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평생 한 우물을 판 사람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지난 달 28일 나와 할멈은 할멈의 옛 직장동료의 40년 근속 은퇴잔치에 초대되어 갔다. 그녀는 웨이추리스 40년을 회고하면서 그야말로 파란만장 한 삶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는 디즈니월드측에서 대접한 고급 음식을 먹으며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 쓰레기통에 버린 지난 달 21일자 <조선일보>를 찾아내어 문화란에 실린 최장수 에니메이터 버니 매틴슨 인터뷰 기사를 다시 자세히 읽어보았다. 제목은 '하쿠나 마타타! 디즈니 레전드가 된 우편배달부'이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에 ‘디즈니 레전드’에 선정된 인물이다.
‘하쿠나 마타타’라는 말을 나는 뜻도 모른채 여러번 들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등장해 유명해진 말이니 디즈니에서 일했던 할멈은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뜻은 '다 잘 될거야'라고 한다. 독자들도 하와이춤을 추면서 ‘하쿠나 마타타’라고 고함치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버니 매티슨은 금년 82세로 근속 65년이 되는 사람이다. 그는 10월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부천 국제 애미메이션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고 매스컴 조명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디즈니 인사부에 찾아가 애니메이터 일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빈 자리가 없어 사내 우편 배달원으로 시작하여 보조 애니메이터로 일했다. 지금 그는 ‘기다리면 언제나 기회가 온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매티슨은 65년 장기 근속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매일 아침 깨어나는 시간에 즐겁고 흥분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오래 다닐 수 있었을까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문제는 언제든 쌓여 있게 마련이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즐겨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어제 은퇴한 웨이추리스는 한 곳에서 만 40년을 일했는데, 과연 어느나라에 웨이추리스가 한 식당에서 만 40년을 일한 사람이 있을까. 잔치 자리에서 한 웨이추리스는 나에게 “40년을 이 식당에서 일한 사람이 나와 저 샌디 외에 몇 명 더 있고, 35년 넘는 사람도 많다”고 귀뜸해 준다.
나는 "저 샌디는 은퇴 준비는 잘 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녀는 "너희들은 휴가 한 번 번번히 가지 않고 다섯 아이들 다 대학 보냈고 다 독립시켰으며 은퇴 준비도 철저히 하지 않았는가" 하면서 "너희들 같이 대비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한다. 내가 "당신은 40년을 일 했는데 앞으로 몇 년을 더 이 힘든 일을 할 것인가"라고 물으니 주저하지 않고 6년은 더해야 66세에 만기 은퇴연금을 받을 것이 아니냐고 한다.
나와 할멈은 이곳에서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다. 나는 자동차 정비 일이 너무 힘들어서 나이 40이 넘었을 때 딴 직업을 찾아 보려고 했다. 그때 할멈은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 잘 할 수 있는 일이면 가장으로서 그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하지 않은가. 남자가 조금 힘들다고 남들이 다 할 수 없는 일을 내 팽개치려 하다니! 다섯 아이의 아버지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근속 40년의 웨이추리스나 할멈 그리고 나처럼 평생 한 우물을 파고 사는 이들에게 '하쿠나 마타타'라고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고 싶다.
- 공지 재외동포 권익신장을 통한 미래, 투표만이 답이다! 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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