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본선 참가국들이 차례로 결정되면서 지구촌이 축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양주 대표인 뉴질랜드 역시 다음달에 본선 진출 자격을 놓고 남미 페루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러시아 월드컵 이모저모와 뉴질랜드 대표팀‘올화이츠(All Whites)’의 여정도 함께 소개한다.
▲ 대회 마스코트‘자비바카’
<러시아 월드컵의 상징은 ‘늑대’?>
21번째 대회를 맞이하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은 내년 6월 14일(목)부터 7월 15일(일)까지 모스크바를 비롯한 11개 도시의 12개 경기장에서 개최된다.
대회 슬로건은 ‘We are one’이며 러시아 국민 투표로 결정된 대회 마스코트는 늑대를 의인화한‘자비바카(Zabivaka)’로 이는 러시아어로 ‘득점자’를 뜻한다.
이 대회는 동유럽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이자 2006년 독일 이후 12년 만의 유럽 대회인데, 역대 개최국 중 가장 추운 나라이자 국토가 가장 넓은 나라에서 열린다. 러시아가 원체 크다 보니 이동시간을 고려해 우랄 산맥 동쪽 인근의 예카테린부르크를 제외한 모든 경기들이 우랄 산맥 서쪽의 이른바 유럽 러시아 지역 도시들에서 치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서쪽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경기장과 가장 동쪽의 예카테린부르크 간 직선거리는 2,400km이며, 최북단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동계 올림픽이 개최됐던 최남단 소치까지의 직선거리도 1,900km에 달해 경기장 간 육상 이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 경기장에 적용되는 표준시간도 4개나 되는데, 반면에 다음 대회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대회 중 가장 더운 나라에서 열리며 동시에 국토가 가장 작은 나라에서 개최되는 대회이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는 유럽 13, 아프리카 5, 아시아 4.5, 남미 4.5팀, 그리고 북중미 카리브해 3.5와 대양주 0.5팀 등 모두 31개 팀 외 주최국 러시아가 포함된 32개 나라 대표팀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4팀씩 모두 8개조로 나뉘어 본선 1차 조별 라운드를 벌여 선발된 각 조 1,2위가 16강에 진출해 토너먼트로 진행되며 준결승전은 7월 10~11일, 그리고 결승전은 15일에 각각 열린다.
10월 19일 현재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는 아직 지역 예선이 펼쳐지는 중이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대륙별 예선을 모두 마친 상태로 마지막 본선 티켓 한 장씩을 놓고 대륙간 플레이오프가 오는 11월 11일부터 시작돼 16일까지 모두 끝날 예정이다.
본선 대진표는 오는 12월 1일(금)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발표되는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10월 16일 발표한 랭킹 순서에 따라 시드를 구분하고 차례대로 팀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 경기장 지도
<미국 탈락, 흥행 큰 차질 생긴 FIFA와 방송사>
이번에 펼쳐진 각 대륙별 예선에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변이 속출,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축구팬들이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자국 팀들의 경기를 지켜보았으며, 아직 본선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의 팬들은 11월 경기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역 예선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미국이었는데, 지난 10월 11일 열린 약체 트리니다드 토바고와의 경기에서 미국이 2-1로 지면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나갈 수 있던 미국이 지역 예선 5위로 아예 탈락해버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같은 날 열린 파나마와 온두라스와의 시합에서 파나마가 1-1로 비기던 후반 43분에 한 골을 넣어 북중미 예선에서 3위를 차지해 사상 최초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이‘최악의 경우의 수’의 희생자가 됐다.
특히 파나마가 후반 7분에 만든 동점골이 문제였는데, 중계 카메라에는 공이 골라인을 넘지 않은 상태에서 아웃되는 장면이 아주 분명하게 잡혀 결정적인 오심이 미국의 탈락을 부른 셈이 됐다.
미국의 탈락으로 기업 스폰서들이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여 FIFA는 물론 주최국 러시아에게도 불똥이 튀었으며, 가장 큰 피해는 막대한 비용으로 이번과 다음 카타르 대회까지 방송중계권을 사들였던 미국의 폭스스포츠가 입게 됐다.
이에 따라 한때 양국의 재경기 설까지 돌았으나 오심도 경기의 일부인 만큼 미국축구협회가 FIFA에 제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북중미 카리브 지역에서는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3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온두라스가 호주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벌이면서 미국의 본선 참가는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 대회 엠블렘
<소국 아이슬란드의 기적과 네덜란드의 탈락>
한편 54개국이 9개조로 나눠 진행됐던 유럽 예선에서는 네덜란드의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13장의 본선 티켓 중 전 대회 우승팀인 독일과 축구라면 빼놓을 수 없는 스페인, 포르투갈, 잉글랜드, 프랑스, 그리고 세르비아와 폴란드, 벨기에, 아이슬란드 등 9개국이 각 조 수위를 차지해 본선 직행을 결정지었다.
이 중 인구 32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의 첫 본선 출전을 놓고 세계 축구팬들의 박수가 쏟아진 바 있는데, 나머지 4장을 놓고 가장 승점이 낮은 1팀을 제외한 각 조 2위 팀들이 홈 & 어웨이 방식으로 대결한다.
특히 G조에서 스페인에 이어 조 2위로 밀려났던 이탈리아는 스웨덴과 격돌하며, 그 외 덴마크와 아일랜드, 크로아티아와 그리스, 북아일랜드와 스위스가 각각 마지막 티켓을 놓고 11월 9~14일에 걸쳐 혈전을 치르게 됐다.
<막차 노리는 호주, 통산 10번 출전하는 한국>
한편 아시아 예선은 익히 알고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이란과 한국이 출전 자격을 얻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통산 10회 본선 출전을 앞둔 한국팀은 예선 경기는 물론 최근 이어진 평가전에서 잇달아 졸전을 벌여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보는 팬들의 시선이 차가워진 상황이다.
또한 호주는 A, B조 3위팀 간 결정전까지 밀린 끝에 38세의 노장 케이힐의 분전으로 시리아를 간신히 꺾고 아시아 5위를 차지해 북중미 4위팀인 온두라스와의 최종전을 통해 막판 합류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내전으로 자국에서 경기조차 치르지 못했던 시리아는 예상 밖 분전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1로 비긴 뒤 시드니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서다 케이힐에게 동점골과 연장전 역전골을 허용해 최초가 됐을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 1982년 올화이츠와 브라질 경기
<이집트 들썩거리게 만든 아프리카 예선>
5장이 배정된 아프리카에서는 최종 3라운드에 진출한 20개 팀이 4팀씩 5개조로 나뉘어 6차례씩 경기를 치르는 중인데, 팀당 5차례 경기가 끝나 이미 나이지리아와 이집트는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1위에 올라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특히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 월드컵 격인 네이션스컵에서는 최다인 7번이나 우승한 강호였지만 월드컵은 번번히 본선 문턱을 넘지 못하다 28년 만에 다시 본선에 갈 수 있게 돼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현재 나이지리아와 이집트를 제외한 3개조에서는 튀니지와 모로코, 세네갈이 각각 1위에 올라 있지만 2위팀들과 승점 격차가 크지 않아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막판까지 세계 축구팬들 긴장시킨 메시의 아르헨티나>
이번 지역 예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붙잡은 사건은, 축구 강국 중의 강국인 아르헨티나가 예선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탈락 위기에까지 몰려 현존 세계 최고선수라는 리오넬 메시가 뛰는 모습을 러시아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10개국이 4.5장 티켓을 놓고 싸운 남미 예선에서는 브라질이 초반부터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우루과이가 안정권에 들어간 가운데 남은 2.5장을 놓고 페루,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다른 팀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는 혈전을 치렀다.
이런 와중에 아르헨티나가 막판 한때는 6위까지 처지면서 축구팬들의 입장에서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던 상황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최종전에서 에콰도르 원정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경기 시작 1분만에 선제골까지 허용했는데, 이후 14분에 동점골을 터뜨린 메시가 잇달아 2골을 더 성공시키면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남미 3위로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와 함께 본선 행을 확정했고 5위를 지켜낸 페루는 뉴질랜드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으며, 반면 막판까지 상위권이었던 칠레가 탈락했다.
<대양주 대표로 출전하는 올화이츠>
대양주 예선에는 모두 11팀이 참가했지만 사실 올화이츠와 2차례 최종전을 벌인 솔로몬 역시 지난 9월 1일 오클랜드에서 벌어졌던 1차전에서 6-1로 패했을 만큼 고만고만한 나라들과 경기가 벌어져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9월 5일 솔로몬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올화이츠는 페널티로 2골을 허용해 2-2로 비기기도 했는데, 이 같은 대양주 지역의 낮은 축구 수준 때문에 호주는 지난 2006년에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 아예 소속을 옮긴 바 있다.
올화이츠는 앞서 언급한 대로 페루와 11월 11일(토)에 웰링턴의 웨스트팩 스타디움에서 오후 4시 15분부터 대륙간 플레이오프 1차전을 가지며 16일(목) 오후 3시 15분(페루 현지시각 15일 저녁 9시 15분)에 수도인 리마에서 2차전을 치른다.
NZ축구협회에 따르면, 10월 17일(화) 정오부터 시작된 1차전의 59달러짜리 일반석 사전 입장권 판매는 시작 1시간 만에 2만장이 팔린 것을 포함해 오후 6시에 2만 5000장이 모두 동났으며, 20일부터 예정된 임시표를 비롯한 특석 등 나머지 표들도 모두 매진될 것으로 알려져 축구팬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움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는 지난 10월 16일에 FIFA가 발표한 랭킹이 각각 세계 10위(페루)와 122위(NZ)라는 것을 볼 때 페루는 올화이츠로서는 지극히 버거운 상대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206개국이 올라 있는 이달 랭킹에서 현재 1위는 독일이며 브라질과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벨기에가 각각 2~5위에 올라 있고, 한국은 중국(57)보다 처진 62위로 나타나 이 역시 팬들에게 비아냥을 받는 빌미가 됐다.
올화이츠는 지난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남미 국가 대표팀과 대결했는데, 상대는 축구 올드팬들의 귀에 익은 지코와 소크라테스 선수 등이 맹활약하던 세계 최강 브라질로 올화이츠는 4-0으로 무릎을 끓었다.
이후 주로 대륙별 대표가 참가하는 컨페더레이션컵 등을 통해 모두 14차례 걸쳐 대결이 펼쳐졌는데, 파라과이와 칠레, 우루과이에 각 1차례씩 무승부를 기록한 것 외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1995년에 칠레가 주최한 국제시합에서 우루과이에게 7-0으로 대패한 것 외에는 최대 4점 이내로 차이로 패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정도이다.
<남아공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이었던 올화이츠>
그러나‘축구공은 둥글다’는 격언을 증명하듯 변방에 위치한 올화이츠지만 아시아 5위였던 바레인을 물리치고 본선에 올랐던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F조에 속했던 뉴질랜드는 첫 번째 경기에서 슬로바키아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직전 독일대회 우승팀이었던 이탈리아와 가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1-1 무승부를 기록해 대회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결국 파라과이와 비겼던 이탈리아는 슬로바키아에게 패하면서 2무 1패로 조 4위로 최하위로 추락해 일찌감치 귀국길에 오
올화이츠는 마지막 경기에서 파라과이에게마저 0-0으로 비겨 3무승부로 승점 3점을 받았고, 당시 대회에서 조별 라운드에서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하고도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유일한 팀으로 기록됐다.
당시 그리스를 서전에서 2-0으로 잡았던 한국팀은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기록한 끝에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라, 교민들은 한꺼번에 한국과 뉴질랜드를 응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10월 19일(목) 현재 본선 32개 팀 중 23개 대표팀 출전이 최종 확정됐으며 11월 16일까지는 유럽의 4개, 아프리카의 3개 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의한 2팀 등 나머지 9개 팀이 모두 가려진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격언을 되뇌면서 올화이츠의 선전으로 이번 러시아 대회에서도 지난 2010년처럼 한국과 뉴질랜드를 함께 응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