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수난
지난해 나는 친환경 발전 강국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를 여행했다. 요즈음 대기 온난화로 지구 생태계가 많은 수난을 겪고 있어서 세계인들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절감하는 때이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하니 조용한 시골 같은 느낌이다. 여행객들의 손에는 어느 나라에서 왔건 으레 상점에서 구입한 식수 병이 들려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질 좋고 맛 좋은 물을 공짜로 마실 수 있다고 가이드가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마치 횡재라도 한 듯 내심 ‘우와’ 하고 환호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접해보는 신선한 충격이다. 식수부터가 다른 이곳이 신기했다. 화산 폭발로 생성된 땅이라 시야에 잡히는 모든 것이 검게 보였다. 그만 그만한 작고 검은 돌멩이들이 유별나게 널려있는 것이 특이했다. 그때가 사월 말경인데 들판의 잡초들은 최소한의 활동으로 누런 몸을 웅크린 채 머지않아 기지개를 펼칠 봄을 기다리는 듯 했다. 또 겨울을 나기 위한 동물들의 먹잇감으로 맷방석을 둥글게 말아 놓은 것처럼 마른 풀 더미가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길 폭이 좁은데다 길턱을 구분 할 수 없어 눈 속에 차가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곳에 차를 그대로 놓아두어 눈이 녹으면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로수가 없고 길 양 옆은 돌들이 죽 펼쳐져 있는데 누런 이끼로 덮여 있다. 커다란 돔으로 만들어진 온수통이 이색적이다. 지열로 뜨거운 물을 지역으로 공급하기도 하고 채소 꽃 등을 비닐하우스 에서 재배 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지열을 이용하는 온수통 돔은 처음 봤기 때문에 신기했다. 아이슬란드의 친환경 에너지 비결은 땅을 파면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과 대형 폭포와 빙하다. 모든 에너지 수요를 거의 해결한다. 보통 국립공원하면 나무가 우거진 숲속을 연상하는데 이곳에선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어 의아했다. 그러나 정부가 토양에 맞는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산들도 시꺼먼 색을 띠고 있다.
요쿨살론 빙하호수에 떠다니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는 더 큰 바르나요쿨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인데 빙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곳 사진을 아들에게 보여 주니 이 년 전에 갔을 때 보다 많이 녹아 있다고 깜짝 놀란다.
이뿐이랴. 미국 알래스카의 멋진 허바드 빙하도 거대한 얼음 조각이 빙산 모체에서 떨어져 나오는 고통을 표현 하는 듯 폭음과 함께 우리가 타고 있는 거대한 크루즈 배와 내 가슴을 흔들어 놓는 아픔을 겪었다. 일산화탄소 온실가스를 계속 뿜어내는 바람에 지구가 이상기온으로 세계 각 처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북극 공기 제트 기류가 지구 아래로 내려오면서 계절과 관계없이 우박이 쏟아지는가 하면 그리스에서는 폭풍으로 의자, 집기 등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이태리 베네치아는 홍수로 도시가 물에 잠겼다는 보도다. 해양 열용량이 높아지면서 태풍을 만들고 해마다 12%의 얼음이 녹는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다. 수면이 높아지면서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의 섬 다섯 개가 이미 침몰 되었다고 한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을 이곳저곳에서 직접 보니 지구 살리기 운동의 필요성이 더욱 절박 해진다.
사진은 아이슬랜드 수도 레이캬비크 (Pixabay)
지구 온난화로 어획량이 감소하고 물, 식량도 부족하면 후손들 에게 무엇을 남겨 준단 말인가. 얼음이 녹은 자리에 힘없이 혼자 남아 있는 백곰을 뉴스에서 본적이 있다. 얼음이 없으면 백곰도 사냥하기 힘들어 살아남기 힘들다는 보도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극곰 56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 왔다는 보도,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이 목에 빨대가 꽂혀있고, 영국에서 죽은 향유고래 뱃속에서 그물, 밧줄,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가 백 킬로그램이나 나오고 제주도에서 죽은 참고래 뱃속에 낚싯줄 그물 등이 나왔다는 가슴 아픈 소리들만 들려온다.
약20년 전부터 시작된 유엔기후변화회의에 현재 200개국 가까이 참석하여 온실가스를 줄임으로써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기는 하다. 또한 C40 정상회의 세계대도시리더십그룹도 협력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인차원에서 약 팔십억이나 되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일회용품 안 쓰기, 매연 줄이기, 에너지 절약만이라도 한다면 엄청난 량의 쓰레기와 매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환경 훼손을 막으려면 권력 기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절제하고 서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황은 역설한다. 여행 내내 나는 아파하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구 살리기를 나부터 실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쌓아 놓고 마시던 플라스틱 식수 용기들을 수돗물로 대체하고, 일회용 컵 안 쓰기 등 작은 일들부터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운동이 천파만파 퍼져나간다면 지구가 수난에서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나이봉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