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수 많은 문화예술 행사들이 파리를 비롯, 프랑스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불상호교류의 해, 말 그대로 우리 대한민국이 프랑스와 교류를 시작한 130여년 동안 양국 간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교류가 이어져 왔고, 한국의 급성장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교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프랑스 한인사회도 질적 양적으로 성장해 왔고, 우리 교민들이 그 중심에서, 한국문화의 전도사로서 프랑스에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 교민사회 없이, 한불수교 130년의 역사는 없었으며, 미래의 한불관계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교민들은 궁금하다. “도대체 우리는 뭘 해야 하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이, 최근 130주년 상호교류의 해에 수많은 문화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문화원은 프랑스 교민들을 배제하고, 아니 자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그들만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소통없는 프랑스 한국문화원, 이종수 전 문화원장 유감
차제에, 프랑스 교민사회와 전혀 소통하지 않는, 원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프랑스 한국문화원과 이종수 전 문화원장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종수 전 원장은 지난 2011년 9월에 문화원장으로 부임해 2015년 중반까지 연장을 하며 역대 문화원장 중 가장 긴 기간동안 문화원장으로 재임해왔다. 현재는 문화원장 임기를 끝내고 한불수교 130주년 파리사무소 책임자(Directeur du Bureau Paris / Année France-Corée) 라는 직함으로 여전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 년전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문화관으로 근무했던 노일식 문화원장이 임시 원장으로 부임하기는 했지만, 이종수 전 원장과 함께 양대 체제로 130주년 행사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임 노일식 원장에게 문화원장으로서의 마땅한 책무가 주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전 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다, 임시 수장으로서 어떠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프랑스 문화원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80년에 개원한 프랑스 한국문화원은 해외 문화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고, 프랑스가 문화예술 중심 국가임을 감안할 때, 그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가 큰 발전을 이루는 등 시기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에 이러한 불안정한 체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에 한국문화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한국을 해외에 알리고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동포들의 문화정체성 유지에도 목적이 있다고 본다.
현재 프랑스 한국 문화원은 어떤가? 한국문화원의 활동은 교민신문을 통해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정도 외에는 교민사회에 대한 홍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인회를 통한 협조요청이나 나아가 교민들을 위한, 교민들이 참여하는 활동은 거의 전무하다.
이종수 전 원장은 부임 이후 교민신문을 통한 인터뷰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문화 수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프랑스에서 한국문화 전파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인지 포부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교민신문 측에서 여러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결국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이루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프랑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프랑스 한인회와도 전혀 소통이 없는 상태다.
단적인 예를 한번 들어보자.
우리 교민들이라면 누구나 추석을 전후해 서울공원에서 ‘한가위축제’가 있음을 다 알고 있다. 그간 11년을 이어온 교민사회 최대의 한국문화축제 행사다. 문화원은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난 9월, ‘한가위축제’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파리 중심에서 길거리 음식행사를 열었다. 물론 이 행사는 문화원 단독 주최가 아니고 다른 단체의 행사에 밥 숟가락 정도 올려놓는 행사였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프랑스한인회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한가위축제’를 물먹이기라도 하려는듯 버젓이 같은 시간에 다른 문화 행사를 성대하게 펼친 것이다.
‘한가위축제’에서도 매년 길거리 음식을 진행해 왔기에 교민들이 더더욱 혼란스러워했다. 심지어 그 행사를 한가위축제인 줄 알고 다녀 온 이들도 많았다고 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전에 언급이나, 약간의 소통이라도 했더라면 적어도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를, 한인회를 무시하는 이같은 문화원의 행태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공원의 ‘한가위축제’는 프랑스 한인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을 했지만 해가 갈수록 프랑스 관객들이 몰리고 있고, 지금은 공원 입장료를 내고 행사에 참가하는 프랑스인들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어 장소를 제공하는 아끌라마따시옹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한가위축제’ 행사를 도와주고 있다. 교민사회의 단일 행사로는 가장 많은 프랑스인들이 참여해 자연스럽게 프랑스에서 한국문화 확산의 통로가 되고 있다.
한국문화를 알려야 하는 한국문화원으로서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함께 참여해 더욱 깊이 있는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한국문화 축제의 장을 펼친다면,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인회 측에서 협조요청을 하면 이는 한인들의 행사라는 이유로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하다못해 문화원장은 행사장에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부임이후 단 한번도 한인회가 주최한 행사에 나오지 않는 높으신 분께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겠다. 애초에 한인사회와는 등진 채, 오로지 한국문화 전파를 위해서 뛰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정말 대단한 착각이자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현지인들과 부딪히며 생활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교민들이다. 바로 우리 교민들이 우리 문화 홍보대사요 첨병이라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
교민과 소통없는 문화원, 교민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배제시키는 문화원장은 국가를 대표해 한국문화를 현지사회에 홍보하고 전파할 기본적인 자질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의 2015년 주요업무계획의 3대추진 전략을 보면, ‘소통하는 문화홍보, 공감하는 정책홍보, 함께하는 형업홍보’를 제시했다. 하지만 프랑스 한국 문화원은 협업은 커녕 소통조차도 안되고 있다.
문화원이 현지인들에게 우리문화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면 현지인들 못지 않게 교민들을 끌어안고 가야한다. 교민사회에는 기성세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프랑스 주류 사회 속에서 한국인으로 당당히 나서서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2세들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이 문화원의 주된 업무라지만 교민사회와 협업하고 공조해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재외 한국문화원의 소임과 본분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임기가 끝난 시점에서 탓하면 무엇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문화원장 부임 이후에도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에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프랑스 한국문화원은 편협적인 행보 보다는 교민사회와 소통하면서 문화원 행정 체계를 재정비하는 기회를 갖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현재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 책임자로 활동하는 이종수 전 문화원장은, 앞으로 어떤 위치에서 활동하게 되든지,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기본 소양을 갖추고 성숙하게 거듭나기를 당부드린다.
【글 / 이상무 프랑스 한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