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대표 팀의 오랜 숙원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대회 우승의 꿈을 10년 만에 일궈준 박항서(60) 감독. 박 감독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전히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 4월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은 영어도 베트남어도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 팀 선수들과 소통법으로 택한 방법은 바로 ‘파파 리더십’이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영어와 베트남어를 할 줄 몰랐다”며 “내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지컬(physical·육체적인) 접촉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매 경기가 끝나면 나는 주장과 피지컬적인 접촉을 통해 긍정적인 요소를 보여준다”며 “우리 팀이 패했을 때는 더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이 준우승에 고개를 숙이자 박 감독은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 말은 ‘파파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준다.
당시 연장전 끝에 우승을 놓치고 실망한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포옹하며 “우리는 베트남 축구의 전설이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다음 기회에 우승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
박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결코 ‘패배’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좌절감을 드러내거나 선수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는다. 이 같은 박 감독의 리더십은 베트남 축구 대표 팀의 팀 전력 향상의 원동력에 힘을 불어 넣는다는 분석이다.
박 감독의 리더십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스스로와 타인을 섬기는 진정성 리더십(오센틱 리더십·authentic leader ship)이다.
지난 16일 스즈키컵 우승 후 박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장에 난입한 베트남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당시 우승의 기쁨에 취한 일부 베트남 축구 대표 팀 선수가 회견장에 난입해 박 감독에게 물을 뿌리고 잡아 흔들며 책상을 두드리는 등의 무례(?)한 행동으로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됐다.
그러나 박 감독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한 선수의 볼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선수들이 나간 뒤 그의 입가에는 아빠 미소가 번졌다.
이러한 모습은 베트남 국영TV인 VTV 영상에 그대로 잡혀 현지인들에게 소개됐다. ‘덕장’의 면모를 보여준 박 감독은 VTV1이 매년 선출하는 ‘올해 베트남을 빛낸 최고의 인물’로 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선정됐다.
또한 스즈키컵 기간 중 허리부상을 당한 선수에게 자신의 비행기 비즈니스 석을 양보함으로써 말이 아닌 진정성에 바탕을 둔 스킨십 소통을 보여줘 다시 한 번 베트남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등 가족을 중시하는 베트남 국민성이 박 감독의 인간미 넘치는 진정성에 가족으로 느끼며 이를 기반으로 편안하고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도전정신이 발휘되고 승리에 대한 경험의 반복하면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 팀을 최고의 팀으로 키워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