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이야기 - 다섯번째 편지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잠언 7:17 ...
<제 침대에는 요를 펴고 이집트 산 화려한 천을 깔아놓았답니다. 자리엔 몰약에다 침향과 육계향을 뿌렸지요. 가서 밤새도록 놀며 한껏 사랑에 취해 봅시다.>
SANA (Singapore Anti Narcotics Association)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상담원으로 마약중독자들과 함께 했었는데 그들의 말은 대부분 마약(헤로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합니다. 마약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다 필요 없다고 합니다.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마시지 않아도 목마르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아무 걱정도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마약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 된다고 합니다.
마약의 효과인 것입니다. 물론 마약 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닥쳐옵니다. 그럼에도 마약을 복용하는 순간에는 약 기운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생각을 하든, 하지 않든 약기운은 반드시 떨어지게 됩니다.
유혹(誘惑)은 항상 부드러운 요와 화려한 이불, 안락한 기분과 달콤한 맛 그리고 매혹적인 향기를 동반합니다. 그 안에 취하면 밤이 새는 것을 잊게 만듭니다. 그 결과 밤의 기운이 지나고 다가올 아침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며 어떻게 해서든 다시 밤으로 되돌아가고자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밤새도록 놀며 한껏 사랑에 취해 봅시다.>
일제를 등에 업은 자들은 권력에 취해 해방이 온다는 것을 잊었고, 독재에 빌붙어 부정에 한껏 취했던 자들은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는 공주 놀이에 취해 탄핵이 온다는 것을 잊었고, 이명박은 더러운 재산을 긁어 모으는데 취해 구속 날짜가 오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추잡한 성폭력을 저질렀던 자들이 그 짓에 취해 오늘 'MeToo' 가 외쳐 질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부드러운 요와 화려한 이불을 덮을 때, 잠자리에 들 때, 내일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밤이 새면 아침이 온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때 우리는 부끄럽고 두려운 모습으로 역사의 아침을 맞게 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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