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지금은 비록 “해가 지는 나라”로 쇠퇴했지만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을 장착한 4대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는 핵강국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립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승무원들이 항상 체크하는 것은 BBC 라디오4 투데이 채널이라고 한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영국이 건재하는지 필사젹으로 확인작업을 벌이겠지만 그 한가지 방법으로서 만약 이 방송이 연속해서 3일간 들리지 않으면 함장은 “조국이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비밀금고를 열어 총리가 미리 지시한 대로 적성국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한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에 외교적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지만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양측이 모두 핵전쟁까지 가는 무모한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 1기의 핵폭탄으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주를 완전히 초토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작년말 미북 정상간에 피차 ‘핵단추 크기’를 자랑하며 설전이 한창 오가고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북한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무시무시한 말을 한 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전쟁과 자연재해
人災 (전쟁) 에 이어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이상기온, 가뭄, 태풍, 쓰나미, 역병 등 자연재해이다. 특히 지진이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른바 ‘불의 고리’ (Ring of Fire) 에서 자주 발생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최근 혹가이도에서 진도 6.6의 강진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지금은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 거대한 허리케인 프로렌스가 상륙 직전에 있다.
세계적인 가뭄, 식량난,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의 이재민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 유럽 당사국들이 큰 곤혹에 처해 있다. 이민을 받아 주는 나라가 거의 없어서 합법적인 이민의 길은 막혔지만 난민들이 몰려 들어오는 데에는 대책이 없다. 월남이공산화 되었을 때 목선을 타고 이판사판 목숨을 걸고 무작정 대해로 나갔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익사했다. 당시 약 5만명의 월맹 극소수 공산주의자들이 월남을 접수해 카톨릭 신부, 종교인, 지식인, 교수, 언론인 등 사회 엘리트 층과 월맹과 내통해 왔던 반체제 인사 등 약 1천만명에 달하는 대량 학살을 자행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도 이슬람권 난민들이 리비아 앞바다에서 익사하는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수십만명의 캄보디아 로힝야 족도 내전을 피해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사시 북한 난민들이 못 들어 오도록 군대를 배치해서 국경을 철통같이 봉쇄하고 있는 것도 주지하는 바와 같다.
사람들은 인재든 자연재해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살아남기 위해 동물적 본능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도모한다.
비상시 취할 조치를 미리 세워두는 것을 Contingency Plan (비상대책) 이라고 한다. 궁지에 처했을 때 탈출하는 방법을 세워두는 것을 Exit Strategy (탈출전략) 라고 한다. 첫번째 방법이 실패했을 때를 가정해서 세워두는 대책을 Plan B (차선책) 라고 부른다.
세계금융위기 (GFC)
세계 금융위기 (GFC: Global Financial Crisis) 가 발생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2008년 9월 15 미국에서 4번째 큰 투자은행인 레만 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함으로써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주택시장 거품) 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파급돼 주요 은행들이 연쇄도산 위기에 처했다. 2007년 10월 최고 14,000을 기록했던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6.600까지 하락했다, 평균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2007년 12월 5%에 불과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로 무려 두 배로 올라갔다. 직장을 잃은 가장들의 자살이 속출했다. 미국, 캐나다 자살율은45-64세 그롭에서 두드러져 예년보다 8.9%나 증가했다. 북미, 유럽 등 54개국에서 국가당 평균 5천명씩 더 목숨을 끊은 것으로 후일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졌다. 1998년 아시안 경제위기 때 일본, 한국, 대만, 홍콩에서 자살자 숫자가 일만명 더 발생했던데 비하면 엄청난 수치라 하겠다.
호주, 뉴질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국의 노던락 은행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수많은 예금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연일 이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 TV를 통해 보도되면서 예금주들이 경악했다. BNZ를 비롯한 주요은행들이 도산위기에 처하자 NZ 중앙은행은 제2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에 지급보증을 해 줌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정부의 보증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자구책을 세워 예금주들과 합의를 했던 금융회사들은 정부보증에서 제외돼 결국 50여개 금융회사가 도산했다. 당시 도체스터 퍼시픽 (현재의 Turners Automotive Group: TRA) 처럼 회생한 회사들도 있지만 그 숫자가 매우 적고, 회사들마다 주주들과의 구조재조정 합의내용에 따라 예금주들이 크게 적게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미국 연준은 사태수습을 위해 비상대책 (Contingency Plan) 을 세웠다. 우선 다급한 것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굶주린 시민들을 먹이는 문제였다. 1929년 대공황 때처럼 길거리에 부스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로지스틱스 문제로 부결됐다. 두번째는 헬기로 뉴욕 상공에서 삐라처럼 100불짜리 지폐를 뿌려 먹여살리는 방법을 검토했으나 역시 부결됐다. 결국 마지막으로 세금 납부기록이 있는 전국의 모든 가구들에게 수표를 발송해서 가게에서 사먹게 하는 방법이 채택됐고 IRS (국세청) 가 이를 시행했다. 이 일을 계기로 당시 벤 버냉키 연준총재는 ‘헬리콥터 벤’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는 지금 “평안하다 평안하다” 하면서 평안를 누리고 있지만 언제 재앙이 도둑같이 임할는지 모른다. 그 징조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방주’를 마련해야 한다.
탈출전략 (Exit Strategy)
미국의 갑부들과 엘리트들은 비상시에 자가용 헬기로 뉴질랜드로 도피하기 위해 저 ‘푸른 초원 위’ 와 눈부신 남태평양 해변가에 그림같은 대저택을 짓고, 핵공격에도 3년간 생존할 수있는 지하벙커를 수백만불을 들여 만들어서 이곳으로 선적하고 있는데 앞으로 닥칠 재난을 예고하는 것 같아 섬찍한 생각이 든다. 줄리안 로버트슨, 빌 폴리 등 굴지의 헷지펀드 매니저들과 타이타닉을 감독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밝혀진 극히 일부 인사들에 불과하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뉴질랜드인가? 불과 일천만불(?) 에 ‘안전한 천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나라들도 시민권을 팔기는 하지만 치안이 위험하거나 ‘문명국’ 평점에서 떨어진다. 이같이 환난에 미리 대비하는 사람들을 ‘Prepper” (준비자) 라고 부른다.
미국의 한 웹상트는 위에서 이야기한 ‘비상대책’ ‘탈출전략’ ‘차선책’ 으로서 아래와 같이 조언해 우리의 눈길를 끈다.
1. 어디에 깃발을 세울지 심사숙고하라 (도피처 물색)
2. 미리 영주권을 취득해 두어라 (날개 준비)
3. 은행구좌를 개설해 두어라 (재산반출)
4.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를 하거나 농장을 사 두어라 (생계수단)
중국몽을 꿈꾸는 중국과 세계 패권국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물의 왕국처럼 필경 힘 센 나라가 이길 것이다. 이 와중에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스만 터기제국 부활의 꿈에 사로잡혀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가 (빌미는 미국 선교사 억류) 리라화 가치가 금년들어 41%나 폭락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어리석은’ 국민들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불과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세계 부국 4위 자리에서 ‘거지나라’ 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시리아, 사우스 아프리카,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가 통화가치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꿈꾸는 것은 좋은 일이다. 중국몽도 그렇고 터키몽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한국몽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원화가치가 폭락하거나 경제가 망가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칼럼니스트 조석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