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매일신보)

노태철.png

 

“경제가 우선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지겹도록 듣게 되는 구호다. “어떻게 하면 적게 먹고 살을 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계속 돈 타령이다.

세계 최고의 월급을 받는 한국 사람들이 왜 아직까지 먹는 문제에 매달리는지?

행복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하지만 돈이 행복감을 지속시켜 주지는 못한다.

나는 “평화로운 곳에 돈이 던져지는 순간 싸움이 시작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몇 년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돈 걱정을 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많은 것이 풍족한 미국으로 갔지만 돈이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느꼈다.

2000년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로 부터 초청을 받았는데 음악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러시아의 첫인상은 미국에 비해서 모든 것이 부족했고 불편했다. 러시아 말로 소통이 되고

러시아 문학과 예술에 눈을 뜨자 러시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미국에서는 먹고 여행하는 것 등이

만족을 주었다면 러시아에서는 책을 읽고 작가들의 발자취를 걸어 보거나,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피부로 느끼는 내적인 즐거움이었다.지금 러시아 북동부 야쿠티아는 영하42도를 오르내린다.

옷을 껴입고 산책을 나갔다가 얼굴이 시려서 다시 들어와서 음악을 들었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 “겨울의 꿈“ 에 빠져서 오전을 보내는 즐거움을 누가 이해할까?

러시아는 미국보다 월급도 적고 생활환경도 불편하지만 내적인 행복감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예술 강국이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근무하는 러시아 야쿠티아국립음악원은 만7세부터 대학원까지(16년 과정) 전 학생이 학교에서 숙식을 하면서 하루 최소4시간씩 의무적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 음악전문학교다.

학비와 숙식은 무료이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음악을 가르친다.

러시아의 음악수준이 세계적인 배경에는 정부주도의 이런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학교의 바이올린 파트가 강한 데는 유능한 바이올린 교수덕분이다.

71세의 스타니슬라브교수는 새벽6시에 제자들을 한방으로 모아서 함께 연습시킨다.

게으르거나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레슨실에 해가 지는줄 모르도록 실력이 향샹될때까지 시킨다.

좋은 교수의 열정과 학생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고 있다.

야쿠티아공화국의 문화부 장관은 “문화와 혼을 국민들에게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보이는 문화와 내면적인 영적인 행복을 채워주는 것을 관장하는 문화부 장관이다.

야쿠티아의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악기를 배우거나 합창단에서 노래를 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음악을 통하여 영적인 발전과 삶의 풍요를 바라는 맘으로 5년째 지속하고 있다.

소련 공산주의 시대 때, 러시아의 예술수준은 가히 세계최고를 자랑했다.모스크바는 물론이고

지방 소도시의 오페라극장들까지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게 되었다.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치권

수뇌부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잘 짜여진 예술정책 덕분이다.공산주의 시대 때는 시베리아 산골 음악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예술가의 월급이 수도 모스카바보다 약2~3배 많았다. 지금의 한국처럼 가산점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월급을 몇 배로 올려주었다.예를 들어서 모스크바가 1이면 수도에서 떨어질수록 거리에 따라서 혜택을 몇 배로 늘여 나갔기에 빨리 출세하고픈 유능한 젊은이들이

스스로 산골로 찾아들어가서 수준을 높였다.돈 벌고 돌아가려 했는데, 결혼을 하거나 그곳이 좋아서 남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그때는 전 러시아의 물가가 동일했고 수도에서 공부한 우수한 선생님이 시골로 가서 표준어로 가르치다보니까 전 러시아에 사투리가 없었다고 한다. 내가 근무하는 야쿠티아 국립오페라극장은 기본 월급에 시베리아 수당이 붙는데 4년에 걸쳐서 매년15프로 가량씩 올라간다. 만일 도시보다 열악한 오지로 들어갈수록 각종수당은 늘어난다. 약 30년 전에 러시아 남부 스탈린그라드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들 때 “오디션에 합격하는 순간 집을 한 채씩” 주었다, 당연히 전 러시아 최고의 젊은 음악가들이 몰려들었다.최근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블라디보스톡의 마린스키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역시 창단당시 블라디보스톡 필하모니 단원들보다 5배 많은 월급을 제시하자 전 러시아에서 좋은 단원들이 극동으로 몰려들었고 지금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극장이 되었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수리비가 1조였다면 믿겠는가?

이것이 러시아의 예술수준이다.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교양 있는 문화인이다.인구 100만의 야쿠티아 공화국에는 78개의 음악학교가 있는데 모두 무료로 교육시킨다.인구 33만의 소도시(?)에 정부에서 월급을 받는 국립 단체만 10개 이상이 있다,나는 물질적으로 세상을 풍요하게 만들기 위하여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그리고 나 역시 그분들의 정신적인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행복한 것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이 가득한 곳임을 수시로 경험한다.

독일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낭만적인 삶은 돈 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행복은 눈에 보이는

큰 것이 아니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자그마한 속삭임이다.온갖 아름답고 꿈같은 세계가 펼쳐지는

예술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보시라고 권한다.행복은 정치가나 법관이나 경제인들이 만들어가지만 예술을 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다. 노 태철  러시아 극동 야쿠티아 국립음악원 부총장 

 

  • |
  1. 노태철.png (File Size:175.6KB/Download:2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710 러시아 “북한-러시아 청년교류 확대 합의” 타스통신 뉴스로_USA 18.12.05.
» 러시아 러시아의 예술정책 이야기 file 모스크바매일.. 18.12.03.
708 러시아 ‘올림픽 스키장의 불빛’ file 뉴스로_USA 18.12.03.
707 러시아 북한, 한미연합군사훈련 화해선언 위반 간주 뉴스로_USA 18.12.03.
706 러시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중 하나“ 러주간지’ file 뉴스로_USA 18.12.03.
705 러시아 “김동무의 지하기지들” 러 일간지 file 뉴스로_USA 18.11.29.
704 러시아 한-러 연간 인적교류 1백만명 달성 목표 뉴스로_USA 18.11.29.
703 러시아 18기 모스크바 민주평통 자문위원회 제3회 평화통일 창작 문예 학술제 개최 file 모스크바매일.. 18.11.26.
702 러시아 韓정부 러시아 투자지원재단 설립 file 뉴스로_USA 18.11.25.
701 러시아 ‘한국, APEC 정상회의 디지털 경제 혁신기금 창설 제안’ 러 통신 file 뉴스로_USA 18.11.25.
700 러시아 한-러, 2020년까지 연간 인적교류 100만명 달성 계획 file 뉴스로_USA 18.11.23.
699 러시아 ‘나진-하산 프로젝트 고심하는 한국’ 러통신 뉴스로_USA 18.11.22.
698 러시아 “韓투자자들 극동지역 투자 기대” 러 극동개발부 장관 file 뉴스로_USA 18.11.18.
697 러시아 한러지방협력포럼 뉴스로_USA 18.11.18.
696 러시아 “영일만 남북러 물류거점 될것” 文대통령, 뉴스로_USA 18.11.18.
695 러시아 러시아 공훈훈장 수상한 한국인 지휘자 노태철 모스크바에서 지휘봉잡는다. file 모스크바매일.. 18.11.16.
694 러시아 러 극동 캄차카주 한국과 협력관계 확산 file 뉴스로_USA 18.11.09.
693 러시아 러 볼가공화국 롯데호텔 오픈 뉴스로_USA 18.11.09.
692 러시아 러시아 매거진 추석 소개 눈길 뉴스로_USA 18.11.09.
691 러시아 러 가스관 최단기 남북연결 뉴스로_USA 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