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관계 장애물은 없다”

 

 

한국과 러시아는 다른 강대국들과 비교해볼 때 한러 관계의 협력을 현저히 저해하는 장애물들이 없다는 기고문이 발다이클럽 통신에 실렸다.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 극동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고문에서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는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역사적 영토분쟁들도 없고, 한 편을 지지하려 하면 다른 편에서 반드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미중 분쟁에도 연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고문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6월 1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이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는 2018-2019년간 상당히 자주 만났던 양국 수뇌부 당국자들이 또 한 번 다시 만난 회담이다. 2018년 푸틴 러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가졌고(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당시와 11월 14일 싱가포르 동아시아 정상회의) 이낙연 한국 총리와도 한 번(9월 12일 블라디보스톡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났다. 2018년 10월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고 올해 5월 28-29일 문희상 한국 국회의장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2019년 3-4월에는 양국 국가안보회의 라인 당국자들의 상호 방문이 있었다.

 

한러 외교장관회담 이후 공식 발표에 따르면 “양측은 정치적 접촉 일정, 교역-경제적 협력 현황, 실질적 분야들 협력 활성화 전망을 비롯한 양국 관계 발전의 실질적 懸案(현안)을 논의했다. 여러 국제적 의제와 역내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특히 한반도 주변 정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양측은 모두 정치 외교적 해결 방안을 추진하고 역내 문제의 종합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든 이해당사국들이 노력을 규합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심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화 장관의 방러와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소식이 비교적 조용히 보도되고 성명도 ‘대략적인’ 표현으로 되어있다는데 주목해 볼 수 있다. 회담 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 회담이 건설적이고 내실이 있었으며 양국 유대가 역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발표한 사실 중에서 비교적 구체적인 것이라면 양국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양국에서 서로 ‘한국의 해’, ‘러시아의 해’를 지정하는 문제와 교역 경제 및 과학 기술 협력 정부간 위원회가 곧 있을 것이라는 것 정도였다. 또한 2020년 한국 정교회 120주년과 그 다음에 (2021년 한국에서) 러시아 시즌을 개최할 계획이 있다.

 

나머지 내용은 “정치적 대화를 심화하기 위한 향후 조치들을 언급했다”는 것, 그리고 “북한이 참가한 철도 및 가스관, 송전선 연결 분야 삼각협력 전망”을 또다시 논의했다는 것을 언급하고, 서비스 투자 분야 FTA체결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는 한국과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상품 분야 FTA체결, 국회 교류, 인도적 협력 및 안보 분야 협력을 위해 접촉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다.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 회담은 현재의 한러관계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른 강대국들과 비교해볼 때 한러 관계는 협력을 현저히 沮害(저해)하는 ‘극복할 수 없는 여러 장애물들’이 없다.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는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역사적 영토분쟁들도 없고, 한 편을 지지하려 하면 다른 편에서 반드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미중 분쟁에도 연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조차도 북한은 한국을 사심없는 중재자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중국과 러시아 채널을 통해 국제 사회에 전달하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대러 정책은 “9개의 다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이런 거창한 명칭 속에 있는 상당한 부분들은 전임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던 것을 약간 변형시킨 것들이다. 한러 관계 중간에 북한이 없다면 더욱 더 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18년 양국 교역량이 240억 달러를 상회하고, 한국의 대러 투자액이 26억 달러에 달했다. 사실 이 수치는 양국 수교가 이루어진지 30년이 흘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게는 지지율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외교적 성공을 거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경제에서의 정치적 조치들과 복잡한 내정 상황으로 인해 그 분야들에서 성과를 내어 지지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작은 나라들’과의 외교를 활발히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러한 외국 순방의 결과가 “양측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문구 하나로 集約(집약)되는 별 것 아닌 경우에 조차도, 작은 진전이라도 있으면 그것들을 외교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 사업가들의 유명한 타성과 특히 러시아의 관료주의를 극복한다면 러시아에게 있어 한국은 잠재적으로 유리한 파트너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석유 가스 사용 화력 발전소 관련 정책으로 인해 한국은 석유가스 수입 의존성을 높여야 하고, 미국은 이를 이용하여 한국에 미국산 가스를 수입하도록 강요하려 한다. 한국은 그와 같이 미국에서 가스를 수입하는 방안에서 경제적 종속 상태가 형성될 위험을 보고 있기 때문에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을 수도 있다.

 

또한 양국 외교장관들은 현재 한반도의 화해 기조가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많다. 현재의 긴장완화 수준은 러시아 정부나 한국 정부 모두에게 이데올로기적으로나 지정학적 이유에서나 모두 유리하다. 그러나 2019년말까지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 2020년은 어떻게 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북한 수뇌부가 여러 번에 걸쳐 미국이 자신들의 셈법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주권을 수호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개인적인 관계에서 서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호감이 곧 양국간의 관개개선 정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러시아, 중국, 북한은 공동 입장을 정립하고, 주기적으로 문제를 정치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며 북한이 시행한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개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양측이 모든 한반도 문제 해결 당사국 간에 협상 과정의 향후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를 같이 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평화적, 정치적 해결, 이 과정에서 相應(상응) 조치를 생각하고 수립하는 것만이 역내의 현재 문제 해결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전에 한국이 추진하던 한반도 문제 관련 구상을 고려하여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러중의 새로운 구상”에 대해 한국 측의 관심을 촉구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과 러시아 양측은 외교장관회담에서 각자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회담을 가졌고 양국에게 중요한 분야들에서 몇 가지 진전이 있었으며, 이를 각자 외교 분야의 성과로서 과시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후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고 발전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글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 극동 연구소 선임연구원 | 발다이클럽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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