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검은 휘장 쳐진 실내

  까만 개미들 엄숙히 모여 있다

잘 모르던 더듬이도 보이는데

친한 척 눈앞에서 설쳐대며 부탁하던

몇은 눈에 띄지 않는다

 

궁금해서 지금 내 장례식에 들려

그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개미 목사는 호월이 천국에 입성했다고

기뻐할 일이란다

언제 들어가는 것을 봤나?

살아 있을 때도 길 눈이 어두웠던 친구

천국 찾아가려다 길을 잃고

어디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 뻔하구먼

 

아내 개미와 두 딸 개미는

눈이 붓도록 울고 있지만

그런다고 관*에 누운 저 친구

깨어날 리도 없는데……

 

책임감 없는 저놈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면

바라고 살던 사람들은 어쩌라고?

 

아니, 아니다! 착각인 것 같다.

내일도 해는 여전히 뜨고

너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이 장례식만 끝나면

모였던 개미들도 뿔뿔이 헤어질 것이고

호월, 너는 이제 이것으로

이번 사바 세상과의 인연은 끝장이다

 

잘 가거라, 나의 좋은 친구여,

이 생의 끝은 다른 여정의 시작일 뿐이니

기본으로 돌아가 우주에 널리 퍼지거라

때가 이르면 새로 태어날 것이니

마음 준비하고 그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거라

 

너를 위해 묵도한다

  • |
  1. 장욱일.jpg (File Size:4.4KB/Download:2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정많은 이란 사람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1)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가 내 손목을 꽉 쥐네. 이 말이 가게 밖으로 나가면 조그만 새끼광대 내가 그런 것으로 알리라. 그곳에 나도 자고 싶구나.   악장가사에 있는 고려가...

    정많은 이란 사람들
  • 실제 트럭운전은 어떤 느낌일까 file

    실제 트럭운전은 어떤 느낌일까 치열한 시뮬레이터 수업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밤 9시에 시작해 11시 30분이 되도록 연습했다.   우리 조에 남자 한 명이 또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가 생겨 집으로 간 모양이다. 우리 조는 3명이 남았다.   연습...

    실제 트럭운전은 어떤 느낌일까
  • 진짜 의인은 누구인가 file

    사순절 이야기 - 서른여덟 번째 편지     잠언 28:28 <불의한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람들이 몸을 숨기지만 그런 자들이 망하면 의인이 세력을 편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송(宋)나라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습니다. 속이지 않았고 공손하며 술...

    진짜 의인은 누구인가
  • 은퇴는 사치? … 늦은 나이에 일하는 사람들

      일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일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 삶의 만족과 가치를 위해 직업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계 불안에 생활비를 보태려 일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빈곤 증가 추세    오랫동안 뉴질랜드인들은 안락한 노후를 위해 세 단...

    은퇴는 사치? … 늦은 나이에 일하는 사람들
  • ‘김정은에 푹 빠진 한국’ file

    '여론조사 金지지율이 文지지율 앞서'         지금 한국인들은 “사랑과 증오 사이는 한 걸음“이라는 속담이 맞는 말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KBS 설문조사에서 한국 내 김정은 위원장의 지지율이 80%로 드러나, 지금까지 최고 지지율을 보인 문재인 대통...

    ‘김정은에 푹 빠진 한국’
  • 증오가 담긴 기도 file

    [종교칼럼] |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동성애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난 4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김조광수 감독 간담회를 열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강연장에 자리를 잡았...

    증오가 담긴 기도
  • 트럼프타워가 평양에 세워진다면 file

    ‘트럼프 깜짝쇼’는 이제 시작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한때 판문점 개최가 유력시 된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로 낙점(落點)된 것은 약간 의외입니다. 트럼프라면 충분히 ‘평양 개최’라는 깜짝 선택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생각했으니까요....

    트럼프타워가 평양에 세워진다면
  • 20대 애송이와 60 벽창호의 동행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0)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도저히 맞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유라시아 길에서 동행을 하게 되었다. 20대 갓 군 제대를 하고 복학을 준비 중인 애송이와 60의 벽창호가 만나서 거친 길을 가게...

    20대 애송이와 60 벽창호의 동행
  • 개가 짖는다고 같이 짖을텐가 file

    사순절 이야기 - 서른여섯 번째 편지         잠언 26:4 <미련한 사람이 어리석은 말을 할 때에는 대답하지 말아라. 너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될까 두렵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긴 개가 짖는다고 해서 기차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

    개가 짖는다고 같이 짖을텐가
  • 트럭킹의 세계 file

    페북을 끊고 평정을 찾았다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간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한 시간 간격으로 깼다. 뭔가 아직도 불안한 것이 있나? 알람콜은 역시 5시 45분에 정확히 왔다. 샤워 후 식사하고 7시에 시작하는 Pre-trip inspection (운행 전 차량검사...

    트럭킹의 세계
  • 우주선을 타고 교류하는 외계 지성체들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37-38)     Newsroh=박종택칼럼니스트         우리의 세계연합체는 정부도 아니고, 정확히 연합체도 아니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 당신들이 알고 있는 정부형태와 비슷하기는 하다. 이것은 네트워킹 구조이며, 봉사하는 구조로서, 필요한 사람에게 ...

    우주선을 타고 교류하는 외계 지성체들
  • 사업 잘 하는데에 천재는 필요없다

    시장 현황 파악과 채용 능력 등이 중요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사업을 잘하는 데에 천재를 요하지 않습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천재가 아니었고 학벌도 초라했지만 거부가 된 예는 무수합니다. 사업에 성공한 경영인들...

    사업 잘 하는데에 천재는 필요없다
  • 전공선택과 직업- 변호사

    [교육칼럼] 글 작성 능력, 언변, 책임감 등 자질 있어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한국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이 되길 희망하는 직업으로서 의사, 변호사, 박사 등을 꼽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세대가 많이 변해서 자녀가 연예인이 되게 ...

    전공선택과 직업- 변호사
  • 성공의 굴레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오래 전 섬에서 목회를 하시는 여자 전도사님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그리스도인이 거의 없는 그 섬에서 이십여 년 간 섬사람들을 섬기셨습니다. 그러다 암에 걸려 육지로 돌아오셔서 치료를 받다...

    성공의 굴레
  • 두 노파의 인생 이야기 file

    [이민생활이야기] 바바라 부시와 최은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최근 92살 먹은 두 노파가 불과 며칠 사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한 분은 한 많은 보리고개를 경험했을 것이고, 또 한 분은 미국의 대공황을 보았을 것이다. 한 사람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운을...

    두 노파의 인생 이야기
  • 비핵화 조건 자꾸 늘리는 미국… 북한 자극 말아야

    [시류청론] 북한은 나약해서 대화에 나선 것이 아니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5월 6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

    비핵화 조건 자꾸 늘리는 미국… 북한 자극 말아야
  • 나의 장례식 file

    나의 장례식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검은 휘장 쳐진 실내   까만 개미들 엄숙히 모여 있다 잘 모르던 더듬이도 보이는데 친한 척 눈앞에서 설쳐대며 부탁하던 몇은 눈에 띄지 않는다   궁금해서 지금 내 장례식에 들려 그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개...

    나의 장례식
  • 교통사고 부르는 다리들

      작년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증, 경찰과 도로관리 부서를 포함한 정부 당국이 긴장한 가운데 국민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에는 과속 등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부족도 문제지만 교통량 증대와 더불어 ...

    교통사고 부르는 다리들
  • 문대통령의 곡예운전 file

    ‘북한과 미국사이를 조율하는 한국’         한국이 한미 동맹 지지자들과 남북협력 발전을 찬성하는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을 피해가며 곡예운전(曲藝 運轉)을 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 로시스카야가제타가 3일 보도했다.   로시스카야가제타의 올렉 키리야노프 특파원은...

    문대통령의 곡예운전
  • ‘1표’씩 더하면 반드시 이긴다

    ‘1표’씩 더하면 반드시 이긴다 -  코펠 시의원 결선투표, 한인표 응집 절실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미국사회에서 소수민족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정치력’이다. 민주주의 정치로 운영되는 미국사회에서 유권자는 왕이고, 선거인단은...

    ‘1표’씩 더하면 반드시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