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앉기전에 돌섬방문세리머니가 있습니다.거실벽에 걸려있는 공자(孔子)의 붕우가(朋友歌)를 바라보며 한목소리로 읽어주십시오”

 

팔십노인 경산이 훈장목소리로 선창하자 일동은 학동들처럼 외쳐댔다.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불혁락호(不弈樂乎)”

 

“평양방문단이 김일성동상앞에서 만세 부르는 것처럼 기분이 묘하네요”

 

누가 우스개소리로 항의하자 주인 등촌이 뜻을 풀어 인사했다.

 

“벗이 있어 먼곳에서 스스로 찾아오니 어찌 기쁘고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인생삼락(人生三樂)중 일락(一樂)이지요.우리가 중3때 국어책에서 배운 양주동박사의 ‘독서의 즐거움’에 나오는 구절이구요.평양방문단은 김일성동상을 찾아가 절하고 나서야 일정을 시작합니다.돌섬방문단은 논어(論語)로 공자님을 만나 고담준론을 나누고 돌섬길을 걸으니 이보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좋아요 멋져요.과연 등촌다운 발상이오.”

 

홍일점으로 따라온 청란아씨의 촌평에 모두가 웃었다.한달전 해외기독문학동우회의 임원들이 돔섬을 찾아왔을때 있었던 해프닝이다.회장 우백황동익을 비롯 경산조의호 동월지인식 한경박문근 결제최광진 동안이종명 청란조수아등 7명이 왔다.조수아집사 말고는 모두 목사님들이다.식사후에 던킨집을 찾아 커피와 도너츠를 들고 바다를 걷는 보드워크로 나갔다.

 

“대리석을 깔아놓은듯 보드웍이 호텔길처럼 넓고 아름답군요.끝까지 걸어가면 어디서 끝나나요?”

 

“원래는 나무를 깔아만든 보드웍인데 쓰나미태풍에 망가져 콩크리트로 바꿨어요.30리 보드웍인데 끝까지 걸어가면 서천서역국을 걸어간 삼장법사를 만날수 있겠지요”

 

걷기만 했는데도 즐겁다.돌섬이 원래 그런곳이다.

 

은퇴하여 돌섬에 온후 나는 8년동안 돌섬통신을 보내왔다,찾아주는 우정들이 있어 돌섬은 행복하다.한국 중국 호주 남미 캐나다에서도 다녀갔다.그들은 돌섬통신보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겨주고 간다.서울대출신 김상옥목사는 하루밤을 묵고가면서 땡중같은 말을 흘렸다.

 

“내가 장공김재준박사님댁에서 잔적이 있습니다.이목사님이 사시는 원베드룸아파트의 크기,집안분위기,자유인 이목사님의 인품이 장공과 비슷해요”

 

그런데 한달째 돌섬통신을 못 쓰고 있다.파킨슨이 악화되어 일필휘지(一筆揮之)가 안되니 어쩔수 없다.오늘 돌섬통신은 한달넘게 걸려서 쓴 장애인의 작품이다.그래도 난 행복하다.돌섬통신을 보내지 못하자 돌섬을 찾아주는 우정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신문에 돌섬통신이 안 보여서 불안해요.병환이 깊어져 혹시?”

 

맨해튼소녀 정숙이는 월말이면 기다려지는 여인이다.착하고 예쁜데 연인이 되면 어쩌나? 자주만나다보니 먼 친척 여동생처럼 돼버렸다.애정이 우정으로 변해버린것이다.사실 돌섬에 오면 남녀노소 우정이 돼 버린다.젊어서는 애정이 좋지만 늙으면 우정이 좋다.애정은 “너 혼자만이”라야 한다. 둘이되면 삼각관계가 되어 난리가 난다.우정은 많을수록 좋으니 얼마나 멋진가! 

 

외국인도 찾는다.프란시스코는 키가 크고 늘씬한 미인형이지만 막일을 하는 흑인여성이다.거실에 들어오더니 인테리겐차가 돼버렸다.처음 먹어보는 된장국인데 거침없이 숟갈질이다.벨사이유 궁정에서 프랑스요리를 먹듯 밥풀한알 흘리지 않는다.거실벽에 붙어있는 사진과 액자를 명화 감상하듯 눈을 감고 본다.진지해 보여 슬쩍 전과(?)를 물어봤더니 아!글쎄,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지망생이었죠.인생이 잘못 엮이는 바람에 청소부아줌마가 됐지만...”

 

식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를 틀어줬다.슬프고 아름다운 멜로디 “대니보이”. 아일리쉬 쓰리테너의 데니보이가 끝나자 뒤를 이어 유명 성악가들이 연속으로 “대니보이”를 부른다.대니보이 콩쿨이다.

 

“프란시스코,이번에는 가장 감동적인 대니보이를 들려주지요.1985년 미국 레이건대통령과 캐나다 멀로니수상이 미국과 캐나다가 만나는 나이아가라근처에서 정상회담을 했습니다.이때 양국의 정상들은 손을 마주잡고 대니보이를 불렀습니다.이걸 최고의 ‘대니보이’로 치지요.레이건대통령과 멀러니수상은 둘다 대니보이의 나라 아일리시후손들입니다.유럽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는 영국의 끝없는 박해를 받아오면서도 굽히지 않았습니다.대니보이를 부르면서 싸웠어요.자유를 찾아 미국과 캐나다로 이민탈출을 합니다.놀랍게도 아일리시이민자의 아들가운데 미국대통령과 캐나다수상이 같은 시기에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그게 미국 레이건대통령과 캐나다 멀러니수상입니다.그래서 고향의 노래 대니보이를 부르면서 얼싸안고 울었습니다.대니보이는 우리이민자들이 불러야할 노래이지요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이 됐으니 흑인들의 꿈은 이뤄졌어요.먼 훗날 우리 대한의 후손들이 미국대통령이 되고 캐나다수상이 되는날 우리는 아리랑을 부를겁니다.아직은 대니보이를 들어야 하지만...

 

 

레이건 멀로니.jpg

레이건 대통령과 멀로니 수상 <유투브 캡처>

 

 

내가 입속으로 응얼거리자 그녀가 따라불렀다.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side;/The summer's gone, and all the leeds are falling,/It's you, it's you must go, Oh, and I must bide. 

 

<아!목동들의 피리소리/산골짝마다 울려퍼지고/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고/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돌섬을 다녀가는 뒷모습을 볼적마다 마음이 쓸쓸하다.망부석을 세우자.그 망부석이 공자의 붕우가를 담은 액자다.서예가 송영호선생이 액자에 붕우가를 담아 보내왔다.평양방문단은 김일성동상에 절하지만 돌섬방문단은 액자앞에서 당당하게 공자의 붕우가를 읊는다.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불혁락호(不弈樂乎)”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등촌의 사랑방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 |
  1. 레이건 멀로니.jpg (File Size:47.4KB/Download:2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인기 식을 줄 모르는 공영방송 프로그램

    세사미 스트릿, 바니 등 프로그램 캐릭터들은 미 아동들의 '친구' (올랜도=코리아위클) 최정희 기자 = 미 전국 50개 주와 푸에르토 리코, 괌, 아메리칸 사모아 등 미국령 섬은 물론 캐나다까지 커버하는 미 공영방송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의 인기가 식을 줄...

    인기 식을 줄 모르는 공영방송 프로그램
  • 약 주고 병 주는 술... 마셔야 하나 끊어야 하나

    [건강칼럼] 적당량 건강에 도움, 절제 못한다면 차라리 금주하라! (코리아위클리=올랜도) 빅윤숙 기자 = 전세계적으로 연간 술 소비량이 계속증가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생활을 영위하면서 술은 긴장,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을 해소시켜 주며 행복감, 자존심...

    약 주고 병 주는 술... 마셔야 하나 끊어야 하나
  • 삼겹살 먹은 후의 냉면은 살 폭탄

    흔히 다이어트를 할 때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육류음식이다. 하지만 육류를 매일 먹으면서도 살이 찌지 않는 방법이 있다. 육류를 섭취할 때 채소를 최대한 많이 먹으면 채소중의 섬유질이 육류의 지방 성분을 끌고 내려간다. 몸에 축적되지 ...

  • 야간운전의 백일몽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트럭을 고속도로 진입로에 세워 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뒤로 트럭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원래는 톨게이트로 나가서 다른 곳에서 빠진 다음 돌아와야 한다. 네이슨은 그대로 몇 십 미터를 후진했다. 트레일러가 없는 밥테일 상태라 ...

    야간운전의 백일몽
  • “아무도 믿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 file

    러시아 일간 노바야가제타         7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서로 얼굴을 마주대고 단독회담에서, 그 다음엔 확대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그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로 북한의 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아무도 믿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
  • 아무다리아 강의 눈물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72-73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투르크메니스탄의 마지막 도시 투르크메나바트를 지나고 아무다리아 강을 건너는 나그네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지만 한 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외부...

    아무다리아 강의 눈물
  • 뉴욕면허로 바꾸다 file

    진짜가 필요해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전에 DMV를 갔다. 미주리 주 면허를 뉴욕주 면허로 바꾸기 위해서다. 아내가 성경 모임이 있어 칼리지포인트에 있는 DMV 근처에 나를 내려주고 갔다. 이곳은 자마이카 DMV 보다 붐빈다. 고속도로 옆에 있고 자체 ...

    뉴욕면허로 바꾸다
  •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나’를 바꿔라” file

    [이민생활 이야기] 흔들림없는 가정을 세우려면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살다보면 "왜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못 하는가?" 라는 의문이 종종 든다. 때로 너무 사랑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이 기둥이 되어야 할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조차도 가족을 먼...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나’를 바꿔라”
  • 빈자의 노래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공감은 추체험입니다. 추체험이란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끼는 것, 또는 이전 체험을 다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추체험을 느끼려면 그래서 자신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자...

    빈자의 노래
  • 집 살까 세 살까... 고민되네

    [생활칼럼]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모게지-렌트비 차이 벌어져   자료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주택을 사는 것이 더 좋을까 아니면 아파트나 주택을 렌트 하는 것이 좋을까? 이는 누구나 해 봤음직한 질문이다. 더구나 집값이 이미 폭등한 지역의 '내...

    집 살까 세 살까... 고민되네
  • 장가계 인근 지상 최대의 동굴을 아시나요?

    황룡동굴 관광지는 5년전 문열어, 무능원도 관광 명소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지난호에 이어 장가계 일대를 소개합니다. 장가계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반의 거리에 지상 최대의 동굴이 있습니다. 황룡동굴로 불리는 ...

    장가계 인근 지상 최대의 동굴을 아시나요?
  • 공부 외에 꼭 필요한 기술(5)

    [교육칼럼] 상식, 경청, 지식 적용, 평가 등은 사회생활에 중요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칼럼니스트) = 이번 주에는 그 동안 다뤄오던 주제의 마지막으로서 대학을 다니며 수업 중에 가르치는 교과 과목 외에 습득해야 하는 기술중에 하나로서, “상식”...

    공부 외에 꼭 필요한 기술(5)
  • 하반기 뉴질랜드달러화 향방은?

    환율은 유학생 가정이나 한국 또는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업에 종사하는 업체 등에서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지표이다. 최근 뉴질랜드 환율은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뉴질랜드달러의 약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Z...

    하반기 뉴질랜드달러화 향방은?
  •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file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앉기전에 돌섬방문세리머니가 있습니다.거실벽에 걸려있는 공자(孔子)의 붕우가(朋友歌)를 바라보며 한목소리로 읽어주십시오”   팔십노인 경산이 훈장목소리로 선창하자 일동은 학동들처럼 외쳐댔다.   “유붕자원방래...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訪來) 
  • “지구전체는 노예사회다” file

    신비스런 존재와의 대화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 43-44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둘째, 선진국의 실체는 무엇인가?   ‘신비스런 존재’는 선진국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여기서 말하는 선진국이란 미국과 서구유럽을 포함한 소위 제1세계를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구전체는 노예사회다”
  • 록키 산맥을 보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TNT 이틀 째. 날이 밝아 일어나니 서쪽으로 눈덮힌 록키 산맥이 보였다. 밤에 도착해 어제는 못 봤던 것이다. 덴버에는 11년 만이다. 2007년 여름 일선님 다큐 촬영 차 콜로라도 주 러브랜드에 위치한 영성공동체 Sunrise Ranch를 ...

    록키 산맥을 보다
  • 대동강의 푸에블로, 북미관계 70년의 키워드 file

    <푸에블로호와 치욕적 북미협상> 연재를 시작하며     Newsroh=이재봉 칼럼니스트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기해 푸에블로호와 북미협상에 관해 연재를 시작한다. 지난 4월 '한반도 문제와 미국의 개입'을 주제로 연재하기 시작하며 6월엔 1964년의 '6.3사태' 기념...

    대동강의 푸에블로, 북미관계 70년의 키워드
  • 북미정상회담과 ‘신의 한수’ file

      ‘신의 한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공동성명서>를 보면서 떠오른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합의 사항으로 명기(明記)된 내용 중 세 번째 조항을 이르는 것입니다.   3. 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munjom Declaration, ...

    북미정상회담과 ‘신의 한수’
  • 다시 해외로 떠나는 이민자들

    최근 뉴질랜드로 입국하는 이민자 숫자가 한창 때에 비해 감소 추세가 완연하다.       이 중 특히 순이민자 감소 배경에는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입국했던 ‘비시민권자 이민자(non-New Zealand citizens)’들이 다시 출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

    다시 해외로 떠나는 이민자들
  • [기자수첩] F학점, 박세태 한인회장의 첫 임시총회

    야유로 시작해 야유로 끝난 한인회 임시총회   6월9일 오전 10시30분, 오클랜드 한인회관 1층 대강당. 이형수씨의 한인회 감사추인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다.    정관해석 능력도, 정관준수 의지도 의심받은 한인회장     박세태 한인회장(이하 "박 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