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에세이 명심보감>을 읽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에세이 명심보감>이라는 책을 손에 넣은지도 15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한 두번 펼쳐 보았을 뿐 단 한번도 열독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책장 먼지를 털다가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고는 며칠 밤낮을 씨름하였다.
명심보감은 고려 충렬왕때 추적이 중국의 여러 경전을 토대로 엮은 한국인의 책으로, 한국인의 의식과 긍지와 품격이 담긴 책이다.
책은 "그대, 그대는 얼마나 한국적인가. 그대가 가장 한국인일 수 있을 때 비로서 그대는 세계속의 세계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이 말은 이민자들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할 말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에세이 명심보감은 작가인 이규호가 옛 중국 성인의 말씀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수필로 잘 풀이하였으니 이해하기도 쉽다. ‘마음이 맑으면 물도 보이고 숲도 보이고 친구와 이웃도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명심보감은 마음을 맑게 해주는 책이라고 하였다.
나는 명심보감이 선악을 분별하고 하늘의 섭리를 깨닫게 하며 스스로 반성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긴 내 나이쯤 되면 한 인생을 되돌아 볼 때도 되었으나, 이민 와 오랫동안 일에 찌든 몸과 마음이 옛 선비들의 말씀에 마음의 문을 열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덕 을 앞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부분에 와서는 읽고 또 읽으면서 지난 나의 삶을 되돌아 보았다.
책은 “위태롭고 험한 것을 알면 법망에 걸리는 일이 없고, 선하고 어진 사람을 천거하면 몸을 편안이 할 수 가 있다. 어진 일과 덕을 베풀면 대대로 번영을 가져 오게되고 시기하고 복수할 마음을 품으면 자손에게 환난이 닥친다”고 하였다.
그리고 ‘맑고 옳고 크고 착하고 빛나고 아름답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마음씨와 행실을 통틀어 덕’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마음이 깨끗하면 표정이 맑다. 그러니 마음으로 남을 저버리지 않으면 얼굴에 부끄러움의 빛이 없다고 하였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란 말도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얼굴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부분이 인상에 남았다. 사람의 얼굴에는 많은 그림이 그려진다고 한다. 슬픔과 기쁨의 그림이 진한 색으로 그려졌는가 하면 어느새 그리움이나 아쉬움의 그림들이 선명한 물빛으로 그려져 있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은 불루 칼러 직업을 가진 이에게는 이같은 묘사가 좀 사치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쨋든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라는 것이다. 또 사람의 얼굴은 한 권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도 얼굴에 가장 아름다운 그림만이 그려지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할멈의 얼굴에도 얼마 남지 않은 세상 동안 가장 아름다운 그림만이 그려지길 기대해 본다.
주름진 얼굴에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큰 축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