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UPS 배달원의 배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신형주(한의사) = 내 사무실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UPS로 물품이 배달된다. 물론 내가 주문한 물건들이다. 배달원 A는 항상 웃는 표정으로 사무실을 들어온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그는 물건을 사무실 뒤쪽까지 옮겨 놓는다. 내가 보이지 않을 때면 사무실 앞쪽에서 기다리다가 사인을 부탁한다. 그리고 좋은 하루가 되라며, 때로는 일 너무 많이 하지 말라며 싸인 받은 영수증 전자 박스를 들고 나간다.
그의 등을 보니 이제껏 무거운 박스를 나르는 것을 증명해주듯 조금 구부정하게 굽었다. 종아리는 말 다리처럼 세세한 근육까지 발달해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 일을 하기에 보는 나로 하여금 감동 받게 한다. 그가 다녀가면 좋은 느낌이 전해진다. 나는 박스를 바로 열고 정리를 시작한다.
지난 주에 겪은 일이다. 늘 오던 배달원이 아니고 B라는 사람이 물건을 들고 왔다. 그는 무거운 박스를 툭하고 사무실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전자 사인 박스를 내밀었다.
나는 그 박스를 사무실 뒤쪽에 갖다 줄 수 없느냐고 정중히 부탁했다. 사무실 뒤라고 해 봤자 5미터 정도 거리다. 그는 마지못해 물건을 들어다 놓고, 내가 사인한 전자 박스를 가지고 말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이틀이 지났다. 이번엔 C라는 배달원이 왔다. 사무실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안내책상에 놓인 종을 연달아 치는 것이다. 물론 안내 책상에 놓인 종은 치라고 있는 것이지만 호들갑스런 종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고 나를 불안하게 했다.
다른 방에 있다가 안내 사무실로 나와 보니 그는 안내책상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있다가 영수증 전자 박스를 내 코앞에 들이 밀었다. 빨리 사인하면 바로 나가겠다는 심사인 것 같았다. 얼굴을 보니 용수철 같은 심사를 읽을 수 있어 책상위에 있는 박스를 뒤로 옮겨 달다고 이야기도 못한 채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빨리 그가 내 사무실에서 나가주기를 바랬다.
오늘 A씨가 다시 물건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나는 반가웠다. 그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들기엔 좀 무거운 박스를, 나를 위해 사무실 뒤까지 들여 놓았다. 그가 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는 작은 일로 인하여 남을 행복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남을 위한 배려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일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 이제껏 A씨의 친절에 물들어 있다가 B씨와 ,C씨를 보니, 그의 사람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배려!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위한 이웃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