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거주한지 22년째인 왕태종 씨는 고국에서 공부 중인 둘째 아들 진로때문에 고민이 많다. 둘째 아들은 재외국민2세로 등록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될줄 알고 있었는데 올해 개정된 병역법이 1993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에게도 소급적용되어 재외국민 2세 지위를 상실하게 됐고, 일반 국외이주자로 전환되어 병역의무를 해야할 입장이 된 것이다.
‘재외국민 2세 제도’는 해외에서 출생하거나 6세 이전 해외로 이주해 병역의무가 발생하는 18세가 될 때까지 계속 거주한 2세들에 대해 한국 내 체제 및 영리활동에 특례를 주는 제도이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해외에서 거주할 경우 언어, 교육, 문화적 생활환경의 차이로 한국에서 군복 적응에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도입된 제도이다. 재외국민 2세로 인정되면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해 38세에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들 가족이 군복무에 반감이 있는 건 아니다. 왕태종 씨는 공군 학사장교 출신이다. 40개월 복무를 마쳤다. 첫째아들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들 부자는 군복무를 당연하게 생각했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둘째아들이 재외국민2세로 등록된 것은 이 법이 소개될 당시 둘째아들만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왕 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재외국민2세 제도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첫째 아들은 8살에 홍콩에 왔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안 됐고 둘째 아들만 가능해서 신청했다. 그런 제도가 없었다면 당연히 둘째 아들도 군입대를 염두하고 인생설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나서 갑자기 군대를 가야한다면, 그것도 개정된 법이 소급적용되어 이후 삶의 준비도 없이 끌려가야한다면 법이 잘못 된것 아닌가”라며 하소연했다.
재외국민 2세 지위상실 소급적용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교민자녀 병역기피’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못하고 끙끙앓고 있다.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30대 중반이 된 남성이 재외국민 2세 지위를 상실하면서 군입대 처지에 몰리자 결국 캐나다로 온 가족을 데리고 떠난다는 기사도 소개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서른일곱 애아빠에 갑자기 날아든 `입영통지서` 매일경제 2018.7.10)
왕태종 씨는 “나라가 만든 법에 따라 정당하게 신청했고 그렇게 인생설계를 해왔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재외국민을 밀어내는 거 아닌가. 아들이 한국으로 진학할 때 미래를 꿈꾸며 나눈 진지한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이 되어 버렸다. 아들이 받을 큰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고 나라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재외국민 2세 지위상실 규정 개정에 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자신과 같은 경우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며 잘못된 법은 고쳐나가길 희망했다. (왕태종 연락처 david@grandriver.hk)
글 손정호 편집장[홍콩수요저널]
[홍콩교민 왕태종 씨가 홍콩수요저널에 게재신청한 안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