에 대하여 세세하게 물어보면 건강하게 일정을 마치서 조국의 통일에 게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해주고 저녁에 있는 개천절 기념파티에 와서 각국의 외교사절이 모인 가운데 나의 여정을 잘 홍보를 하라고 권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아직 시간이 남아서 어제 들르지 못한 존 레논 벽으로 이동하였다. 사실 이 벽은 존 레논하고 전혀 상관이 없지만 프라하의 봄이 실패로 끝나자 비틀즈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다가 존 레논이 총격으로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하여 저 벽에 그림을 그리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벽이 공산체코정부의 골칫덩이였지만 수도원벽이라 허물지도 못했던 것이 이제는 관광코스로 유명해졌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므로 오늘의 행사장인 루돌프넘 콘서트홀로 발걸음을 옮긴다. 루돌프넘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용관이며 드보르작 홀이 있는 건물이다. 드보르작, 스메타나, 모차르트 등 수많은 거장들이 프라하를 무대로 활동했다. 모차르트는 프라하를 그리도 사랑하여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나 그가 활동하던 비엔나보다 더 많은 공연을 했고 공연할 때마다 대성공을 했다. 그의 공연에 열광하는 프라하 시민들을 위해 프라하에 머물면서 그의 49곡의 교향곡 중 으뜸이라고 하는 현란하고 상쾌한 교향곡 ‘프라하’를 작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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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는 500여 명의 각국 대사와 무관, 체코 정부 관료들, 각계의 인사들 교포들이 모였다. 나는 정장차림의 외교사절과 정복을 입은 각국의 무관들 틈에 낀 추리닝바지에 붉은 윈드자켓을 입은 쌩뚱맞은 민간 외교관이었다. 자리는 개천절 행사를 통해서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자리였지만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영문 홍보 인쇄물을 돌리면서 내가 왜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가를 설명했고 우리나라의 통일이 세계의 평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한국의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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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를 하는데 와인과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맥주잔을 들고 나는 부지런히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오늘은 독일에서 못한 맥주이야기를 하고 싶다. 남북정상이 조건 없이 호프미팅을 빨리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 번 호프 같이 마셨다고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만은 그렇게 한 번 만나서 한 잔 마시고 두 번 만나서 두 잔 마시다 보면 뭔가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나하는 기대이다.

 

나는 체코에 와서 필젠맥주에 반하고 말았다. 오늘날 체코를 대표하는 필젠맥주가 만들어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맥주는 5세기 독일의 바이에른에서 낮은 온도에서 오랜 기간 숙성(熟成)시켜서 맛이 그윽하고 입에 꽉 찬 느낌으로 유럽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체코는 독일에서 부르마스타와 도제까지 스카우트하여 경도가 낮은 물로 은은한 황금빛의 맛이 깔끔하고 마시고 난 다음에 뒤끝이 무겁지 않은 훌륭한 맥주가 되었다. 필젠맥주는 순식간에 숙성을 기본으로 하는 라거맥주의 대표주자로 유럽의 맥주시장을 석권하였다.

 

체코사람들은 거친 파도의 거품 같은 맥주 거품이 입술 언저리에 번질 때 느끼는 황금빛 기쁨에 사로잡힌 것은 분명하다. 나는 끼니때마다 식당을 찾느라 애를 먹지만 맥주를 마시는 바는 어디에도 있다. 체코에서는 술집에서 ‘마시는 빵’으로 저녁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보헤미아는 독일의 바이에른과 맞먹는 맥주의 고장이다. 필젠 지방의 필젠우어크웰과 남부의 부드바가 대표적이다. 체코의 1인당 맥주소비량은 독일을 능가한다고 한다. 호프 맛이 일품인 생맥주를 이들은 ‘흐르는 빵’이라고 부른다. 맥주는 체코인들의 유쾌한 삶의 동반자이다.

 

유사 이전부터 인간은 효모(酵母)라는 미생물의 활동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고 빵을 만들어왔다. 맥주나 샴페인에 생긴 거품은 발효로 생긴 탄산가스이다. 빵에서는 발효로 생긴 탄산가스가 빵 반죽을 부풀리고 또 굽는 단계에서 크게 팽창시켜 폭신폭신한 기포 투성이의 빵을 만든다. 인류는 처음 과실과 그 이외의 당분이 함유된 것을 여러 가지로 이용하여 술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천연 당분은 한도가 있어서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누룩곰팡이로 곡류를 당화시켰는데 서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부터 엿기름을 사용했다.

 

서양에서 보리를 술로 만드는 기술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하여 이집트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것이 그리스로마를 거쳐 독일 벨기에로 넘어갔다. 초기의 맥주는 지금과 같은 것이 아니고 주원료인 맥아에 물을 넣고 자연 발효시키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그 후 10세기경에 독일에서 홉을 넣어 쓴맛과 향이 강한 맥주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러니 뭐니 뭐니 해도 맥주의 본고장은 독일이 분명하다. 독일은 맥주의 본고장이자 맥주의 왕국이다. 독일에는 전 세계 맥주 양조장의 3분의 1이 있다고 한다.

 

와인처럼 고급술이 되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그 시원하고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술이 맥주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시원하게 마시려고 맥주 한 병을 사왔는데 그만 숙소 문지방을 넘자마자 똑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다. 오늘 시원하고 짜릿한 맥주 한잔의 꿈은 깨어지고 말았지만 나는 판문점에서 남북한 시민 십만 명쯤 모여 함께 맥주축제를 벌이고픈 꿈을 꾼다. 거친 파도의 포말과 같은 거품과 함께 황금빛 기쁨이 내 가슴에 번져간다. 맥주는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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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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