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 이민 개악을 위한 당근...의회 통과 가능성 희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자문) = 2016년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트럼프는 자신이 '예측불가한 사람'이며 그 것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오락가락하며 자신의 발언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DACA 철폐
대통령이 된 후 트럼프가 취한 최초의 주요 이민 정책은 2012년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추진해 온 청소년 추방유예 조치를 취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2017년 9월 5일 이후로 추방 유예 신청이 불가능해졌고, 2018년 3월 5일부터는 추방유예를 받았던 80만 명의 청소년이 추방 대상으로 전락할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 올 1월 9일에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지역인 북가주의 샌 프란씨스코에 있는 연방 법원에서 트럼프가 추방유예 조치를 취소한 것이 부당하며 이민국은 잠정적으로 다시 추방 유예 신청을 받으라는 판결을 내려서 현재는 이민국에 추방 유예 갱신 신청을 하는 것이 다시 가능해진 상태다. 그러나 이것은 잠정적인 조치일 뿐 향후 상급 법원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다시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미국 돈으로 국경 장벽 설치
2016년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전체를 가로지르는 국경 장벽을 쌓을 것이고 그 경비는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된 후 트럼프는 국경 장벽 공사비를 미국 정부 예산안에 포함시켜 달라고 의회에 예산 청구를 해놓고 있다. 예상대로 정부 예산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각급 정부 기관이 문을 닫았다가 이틀만에 3주 짜리 임시 예산안이 편성되어 정부가 다시 돌아가고 있으나 연간예산안의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로운 DACA 법안에 찬성과 반대 오락가락
지난 9일 트럼프는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줄 목적으로 유례없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 16명을 백악관에 초청해 회동을 갖고 그 자리에 언론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장벽 설치가 포함된 이민법 개정론을 들고 나오자 민주당의 다이앤 화인스타인 의원은 우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DACA 법안만 단일 법안으로 통과시키고 복잡한 나머지 문제는 차차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즉석에서 “우리가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나도 거기 동의한다”고 발언을 했다. DACA와 이민 개혁에 관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면전에서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화 내용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옆에 않아 있던 공화당 의원이 즉각 그게 아니라고 지적을 하자 멀뚱해서 팔짱을 끼고 다른 곳을 바라보더니만, 다음 날 아침 트럼프는 장벽 없는 DACA는 없다고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의회에서 합의해서 법안을 올리면 싫든 좋든 무조건 서명을 하겠다”고 카메라 앞에서 공언했건만, 트럼프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중진 의원 6명이 의견을 조율해서 만든 DACA 청소년 구제 방안조차 단칼에 거절했다.
'정부 마비' 때 보여준 태도
연방 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 해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을 정부 마비(Government Shutdown) 상태라고 부른다. 1월 20일까지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 기관들이 문을 닫아야 할 위기 상황이던 지난 18일, 트럼프는 민주당의 상원 원내 총무인 척 슈머 의원과 담판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척 슈머는 국경 장벽 설치에 미국 돈을 쓰는 것을 반대해 온 종래의 민주당 당론을 깨고 장벽 설치에 예산을 쓰는 것을 동의해 줄테니 DACA 대상 불체자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법안에 동의해달라는 통첩을 했고,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동의했다.
그러나 두 시간 뒤 트럼프는 척 슈머에게 전화를 해서 DACA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을 통보했다. 트럼프가 두 시간 만에 자신의 약속을 깬 것은 극우 정치 운동가 출신으로 백악관에 참모로 들어 온 32세 짜리 고문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발표 - DACA 청소년 시민권 취득 허용
정부 예산안의 의회 통과 실패로 20일 자정을 기해 시작되었던 정부 마비 사태는 22일 저녁 DACA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이민법 개혁 논의를 하겠다는 공화당 지도부의 약속을 믿고 민주당이 3주 짜리 임시예산안 편성에 동의를 함으로서 일단 막을 내리고 다시 정부 기능이 회복되었다.
현재 민주 공화 양당은 2월 13일까지 새로운 DACA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시키기로 약속을 한 상태다. 다시 실패하면 정부 기능은 2월 13일부터 다시 마비될 수 있고, 불체자 청소년들은 3월 5일 이후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25일 종래의 자기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이민 개혁안을 공개했다. 이 메모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 국경 방벽 설치. 250억달러의 예산을 편성해 국경 장벽을 쌓는 한 편으로 국경 보안 요원과 이민관세집행국 요원을 확충한다. 범법 사실이 있는 이민자의 체포, 구금 및 추방을 강화한다.
- 180만 명의 불체자 청소년에게 시민권 취득 허용. 기존의 DACA 신청자는 물론, 신청 자격이 있지만 신청을 하지 않았던 불체자 청소년들을 포함해 총 180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DACA에 준하는 체류 및 취업 허가를 해 주고 10년 내지 12년의 과정을 거쳐서 시민권 취득까지 허용을 한다.
- 핵가족 보호.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이민만을 허용해 직계 가족의 이민을 신속하게 돕는다.
- 영주권 추첨제도 폐지. 이민자가 적은 국가들을 상대로 실시해 온 이민 비자 추첨제도를 폐지한다.
향후 이민법 개혁 여부 불투명
스티븐 밀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이민 개혁안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 정치적인 꼼수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의 개혁안은 숫자가 확인되지 않은 180만 명의 불체자 청소년에게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겠다는 미끼를 던지고 시민권자의 부모 초청과 성년 자녀 초청 및 형제 초청, 그리고 영주권자의 성년 자녀 초청을 영구적으로 막으려는 시도이다.
미국에 오는 합법 이민자는 대략 일년에 100만 명 정도이고, 이 가운데 70%가 가족 초청 이민자다. 그 중 대략 60% 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직계 가족이고, 나머지 28만명 정도는 그 외의 가족 초청 이민이다. 트럼프는 직계 가족을 제외한 연 평균 28만 명에 달하는 가족 이민을 영구적으로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민 비자 추첨제도를 폐지해 연 평균 5만 명의 추첨 이민도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소위 “체인 이민”을 반대하는 트럼프 지지층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다.
둘째, 진정성이 없는 면피용 꼼수다. 구체적인 법안을 발의한 것이아니고 달랑 한 장짜리 보도 자료 형식으로 발표를 한 것 자체가 이민법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증거이거니와, 이는 DACA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트럼프가 민주당과 합의해서 벌어 놓은 3주 기간 동안 DACA 문제를 비롯한 포괄적 이민 개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3주 뒤에 다시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기는 하려고 했는데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아서 DACA 문제 해결과 이민 개혁이 실패했다'고 악선전하기 위한 포석을 미리 깔아놓으려는 치졸한 수작이다.
이민법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우선 상원에서 60명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공화당 의원의 숫자는 51명이다. 이미 공화당 내 강경 우파에서 테드 크루즈 의원을 필두로 트럼프의 발상은 ‘광범위한 사면’이라고 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트럼프의 이번 발표는 DACA 청소년들을 볼모로 가족 이민을 축소하려는 조치라며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서 트럼프의 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물론, 워싱턴의 행정부와 의회는 대부분의 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다음 선거를 위해 이해득실을 따져서 결정을 내리는 곳이고, 따라서 장차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예측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트럼프의 개혁안이 발표된 그대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위일선 변호사. 407-629-8828; 813-361-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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