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집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중에는 찾아오는 손님을 싫어하여 집안이 망하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주인이 손님에게 물질적으로 인색하게 굴어 집안이 망하는 것은 그럴 법도 한데 실컷 베풀고도 집안이 망하는 경우의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옛이야기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손님 접대에 대한 정서나 문화를 알 수 있기도 하고, 부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읽어낼 수 있기도 하다. 사실 내 맘에 맞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 집에 오는 모든 손님이 반가울 리는 없다.
특히 내 손님이 아닌데도 늘 손님을 대접해야만 하는 부인네들은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거리 자체도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손님 중에서는 기껏 대접을 잘 받고 나서도 불평을 하거나 뒤에서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분명 손님 접대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는 손님을 마다하지 않고 다 들이고,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손님이 편안하게 있다가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자꾸만 가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그것이 꼭 물질적인 대접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집은 아무리 물질적으로 대접을 잘 받아도 불편한 경우가 있고, 어떤 집은 내가 오히려 선물을 준비하여 방문을 하더라도 편안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진정성 있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집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고 북적거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외부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집은 집주인이 물질적으로나 명성으로 번성한 집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외부인들이 자주 드나들고 싶을 만큼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물질이나 명성은 한때이거나 있다가도 금세 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마음의 부자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옛이야기들이 가르쳐 주고 있는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또 하나의 진리이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