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급등한 집값과 렌트비, 상승하는 생활비 등으로 여전히 가난한 이들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뉴질랜드의 새로운 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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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10 가구 가운데 4 가구 꼴로 '워킹 푸어' 

지난 2사분기 뉴질랜드 실업률은 4.5%로 1사분기 대비 0.1%포인트 올랐지만 1사분기 4.4%의 실업률이 9년 만에 가장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임금 상승률은 지난 1사분기 기준 연간 1.6%에 불과했다. 또한 실업률은 낮지만 불완전 고용률은 12%로 높은 편이다. 불완전 고용이란 본인의 능력에 어울리지 않은 일에 취업한 상태를 말한다.

 

구세군은 최근 높은 집값과 급등한 렌트비가 뉴질랜드의 새로운 ‘워킹 푸어’계층을 만들었다며 가난한 열 가구 가운데 네 가구 꼴로 가족 구성원 가운데 적어도 한 명 이상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워킹 푸어’계층이라고 밝혔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지만 높은 렌트비를 내고 나면 저축은 커녕 각종 세금과 식품비도 부족한 가구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타우랑가의 크리스탈 헤케(Kristal Heke) 가족도 그녀의 파트너가 풀타임 페인터로 일하지만 주거비가 부족해 한때 8명의 가족이 정부 지원의 모텔에서 살아야 했던 ‘워킹 푸어’이다. 

 

오클랜드 헨더슨에서 20년 동안 소매업에 종사하는 조안나(Joanna, 가명)도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세금과 노조비, 키위세이버 납입액을 공제하고 주당 550달러를 손에 쥐지만 530달러의 렌트비를 내고 나면 별로 남는게 없다. 

 

정부에서 주당 70달러의 주거보조비를 받고 대학생인 두 아들이 140달러 정도를 보태지만 빠듯한 생활에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조안나는 렌트비가 너무 오른 오클랜드를 떠날까도 고민해 봤지만 두 아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고 지방에 가서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급등한 주거비가 '워킹 푸어' 주원인 

구세군의 알란 존슨(Alan Johnson) 정책분석가는 렌트비 상승 이외에는 ‘워킹 푸어’가 늘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보조는 늘었고 일자리도 늘었으며 임금도 오르고 있지만 렌트비가 더욱 빠르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워킹 푸어’를 비롯한 빈곤을 해결하는 대책은 주택문제부터 바로잡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거와 관련된 비용은 지난 2사분기에 0.9% 오르면서 연간 3.1% 상승해 가계 경제에 압박을 주고 있다. 실질 렌트비는 2사분기에 0.8% 오르면서 연간 2.5% 상승했고 신규주택 구매비는 2사분기에 1.1% 증가하면서 연간 3.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 보험료는 연간 18% 급등했고 전기, 가스 등 가계 에너지 비용은 2.8% 상승했다. 

 

통계청의 폴 파스코(Paul Pascoe) 가격부장은 “재산세, 주택 보험료 등 모든 비용이 1년 전보다 올랐다”며 “뉴질랜드인들은 주택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름값이 2사분기에 3.2% 오르면서 연간 10.5% 급등했고 대중교통 요금도 연간 2% 올라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만들고 있다. 

 

구세군은 ‘워킹 푸어’가 늘면서 작년에 음식 꾸러미를 요청한 가족들이 급격히 늘었고, 그 가운데 약 60%는 처음으로 요청한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오클랜드 시티 미션(Auckland City Mission)도 지난 12 개월 동안 이 단체의 98년 역사상 가장 많은 1만 5,879개 의 음식 꾸러미를 나눠 주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2% 급증한 수치이다. 

 

이 단체의 크리스 파렐리(Chris Farrelly) 대표는 “가난한 가정이 계속해서 음식 꾸러미에 의존할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음식 꾸러미를 받아간 사람들의 84%는 일생에 한 두 번 신청한 이들로 일하는 가정들도 많다”며 “뉴질랜드는 현재 기아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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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인 거의 절반 저축 못해 

뉴질랜드인의 거의 절반은 저축을 하지 못하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SB가 1,000여 명의 뉴질랜드인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는 저축은 엄두도 못내고 입에 풀칠할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SB의 닉 터플리(Nick Tuffle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 같은 결과는 높은 렌트비나 집값으로 개인소득이 상쇄되고 있는 주택문제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터플리 이코노미스트는 “주거비는 소득과 비교하여 너무 많이 올라서 집을 구매하든지 렌트로 살든지 간에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들은 임금이 어느 정도 올라도 급등한 집값과 렌트비와 비교하면 정체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킹 푸어'에 대한 연구 진행 

사업혁신고용부, 사회개발부, 인권위원회 등 3개 기관들은 지난 5월부터 공동으로 직장을 가진 가족 구성원이 있지만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구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빈곤 감소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내년 3월 보고서 발간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각 기관들은 이미 이전에 이와 관련된 다수의 정보를 발표한 바 있는데 작년 사회개발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물질적으로 빈곤한 아동의 약 40%는 일하는 부모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뉴질랜드인의 약 15%가 빈곤선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중위 소득의 60% 이하 소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납세 기록을 분석한 사업혁신고용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들은 단기 일에 종사하고 있고, 동시에 여러 일을 가지고 있으며 복지수당을 받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은 여성과 파트타임 종사자, 20-29세와 65세 이상 연령층, 낮은 학력 소지자, 그리고 비유럽계 인구에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유럽연합(EU)과 영국처럼 중위소득의 60%를 빈곤선으로 사용해 왔으나 최근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의 아동빈곤감소법이 중위소득의 50%를 목표 빈곤선으로 규정해 이 법에 따라 도움을 받아야 할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족중심사회정책연구소의 찰스 왈디그레이브(Charles Waldegrave) 소장은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오랜 근로시간과 낮은 임금은 뉴질랜드의 오랜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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