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대화 제의해놓고 이중적 행태 보인 트럼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의 무조건 대화 요청을 받아들인 북한이 지난 10월 27일 오슬로에서 북미 실무급 대화를 하기로 해 놓고 전격 취소해버렸다. 미국이 핵항공모함을 동원한 대 북한 군사훈련을 끝내 취소하지 않고 강행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진실성을 의심한 데서 나온 반응이다. 미국은 오슬로 회담을 복원시키려고 계속 노력 중이지만 북한은 무반응이다.
이로써 세계패권국가 미국의 체면은 말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 더욱 안달이 난 측은 미국이다. 미국 독립 후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도 이러한 모습은 보인 적이 없는 나라가 아니던가.
▲ 필자 김현철 기자 |
<로이터통신> 10월 31일 보도를 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미국은 빈도와 내용에 있어서 북한과 전혀 제한이 없는 직접적인 외교를 조용히 추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무산된 북미대화를 어떻게 해서든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가 언론의 시선을 피해 북한 측과 “빈도도 대화 내용도 전혀 제한이 없는” 무조건 대화를 하자고 연락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그렇지만 막후 연락을 통해 (북미)관계가 개선될 어떤 징후도 없다”면서 다급한 미국 국무부가 북한 측에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고 있으나 여전히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북한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미국의 제의를 무시하는 이유를,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분명히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것 또한 이유로 들고 있다.
11월 1일 보도를 보면, 현재 북한은 12월 중에 완료될 고체연료, 로켓엔진 및 그 부품 등 미사일유도체계의 성능을 향상시켜 기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아사히신문> 11월 1일치에 따르면, 미국의 정찰위성은 북한에서 지난 10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 차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10월 중순이면, 미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한반도작전구역에 들어가 대북한 군사훈련을 시작한 10월 16일과 시기가 일치, 미 항모전단의 군사행동에 북한이 대응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었음을 말한다.
즉, 북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북 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에 북한은 실무급 대화를 취소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 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각 발사태세에 돌입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어느 순간에 태평양 상공을 향해 솟구쳐 오를지 알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백악관은 거의 매일 불안과 공포를 느꼈으리라 추측된다. 미국은 체면 유지책으로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을 폭격훈련에 동원, 그에 응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앞으로 북한의 대미 선제공격이 없다면, 북미 실무급 대화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기로 추정되는 금년 말이 지나서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푸틴 회담, 북핵문제 해결 계기돼야
만에 하나, 북한의 예상 밖 도발에 대비하여 트럼프가 다급히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속히 아시아 순방 중 계획되어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순조롭게 풀어 나가 발등에 떨어진 불덩이를 치우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탄 화성-14형을 탑재한 20대의 열차형 미사일 체계의 계속되는 이동, 초대형 트럭에 실린 대륙간 탄도미사일등은 물론, 특히 미 본토 가까이 잠행 중인 북한의 핵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북극성 사거리 2,500km~ 3,000km)이 어느 때건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 되어 있다는 점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 핵잠함의 경우 3개월~7개월 간 물위에 나오지 않고 계속 잠행이 가능한데다, 소형 수소탄 등 탄도미사일을 8개~10개씩 장착하고 있어 미국 본토를 공격하려면 태평양과 대서양 앞바다에 1척씩, 두 척만으로 미 본토 전체가 초토화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빌 클린턴처럼 현명했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양국 수교로 서로가 평화롭게 사는 ‘윈윈 정책’을 택했을 것이다. 취임 10개월이 되도록 막말로 대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이제는 체면 차릴 기회마저 놓치고 굴욕적인 자세로 북한을 대하게 되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